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기후변화 대응에 총력, 한국은 침묵(下)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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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 둔감한 한국, 기업들도 소극적 대응 명분을 잃어
이렇듯 현재 미국과 중국은 전속력으로 기후변화문제에 대응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한국은 녹색성장이라는 담론을 놓고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에 소극적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그랬을까? 이 시기에도 사실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다자협약(유엔기후변화협약)에는 소극적이었지만 자국 내에서는 조용히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청정에너지 투자, 배출권 거래시장 준비 특히 중국은 배출권 거래시장을 2011년부터 준비)을 하고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성과가 없고, 미국과 중국은 조용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2012년 미국과 중국이 합쳐서 청정에너지에 투지한 규모는 800 억불(81조)을 넘기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사실상 한국은 녹색성장이라는 담론을 적극 국제 사회에 홍보를 했고, 2009년 유엔개발계획(UNDP)문서를 보면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되고 있었다. 2020년 온실가스 BAU 기준으로 30% 삭감(2005년 기준 4% 저감) 발표, 탄소배출권 법 제정, 온실가스 목표제 도입,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및 대규모 지원, 녹색성장을 국제 사회에 개념화하기 위한 다양한 홍보, 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 주도 등 한국은 기후변화 영역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은 올림픽 100미터 경기 중 100미터 달리기 경기에서 가장 앞장서 달리는 선수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 선수는 그 100미터 경기에서 선두는커녕 그 선수가 사라져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19일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런던에 소재한 “톰슨로이터재단” (Thomson Reuters Foundation)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가해서 중요한 발표를 한다. 그 발표를 통해 최근 중국, 인도, 미국, 독일과 심지어 아프리카의 각국들도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에 나서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과거라면 거론될 수도 있었던 한국은 김용 총재의 발표 중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김용 총재는 한국인이라서 한국의 노력을 언급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한국은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 선수들 중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기업들을 비롯한 정부 부처(산업통상, 전 지경부)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에 소극적인데 한국이 왜 먼저 나서는가?”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한국이 바뀌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와 지구 생명의 생존이 걸린 현안이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현안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간 협약으로 미국과 중국 내의 자국 산업 보호를 빌미로 한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온실가스규제와 탄소관세를 물릴 수 있다. 이것이 미국과 중국이 현재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면서 취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미, 중, 유럽연합, 일본 등이 요구하는 기후관세에 준비없이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매우 취약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언제까지 대통령 입만 쳐다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준비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6월 25일 행한 전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발표한 것은 전적으로 기후변화의 위기를 역설해온 환경운동가, 과학자들 그리고 기후변화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다수의 유권자들의 압력이 작용해서 이다.
한국은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기후변화가 우리 당대에 지구를 바꿀 것이다’라는 발표를 통해 말했던 것을 유념해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할 수 있는 위치와 능력이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에서 중립적이고 포용 정책을 펼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현장의 적응 및 대응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기후변화 담론과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