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2-[Main Story] 몽골에서 세계를 보다

  

이신철, 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

우리에게 다가오는 몽골의 이미지는 참 다양하다. ‘하늘의 나라’, ‘초원의 나라’, ‘바람의 나라’ 그리고 떠오르는 단어들… ‘사막’, ‘황사’, ‘말과 양떼’, ‘칭기스한’, ‘형제’… 시사적인 측면이라면 ‘사회주의의 포기와 개방화’에 이르기까지.

지난 1998년, 본인도 인천환경원탁회의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 모니터를 위해 몽골 땅을 처음 밟았을 때의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생각은 너무나 추상적인 이해였고 두 차례의 몽골방문의 경험과 지난 2012년 11월부터 푸른아시아의 일원이 되어 몽골현장에서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단편적인 개념들은 이제 ‘몽골’이라는 구체적이며 총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시 말하면 몽골에서는 세계가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몽골은 우리나라보다 7.4배가 큰 나라지만 인구는 3백만인 나라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때묻지 않은 순수의 자연이 거친 숨을 내뿜는 나라이다. 몽골에 처음 온 분들이 제일 놀라는 점이 바로 몽골의 푸른 하늘이다. 우리나라의 가을하늘도 청명하지만 몽골의 하늘은 360도를 시야를 돌려도 시선을 꽉 채우는 풀스크린이다. 몽골의 하늘을 보면 왜 우리민족의 의식속에 하늘이라는 개념이 절대적 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고대 우리 정신세계의 뿌리가 시베리안 샤머니즘이라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민족 시원과 관련한, 너무도 오래되어 잃어버리고 있던 내 귀중한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다.

늘 푸르른 하늘아래 펼쳐진 광활한 초원은 그 규모로 압도해오며 갑자기 내 옆의 동료들이 반갑고 그동안 가깝게 지내지 못하던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사람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결코 홀로 살수 없다는 공동체 지향의 가치를 되새겨 줄 것이다.

몽골의 자연은 무척이나 가혹하다. 연간 최대 일교차는 70도 이상이고 한낮의 태양은 너무도 강렬하다.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바람은 날카로운 비수와 같이 엄습해 온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풍요롭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이웃과 공정하게 나눌 것을 요구한다.

사막에서 부는 황사는 인간문명이 탐욕으로 물들어가는 것에 대한 자연의 자구책이며 경고이다. 필요이상으로 늘어난 가축은 초지를 황폐화시키고 팽창된 도시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파헤쳐진 노천탄광은 초원의 오염을 부추기고 있으니 몽골의 하늘과 초원은 거친 바람으로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을 응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칭기스한을 세계를 지배한 정복군주로 알고 있으나 칭기스한은 하늘과 초원의 뜻을 깨닫고 이해하였던 정치가이며 사상가였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칭기스한이 한 때 세계최대의 영토를 정복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수많은 전쟁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당시 전쟁과는 다른, 전리품이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등 하늘과 초원의 법칙을 인간문명에 그대로 적용하였다는 그의 정신과 두려움 없는 기개 때문이다.

칭기스한의 초원 부족의 통일은 단순히 다른 나라를 약탈하거나 그를 통한 부의 축척이 아닌 유목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는 세력들과 그들의 앞잡이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의 차원이었다. 이는 하늘과 초원의 법칙의 준수라는 칭기스한의 대의명분으로 이어져 이후에는 서쪽 세계와의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하는 이들에 대한 정복전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몽골은 순혈주의와는 거리가 먼 다문화적 양상을 가지고 있으며 잡종문화의 특징 그대로 대단히 다채롭고 강하다. 칭기스한은 혈연보다는 지연을 중시하였으며 수평적 세계관과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변화와 적응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몽골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경제 성장률이 12~17%에 이르며 이미 국민소득이 4천불을 넘어서고 있다. 사회주의에서 개방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몽골은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력의 한계로 인한 외국자본의 도입과정에서 많은 부작용도 겪고 있다. 획일적인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개방화로 이행하기 위한 몸살도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이미 겪었던 산업화의 과정에서의 개발과 보전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가 가속되면서 몽골의 전 국토의 91%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푸른아시아에서는 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으로 몽골에 나무를 심는 대안 활동을 이미 13년 전에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변화하는 몽골에 적응해가면서 몽골주민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그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조림사업을 진행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몽골은 열심히 일한 분들에게는 에너지의 충전과 활력소를,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몽골에는 순수한 자연이 있다. 또한 그 자연을 더 순수하게 만드는 자연의 왕성한 호흡 활동이 있다. 광활함으로 압박해오는 위대한 대자연과 그 자연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정중동의 급격한 사회변화, 그 속에서도 알차게 영글어가는 몽골의 꿈망울들…몽골을 보면 세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