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한여름이라는 편견 –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공정희 단원

8월, 여름이다. 한국에서는 역대 가장 더운 날씨라며 매일매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덥고 습하기까지 해서 샤워를 해도 금방 다시 땀이 나는, 밤엔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게다가 모기 친구들과의 신경전까지.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8월, 바로 여름의 모습이다.

몽골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8월이 숨 막히게 더운 여름이라는 것은 내 경험 안의 편견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 겪은 8월은 서늘하다 못해 추웠다.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을 두 개씩이나 챙겨온 것이 무색하게 모기 걱정 없이 여름을 보냈고, 몽골 중에서도 특히 춥기로 유명한 이곳 바가노르에는 전기장판을 집어넣을 틈도 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요새 한국의 사우나 같은 날씨를 전하며 이곳의 축복받은(?) 여름을 부러워하지만, 막상 내 기분은 섭섭하기만 하다.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은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 즉 푸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초원의 눈부신 초록빛도, 우리 조림장의 잎이 무성했던 나뭇잎들도 벌써 노랗게 변해가고 있다. 아직 8월인데!

좀 더 열심히 여름을 즐겼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든다. 이곳의 여름이 이다지도 짧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초원을 산책하고 따뜻한 햇살을 즐겼을 텐데. 일을 마친 후 항상 피곤하다며 뻗어 있던 일상, 주말엔 쉬어야 한다며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 거리던 지나간 휴일들이 못내 아쉽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지금은 언제나 찰나의 순간이다. 나는 왜 항상 지나고 나서야 그 가치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까. 내 생애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몽골에서의 여름이 이렇게 가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모두가 두려워하는 그 ‘진짜’ 겨울이 오기 전에 가까운 곳으로 말이라도 타러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