나는 꽃밭에서 살고 있다
나는 머리를 감을 때마다 자라난 머리카락을 보며 시간이 흘렀음을 느낀다.
10개월 치 대용량 비타민을 먹을 때마다 남아있는 비타민을 보며 남은 시간을 어림잡는다.
다이어리를 쓸 때마다 두껍게 넘어가버린 지난 페이지들을 보며 벌써 반이나 지났음에 놀라곤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 에세이를 쓰겠다고 말해놓곤 1번밖에 쓰지 않았다. 이제야 에세이를 쓰는 데는 ‘바빴다‘라는 핑계를 대야겠다.
‘바빴다‘라는 핑계에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어감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의 ’바빴다‘에는 그 앞에 ’즐겁게‘가 생략되어 있다. 그 즐거움에는 조림장의 일과 더불어 7월 중순부터 시작한 한국어 교실, ‘주민 대화합잔치’ 등 주민들과 함께했던 시간, 툭하면 한 시간씩 걸어가 놀았던 톨강에서의 추억, 축제와 휴가, 그리고 모든 순간순간 들이 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