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 만달고비 사업장 이동광 간사

 

이동광, 만달고비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돌아온 집에 앉아서 글을 쓰고 다음 날 아침에 부끄러워 하는 실수를 많이 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의 유행한 싸이월드에 글을 적고, 어줍잖은 그림을 그려넣고 시나 소설을 끄적이던 학생이었다. 그 유행의 바람이 꽤나 오래 되었던 것처럼 나의 글도 따라서 차곡차곡 소리없이 모였는데, 어느 날 내가 글을 그만 적기로 한 날에 그것들을 모아 수를 헤아려보았더니 400개 정도가 되었다. 그것을 파일로 다시 담아서 저장하면서 추억도 새록새록 거려 혼자 웃다가 ‘내가 이런 말을 했나’ 하고 숨겨놓고 싶은 것들도 만다가 불연듯 이 때의 내가 참 많은 생각을 품은, 좋은 마음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 글을 모아 정리할 때에는 자연스레 그런 마음이나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감성에 메말랐던 시기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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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에 오게 된 것은 책과 논문을 통해 보던, 그리고 앞으로의 많은 시간을 공을 들여 공부하고 체험하게 될 국제개발협력분야에 대해서 몸으로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환경수업도 차례로 듣고, 개발학 수업도 들으면서 푸른아시아가 그 둘의 교집합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지원을 하고 교육을 받고 비행기를 타고 수도에 내려서 이 곳, 돈드고비 아이막으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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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의 시간을 몽골어를 배우고, 낯선 사람 그리고 문화에 살을 마주대하며 지냈더라도 외국인이라고는 단 둘뿐인 곳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사를 하던 날, 짐을 정리하면서 마음도 가다듬고 생각하기에 ‘쉽게, 또 가볍게’ 모든 것을 대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 바람이 차던 날, 옷을 두겹, 세겹 입고 선글라스와 모자 그리고 목도리로 거의 전신을 가리면서 한 시간 남짓을 걸어 도착한 조림장을 보고, 아직 녹지 않은 땅을 럼과 삽으로 파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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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 고비지역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연을 더 잘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고비지역에서 나무를 심는 다는 것은 자연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이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오늘 구름은 어떤지 그리고 모래바람은 불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돈드고비 조림사업장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이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 어떤 이는 몽골이 인류 태초의 모습과 현대적 시간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내가 있는 곳은 지극히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그래서 불가항의 지역이다. 처음에는 어긋나던 것들이 맞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아침 해가 겨우 능선을 따라 올라올 때에 하늘을 보면서 나는 오늘 비가 오는지, 심지어 모래바람이 불어올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때가 6월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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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에 의해, 조림장 내부에서 생활한 시간이 있다. 3개월 정도의 그 때는 거의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문을 열면, 바로 앞에 흙이 그리고 저 멀리 고비가 펼쳐져 있었다. 해가 뜨는 것을 매일 같이 볼 수 있었고, 일몰이 될 때면 정말이지 세상이 온통 붉음이었다. 태양이 지나간 후에, 별이 더 선명했고 은하수는 일기장처럼 매일매일 나타나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컴퓨터로 수정을 하면서, 내가 있는 곳이 정말 이 곳인지 생각했다. 반원의 무지개 두개는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고, 나무로 둘러쳐진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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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아시아는 홈페이지에 한달에 한번씩 단원이 적은 에세이를 올리고 있다. 이 곳에 오기 전, 나는 한 달에 한 번은 적어도 글을 적어서 보내기로 하였다. 3, 4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이제 12월이 되었고 운좋게 한 번도 어긴 적은 없으니 다행이다. 한 두장 많게는 몇장씩을 한달의 작업 그리고 나의 느낌을 적어가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동안 애써 쓰지 않고 지냈던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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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화 방지와 지역개발을 위해 파견된 사람으로 지난 1년간의 몽골 생활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거대한 질문을 던져놓고 나니 조금은 겁이 난다. 하지만, 내가 침대를 설치하고, 바닥을 청소하면서 혼자했던 말을 기억한다. ‘쉽게, 또 가볍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쉼없이 달려온 푸른아시아 생활이었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거의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할 수 없던 일도 도움을 받아가며 했던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동안 내게서 감추어졌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겐 그것이 너무나 좋다. 왜냐하면,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말을 한다는 점은 내가 나임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렇게 완전한 나로 사는 것이 나는 꽤 즐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