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몽골 –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2009년 여름. 몽골에 단기봉사를 온 적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육체노동으로 인해 몸은 고단했을지언정 나에게 있어 그 시간은 다른 어떤 날들보다 평화로웠고,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그때의 몽골은 이후 몇 년간이나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새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별, 보고만 있어도 속이 시원해지는 탁 트인 초원까지. 그런 자연과 어우러지며 그 때의 나는 그저 온전한 나 자신이었다. 어느 집의 딸도, 어떤 단체의 리더도, 누군가의 애인도 아닌 그냥 나 자신. 몽골에서는 타인의 이목을 끊임없이 신경 쓰거나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흙을 밟는 느낌을 즐기고 나뭇가지에 새로 돋아난 파란 잎을 보며 감동받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하나 둘씩 알아가면서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와 평화에 눈을 뜬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한국에서의 치열한 삶 속에서 몽골의 평온함이, 그 소박함 가운데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만족과 즐거움들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그렇게 몽골~ 몽골~ 몽골에 다시 가고 싶다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와버렸다. 몽골.

3월의 몽골은 기억 속의 초록빛 몽골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는 이른 봄꽃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곳에는 눈이 내렸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패딩을 입지 않고서는 외출이 힘들 정도로 매일 칼바람이 불었다. 특히 교육을 위해 한 달 동안 머무른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는 삭막 그 자체였다. 하루 종일 도로에 꽉 막혀있는 차들과 끊임없이 울려대는 클락션 소리, 생기 없는 건물들과 매캐한 공기까지. 그 뿐만 아니라 이곳의 높은 고도와 날씨에 적응하기도 전에 빡빡한 교육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유를 느낄 틈 따위는 없었다. 더 이상 추억의 몽골이 아니다. 이제 나에게 몽골은 현실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억과는 조금 다른 몽골일지라도 이곳에서 다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부재, 그리고 졸업과 취업이라는 통상적인 과정에서 벗어나는 것. 몽골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추억놀음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당연하다고 믿고 살아온 것들과의 멀어짐이다.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두고 이곳 몽골 땅에 나무를 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어떠한 길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인지 시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