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글의 나라에서 기후변화 전시장이 되다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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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가 갑자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얀마(버마로도 불림)가 그 나라이다. 미얀마는 그 동안 폐쇄된 나라로 특히 미국에 의해 ‘불량 국가’로 낙인찍힌 ‘은둔의 나라’였다. 그런데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신정부가 2011년 이후 개방과 개혁 정책을 펴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이 미얀마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공세 경쟁을 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면적이 큰 나라이면서 석유, 가스, 보석, 티크 등 산림자원 등 아직 손을 대지 않은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리적으로 중국, 인도, 태국, 라오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른바 30억의 인구와 접하고 있는 요충지이기에 미, 중, 일은 일제히 미얀마에 대규모 개발원조를 중심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일 년 간 43억 달러를 미얀마에 투지했다. 이에 질세라 일본은 2009년까지 31억불을 유·무상 원조하고 2013년에는 9억 달러를 유·무상 원조하면서 20억 달러에 해당하는 부실 채권을 탕감 해주기로 했다.
한국도 미, 중 , 일에 이어 2013년 6월 19일 경제부총리를 수석으로 한 15개 정부 부처의 차관, 국장 등이 미얀마를 방문하여 미얀마 21개 부처와 공동으로 ‘제 1차 한국·미얀마 경제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공동위원회에서 미얀마의 개발 정책에서부터 산업기술대학 설립, 환경과 상하수도 지원까지 포괄적인 협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늦었지만 한국은 미얀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사실 미얀마에 대해 2008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일본이 미얀마에 관심을 갖는 이유와 다르지만 말이다. 그 관심은 믿을 수 없는 규모로 미얀마에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확장에 대해서다. 그 동안 미얀마의 군부 정부가 자국의 기후변화와 사막화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면서 이 주제들이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태풍 한번에 13만 6천명이 자다가 죽거나 실종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5월 2일 바로 미얀마에서 발생했다. 나는 태풍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경우를 그 이전에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미얀마에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심각성이다.
2008년 5월 2일 긴급한 국제뉴스가 전파를 탔다. 그것은 태국 근처 인도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5월 2일 현재 미얀마 남쪽 ‘에이어와디’ 삼각주를 강타했다는 보도였다. 아울러 나르기스로 5미터 이상의 해일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당시 피해지역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했다. 그 후 일주일 이상 해일로 밀려온 바닷물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국제조사팀은 공식적으로 13만 6천명이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1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면서 처음 미얀마라는 나라에 주목을 했다, 왜 태풍 한번에 13만 6천명의 사람들이 바닷물에 휩쓸려 갈 수 있는가에 의문을 갖고서 말이다.
2008년 5월 나르기스의 피해를 조사하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미얀마 내륙이 매우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다는 점에 또 놀랐다. 우리에게 그 동안 미얀마는 정글 지대로 알려져 있었고 그렇게 알고 있다. 그렇지만 미얀마의 중부를 중심으로 현재 87,200㎢(남한 땅에서 경상남도를 뺀 크기)가 사막화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2,500mm의 비가 중부 미얀마에 내렸지만, 이제는 300mm의 비만 내리고 있다. 거기다 먹는 물은 200미터 이상 땅을 파야 나올 지경이다. 중부 미얀마의 인구가 2천만 명인데 그 중 80%가 농업에 종사한다. 정글과 나무가 사라지면서 비가 내리지 않아 농업 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주민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3월 이 지역에 방문하여 조사했을 때 5명으로 구성된 1가구의 소득은 연간 한국 돈으로 80만원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미얀마의 건조화와 사막화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기후학자인 툰 루윈(Tun Lwin) 박사는 “현재 미얀마는 빠르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고 건조화되면서 20년 또는 30년 뒤에는 미국의 텍사스처럼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미얀마에 벌어지고 있는 믿기지 않는 현상의 원인이 인간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기후변화에 있다고 본다. 우선 강력한 사이클론의 경우 2008년 이전에는 인도양의 적도 지역에서 발생하여 바람의 진로가 미얀마로 향하지 않고 방글라데시로 갔다. 그런데 2008년 이후 발생한 사이클론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의 온도가 오르면서 적도가 아니라, 태국 근처의 바다에서 발생을 하고 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이 바람의 방향은 방글라데시만이 아니라 미얀마로 가고 있다는 것을 기상자료로 확인할 수 있었다. 중부 지역의 사막화는 미얀마 정부와 기업들이 목재를 베어 해외로 수출하거나 주민들도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면서 정글과 숲이 사라져 기후변화가 일어난 사례이다. 정글과 숲이 사라지면서 초기의 부분적인 기후변화 생겼다가 일정한 조건이 되자 전면적인 기후변화가 일어나 비가 내리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미얀마의 해안은 강력한 열대성 태풍으로 초토화되고, 중부 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고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다. 에4이어워디 삼각주는 세계 최고의 곡창지대로 약 1천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부 지역에는 2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 인구 6천만 명 중 절반이 기후변화의 피해지역에 살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생명과 재산을 잃을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나는 미얀마에 대한 미, 중, 일의 관심이 주로 개발과 자원 확보 그리고 지리적, 정치적 관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의 경우 미얀마에서 정부와 주민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미, 중, 일과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영역에서 지원 경쟁을 할 경우 이들이 보낸 시간과 대규모의 투자를 비교해볼 때 승산이 없다고 생각된다. 미얀마 정부, 시민, 주민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고 한국을 인정할 수 있는 지점은 인구의 절반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미, 중, 일이 손을 대지 않는 긴급하고 취약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는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 아웅산 수지 여사가 대표로 있는 NLD 관계자들과 논의하면서 확인한 바는 한국이 미얀마 기후변화 피해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계를 개선하고 생태복원을 하는 사업을 이들이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제 미얀마로 진출하는 한국이 무엇을 먼저 시작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미얀마 정부, 주민들과 지식인들이 신뢰와 호감을 갖는 활동을 하면서 한국이 얻을 것을 찾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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