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이 필 때 쯤 –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 김현진 단원

part1. 잎이, 나긴 하는거야?

개인 사정으로 잠시 한국엘 다녀왔다. 혼자 남아 있던 정희 언니는 내가 해야 하는 몫까지 다 하느라 진이 빠진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관수하기 전에 선행 되어야 하는 작업들이 모두 완료 되어 있었고 나는 조림지 도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조림 작업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멘탈 붕괴’의 일주일이었다. 원래 낯선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버퍼링이 꽤 긴 나는 관수파이프와 호스 위치, 연결소켓 등 관수 자재를 파악하는 데에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양동이 관수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몸이 힘들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말을 듣지도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일 하기 일쑤였고 한 사람이 좀 잘한다 싶으면 또 다른 한 사람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양동이 관수를 하며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이렇게 물을 주면, 파릇파릇 돋겠지. 물 많이 마시고 팍팍 커. 그런데, 너네 … 잎이 나긴 하는 거야? ’

그렇게 2조림지 폭풍 관수를 끝낼 때 쯤, 세숫대야를 부셔버렸다. 나는 단지 빨래를 하고 물을 빼려고 힘차게 눌렀을 뿐인데 쩌억- 하고 갈라져 버렸다.

이게 폭풍 관수의 힘일까. 팔이 울퉁불퉁해질 것만 같다.

 

part2. 사진으로 보았던 그곳!

노르스름했던 초원이 푸르스름하게 변할 때 쯤, 우리 나무들도 잎을 돋우기 시작했다. 주말이 지나고 시큰둥한 마음으로 향했던 조림지에서 나는 푸릇푸릇한 나무들을 발견하고는 정말이지 너무 기뻤다. 이게 바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인가. 지난주까지만 해도 필 것 같지 않았던 이 아이들이 지금은 피기 시작해서 조림지 전체를 연두색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큰 기대 없이 갔던 차차르간 나무들도 물 한번 주지 않았는데, 거의 대부분이 녹색 잎을 피우고 있었다. 정말 대박이었다. 일주일도 아닌 단 몇 일만에 이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다니.

몸에도 점점 내성이 생겼다. 생명의 땅 몽골에 와서 내 몸도 생명력을 더해가는 것만 같다. 아침에 조림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다지 무겁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5월은 조금 다사다난했다. 조림장 문제뿐만 아니라 바가노르 단원인 나 자신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 같다. 푸른 잎이 피기 시작한 지금 나한테 과연 이 잎들을 감당할 멘탈이 있을까. 조림사업이 끝나는 9월까지 짧은 5개월이라고들 하지만 아직, 진짜로, 나는 한참을 더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