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먹고 살기 –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서울, 그중에서도 누구나 알만한 교통의 요지에 살았던 탓(?)에 집에서 강의실까지 4~50분이면 충분했던 대학시절. 나에게 있어 최고의 로망은 자취였다. 이후 2년간의 캐나다 생활, 꿈에 그리던 집으로부터의 독립은 수많은 햄버거, 피자가게와 마트에 즐비한 각종 완제품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무려 15kg의 살덩어리들만 남겼다.

 

그리고 지금 난 몽골, 바가노르에 있다. 이곳에서 햄버거나 피자는 꿈의 메뉴이다. 현지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몽골 특유의 고기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조금 버거운 도전이다. 한식은 비싸다. 그리하여 먹고 살기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손질된 고기를 구하기가 힘들다. 형체를 그대로 갖춘 가축들의 시체를 손질하여 맛있게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고기는 패스. 참치나 김, 미역 등의 한국 식재료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패스. 결국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감자, 양파, 계란으로 모든 식단을 채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재료는 감자이다. 감자 1kg500투그릭 (투그릭: 몽골의 화폐 단위), 컵라면은 한 개 2,000투그릭. 이러한 옵션이라면 누구라도 감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카레, 된장찌개, 감자볶음, 감자조림,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스크램블, 계란국, 감자국, 감자튀김, 양파장아찌, 계란장조림 등등. 여기에 김치와 국물멸치까지. 요즘 난 의도치 않게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며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

1) 어떤 음식이든 양파가 들어가면 맛있다.

2) 감자, 양파, 계란만으로도 일주일 식단을 채울 만큼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3) 사람은 다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흔히 메인이라고 부르던 무언가가 보통은 고기반찬없으면 그냥 김밥이나 떡볶이를 사다 먹던 내 모습이 꿈처럼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