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공공재와 인류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지구촌 아젠더: 경제성장에 대안이 있는가?

성장유령이 지배하는 한국

2013년 1월 1일부터 지난 3월까지 박근혜 정부 1기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를 보면 일관된 흐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70%의 시민들이 ‘경제 성장’을 원하고 있고, 각종 현안 중 단연 경제 성장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입니다. 2005년 집권 2기에 들어선 노무현정부와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의식조사를 할 때에도 70%~80%의 시민들이 “성장”을 원했습니다. 시민들은 ‘성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IMF관리체제 시기와 비교해볼 때 경제적 지위가 상승한 것이 사실이나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은 성장을 하고 싶어도 현재 “성장 동력” 다시 말해 “성장아이템”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수의 시민들은 성장을 원합니다. 없는 것을 있게 하는 마술을 부리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성장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말하자면 지금 한국에는 성장유령이 떠돌며 사람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성장이데올로기’와 ‘성장신화’는 우리의 의식에 깊이 뿌리를 내려 고쳐지지 않는 중독증세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아울러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의 경제 관료들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성장주의자들이라 이분들이 사회에 만들어가는 성장이데올로기의 깊은 감염을 이해할만합니다.

나는 이 시점에서 근거가 없는 성장이데올로기가 한국사회의 생존만이 아니라 지구촌의 생존을 위기에 빠뜨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극약처방임을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생존을 위해 성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성장이 생존을 위기에 몰아넣는 형국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후변화협약, 국제협약(Global Compact)의 적용

도대체 성장이 생존을 위기에 몰아넣다니요?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말장난입니까? 성장을 해서 먹을거리(일명 “파이”라 하지요)를 많이 만들어야 풍요롭고 잘 살게 되는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신다면 마저 이 이야기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핵폭풍같은 파장이 몰아칠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과 참모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한국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주문하고 한국과 미국 간 ‘기후변화 공동선언’을 했습니다.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이 보는 미국의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지구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7%를 줄이겠다고 선언을 하고 미국 내의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인도, 한국 등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온실가스 이력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미국이 수입하는 상품의 생산과 이동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온실가스를 저감시키지 않을 경우 ‘관세’를 부과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아직 대비하거나 준비하는 것이 없습니다.

아울러 한국은 2020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흔히 BAU라고 합니다) 중 30%를 줄여야 합니다. 이는 이미 2009년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가 공표를 했습니다.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고 이는 지켜야할 약속입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입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감축 노력이 없었을 때) 대비 30%를 감축해 연간 5억6900만t만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2009년 국내외에 발표했지만, 2010년의 배출량은 2020년 목표치보다 여전히 17.6%나 많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가 줄어들지 않고 이대로 증가하다 보면 2020년이 되면 국제사회의 압력과 미국, 중국의 무역 관세와 연동되어 강제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준비하지 않고 2020년대를 맞이하게 되면 30% 이상의 온실가스를 곧바로 줄여야 합니다.
이 의미가 산업시설과 발전소의 30%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함을 뜻한다면 어떡하겠습니까. 그리고 당장 자동차를 포함한 수출업계도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유럽연합과 일본으로의 수출이 거부됩니다. 그것이 싫다면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사야합니다. 배출권은 한정이 되어있고 배출권을 사고자 하는 곳은 많다보니 가격이 앞으로 천정부지 올라갈 것입니다. 탄소배출권이라도 사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하면 지불해야할 가격이 올해 기준으로 한국수출액의 10%입니다. 아울러 1999년 UN사무총장이 제안했던 10개항의 글로벌컴팩트가 올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2007년부터 이미 도입이 되고 있는 “인권” “환경” “투명성” “교육”등을 담은 이 글로벌컴팩트를 지키는 것을 보아서 ISO국제표준을 내어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정책적으로 제시하라고 합니다. 정책적이라는 표현은 기획을 해야 하고 그 이행정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입니까? 성장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습니다. 성장이데올로기가 설 땅을 잃고 있습니다. 아직도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음을 갖고 홍보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야겠습니다. 협소한 시각과 무지가 인류에게 도움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또 한번 우리는 몸으로 확인해야할지 모릅니다. 성장이 생존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적어도 기후변화협약 하나가 IMF관리체제보다 적다면 10배 많다면 100배는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에 말입니다.

가장 주요한 지구공공재는 인류 생활양식의 전환임

1994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그 전 1968년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1968년은 전 세계의 석학들이 모였다는 로마클럽이 만들어진 해입니다. 로마클럽은 3년 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지구에는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Limit of Growth)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거기에는 성장이 지구의 생명과 인류의 생존을 마지막 한계까지 몰고 가고 있음을 밝히고 대책을 제안합니다. 그 이후 지구라는 푸른 별은 로마클럽의 보고서대로 파괴되었습니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뒤 지구는 온난화에 의해 푸른 소혹성에서 붉은 소혹성이 될 것임을 예상합니다. 지구평균기온이 향후 100년 뒤에는 IPCC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4도~5.8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한다면 기후학자들의 경우 빙하기가 올지 계속 기온이 올라갈지 알 수 없고, 화석연료의 고갈속도보다 대기의 고갈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지구라는 작을 별에서 나타나는 빈부의 격차와 전쟁, 투명성 상실과 부패 그리고 경쟁, 대도시화, 해양오염, 사막화가 여기에 더하여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994년 ‘유엔개발기구(UNDP)’는 이 위기에 대응하여 “지구공공재”를 제시하면서 지구규모에서 인간이 더 이상 파괴에 동참하지 않을 조치를 발표합니다. 1994년에 기존 정부가 생산하는 공공재에 처음으로 “지구”라는 말을 붙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환경” “평화” “빈곤해결” “투명성” “외환안정”등등. 지구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러한 공공재가 과소 투자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지구공공재의 투자를 늘려가자는 제안을 합니다. 이후 나타난 것이 오늘의 “기후변화협약”이고 “글로벌 컴팩트”입니다. 강제적으로 확실히 하기위해 경제조치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UNDP의 이러한 조치 이후에도 세계는 20년 전보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인간이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생활양식(Life Style)과 행동양식이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흡사 마약 중독자처럼 에너지 중독에 빠져있고 매일 매일 더 많은 에너지를 찾아 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중독의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이 일으킨 중동전쟁의 끝은 결국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데 그 해답이 있었듯이 말입니다.
지구공공재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결국 가장 중요한 지구공공재가 사람의 생활양식의 전환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구공공재를 책임 있게 실현하기 위한 단위로 어쩌면 지구라는 의미에 걸맞게 “지구정부”의 실현도 따라와야 합니다.
더불어 과소 투자된 지구공공재를 적절하게 투자하는 의미는 지구생명과 인간존재가치를 회복하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토록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아울러 밝혀두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