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3-[Main Story] 미얀마, 나무심기를 넘어 사람을 키우기 위해

이종산, 푸른아시아 미얀마 지부장

푸른아시아(Green Asia Network)가 미얀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그해 5월 2일, 미얀마에는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가 덮쳤고, 그로 인해 13만3천6백여명(사망 77,738명, 실종 55,917명)의 사망·실종자와 1백만채의 가옥이 전파되었다. 열대성 폭풍 나르기스는 2003년 한국을 할퀴고 간 태풍 매미나,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를 폐허화시켰던 카트리나보다 한등급 낮은 SSHS4등급 사이클론이다. 또 이후에 미국합동경보센터는 나르기스는 열대성 저기압등급중 가장 낮은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미얀마지역 RSMC를 맡고 있는 인도 기상청 야다브 대변인이 “26일에 태풍 나르기스가 오고 있음을 알려줬다”고 밝혔듯이 나르기스는 4월 27일 벵갈만에서 발생하여 5월 3일 소멸했고, 5월 2일 단 하루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예보가 있었음에도 큰 피해를 입힌 원인은 무엇일까? 기후변화때문일까?

미얀마의 공식명칭은 미얀마연방공화국(The 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이다. 내륙 쪽으로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와 바다 쪽으로는 벵갈만과 안다만의 중앙에 위치하고, 북으로 올라갈수록 해발고도가 높아지며 중국과 국경지역에는 5천m가 넘는 까까보라지 산이 있다. 석유와 천연자원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티크 목재와 보석으로도 유명하다.
미얀마의 행정구역은 사가잉(Sagaing), 뗀니따이(Tanitharyi), 바고(Bago), 마그웨(Magway), 만다레이(Mandalay), 양곤(Yangon), 에이야와디(AyeyarWaddy) 등 7개 지역(Region)과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카친(Kachin), 카야(Kayah), 카인(Kayin), 친(Chin), 몬(Mon), 로카인(Rakhine), 샨(Shan) 등 7개 주(State)로 총 14개의 구역과 주로 구성되어 있다. 국토는 북에서 남으로 2,000여km, 동에서 서로 800여km에 이르며 남북으로 긴 마름모꼴 모양이다. 국토 면적은 67만7천㎢로 한반도의 3.5배, 대한민국의 6.6배에 달하고 인구는 6천만명이 넘으며 국민소득은 700$ 정도로 세계 최빈국 가운에 하나이다.
불교도가 90%, 기독교 5%, 이슬람교 4%이고, 버마족이 75%, 소수 민족 25%여서 종교간, 소수 민족간 갈등이 늘 잠재해 있는 나라이다. 금년 5월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큰 피해를 입힌 사이클론 마하센이 지나간 미얀마 국경지역에는 소수민족인 로카인족 난민 13만여명이 수용되어 있는 난민촌이 있다.
수도는 쉐다곤 파고다와 깐도지 호수로 잘 알려진 양곤이었지만 군부의 어용학자를 동원한 천도설 주장으로 2006년 이후 수도를 네피도로 옮겼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곳은 양곤과 세계 3대 불교성지의 하나인 바간과 원시와 전통,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인레호수(헤호) 등이 있고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많은 나라이며 사람들이 착하고 순박하기 이를 데 없다. 행복지수 또한 높다.

지금 미얀마는 개혁·개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올해만 해도 미얀마 떼인세인 대통령이 미국, 영국, 일본 등과 정상외교를 펼치며 국제무대에 더 이상 폐쇄, 은둔의 국가가 아닌 개방된 국가로 문호를 열어 제끼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발끈하며 일본을 미국의 앞잡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발끈하고 있다. 그동안 맹주로서 자임해오던 중국으로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드러나진 않지만 열강들의 속내는 자원과 시장경제 사이에서 밥그릇 싸움(?)의 암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대내적으로는 88년 8월 8일 민주항쟁을 이유로 해외로 망명했던 88세대 3백만명 가운데 일부 지도자에게도 입국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협정을 맺으며 올 연말까지는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에는 민주항쟁 25주년을 기념하여 ‘Silver Jublee’행사를 크게 열고 군부의 지도자가 참석하여 축사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임기중 자신의 최대 외교 업적으로 미얀마를 개방한 것을 꼽으며 외교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유럽연합도 경제제제 초치를 해제했다. 그렇듯 미얀마는 급속도로 세계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자본과 기업들이 미얀마로 집중되고 있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기업 진출과 자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와는 달리 미얀마의 환경(기후변화)문제는 기후변화의 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과 빈곤 퇴치,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도시에서는 환경문제가 발생되면 돈으로 해결하지만 농촌에서는 폐농약병, 폐비닐 처리문제, 실갯천 오염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대를 이어온 가난으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개발국의 실정은 더하다.
미얀마의 기상학자 툰루윈 박사에 의하면 1970년대부터 미얀마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이클론(열대성 폭풍) 발생 횟수의 감소, 강수량의 감소, 히말라야 빙하의 녹은 물로 산 밑에 수심 42m의 대규모 저수지의 생성으로 인한 메콩강, 바마프라강, 에이야와디강, 황하강, 양쯔강의 수위 감소 등으로 미얀마 중부지역(Centeral Myanmar)에는 건조지역(Dry Zone)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남한 면적에서 경상도지역 만큼 뺀 전국토의 12.8%인 8만7천2백㎢에 사막화 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이 지역은 미얀마 곡물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지역으로 지금은 농사를 제때에 짓지 못해 생산량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찾았던 마그웨 옌난정 지역은 열대지역이라고는 할 수 없는 메마른 황무지 같았고 이번에 찾았던 낫마욱지역은 비가 오지 않아 농민들이 시름에 젖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2008년 태풍이 나타나지 않던 지역인 벵갈만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는 에이야와디 강을 타고 양곤까지 덮쳐버렸다. 양곤 근처의 페허화된 한 지역에는 금년 5월까지 출임금지 지역이 있을 정도로 피해가 컷었다. 5시간 정도의 배를 타고 벵갈만과 에이야와디강 하구가 연접한 메인말라섬을 찾았을 때 섬주민 3천명중 2천5백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폐허야 시간을 두고 복구하면 되지만 생떼같던 죽은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건강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고 노인, 어린이, 여성 등 대부분 사회적 약자는 거의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환경 피해는 사회적 약자와 빈곤문제와 연관돼 그 피해는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하여 적응 및 완화활동을 잘하면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빈곤문제를 해결하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기후변화 문제는 한 지역에만 국한돼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지역이 잘 적응하고 완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문제에 대해서 자연과학도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멕시코 만류, 엘니뇨 현상, 라니냐 현상 등 해류의 변화, 전 세계 해수면 1.1cm 상승, 동토층의 녹음 현상, 지난 20년간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 4조2천6백억톤의 유실, 인간이 배출해낸 CO2 등 여러 가지가 복합돼서 나타나는 문제일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되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푸른아시아는 10년 전부터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아시아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동북아 지역에서는 몽골에서 활동을 벌여 왔다. 그 결과 450ha에 4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사람을 키우고 있다. 서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미얀마에서 몽골에서의 경험과 실천을 살려 미얀마에서 지속가능한 Community Forestry 활동을 벌이기로 하였다. 5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다가 금년 3월 미얀마에 활동가를 파견하여 나르기스 피해지역 및 미얀마 중부지역의 건조지(Dry Zone)에서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최근 미얀마 양곤에 지부 사무소를 설치하고 미얀마 정부에 지부 설립등록을 마쳤다. 이제 시작이다. 나무심기를 넘어 사람을 키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