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림을 마무리하며… – 만달고비 사업장 이동광 간사

 

 

이동광,?만달고비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먼 옛 이야기같지만, 고작 몇주의 일을 적어본다. 사막지형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마무리하며, 다시 그 처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필연코 끝이 나야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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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는다. 고작 두세편의 작품을 보았을 뿐이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편애가 심해서 유독 한 사람이 적은 시나리오와 이를 연기한 사람을 좋아한다. 인정옥, 이라는 사람인데 내멋대로 해라를 통해 몇몇사람에게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다. 많이 글을 쓰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 중에서 아일랜드라는 또다른 드라마가 있다. 남자 둘과 여자 둘, 이렇게 넷이서 주인공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주위에도 숨길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그 내용을 다 품을 수는 없고 다만 끄트머리에서 내가 곰곰으로 생각해본 걸 잠깐 적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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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을까. 있다. 하지만 이처럼 무던하고 모호한 질문이 또 있을까 싶다. 마치 무엇이 되고 싶냐고 꼬마에게 물을때 어떤 특정 직업을 듣길 원하는 것 같다. 의사, 변호사 혹은 어떤 교사나 사람들말이다. 남궁연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하던때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의사가 아니라 어떤 의사, 변호사가 아니라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마땅히 그러하다. 그렇다면 어떤 사랑인가. 내가 본 아일랜드의 통체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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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다른 주인공 남자의 사랑은 그 모양에서 다르다. 나는 이걸 한명은 동그라미, 한명은 세모라고 말하곤 하는데, 마찬가지로 여자의 사랑도 그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한 남자의 동그라미 사랑을 한 여자의 세모사랑이 받아들이지 혹은 그에 반대로 또 사랑하지 못하고 끝이 난다. 그리고는 같은 모양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부한 의문이 스멀하고 기여나온다. 진심인가. 과연 타인에 대한 사랑이 자신의 것인가 하는것이다. 중요한 일이지만, 생각코 그것은 중심에 위치한 것이 아니다. 뭔가 살짝 빗겨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모양의 물건을 서로 이겨넣으면 부서지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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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보식을 하는 조림장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났던 것이다. 어떤 문장을 담고 이곳에 와서 진심의 정도를 가늠하기 전에 내가 원했던 것과 우리 주민이 바라던 모습이 어느 정도 일치했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되도록 박복수간사와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물론, 결론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가시성이 높다. 작업이 종료되는 시점을 며칠 앞두고 농사지었던 작물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이미 차가운 바람이 어느 정도 불었지만, 조금더 자랄까 하는 괜한 마음때문에 조금 늦었다. 독특한 구조의 비닐하우스동에서 여러종류의 상추와 콩, 그리고 배추나 오이, 당근같은 것이 많이 자라있었다. 미숙한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가고 또 실현하고 또 신기하게도 땅에서 그것들을 만들어내는것이 마냥 신기했다. 실제로 든 당근이나 무를 만지고 있으니 생전 처음보는 물건같은 이유가 그런 것이다. 마땅히 많은 양의 채소를 보관할 곳이 없으나 시원한 우물집이 있어 다 놓고나서 그리고 빌릭아저씨에게 이것들을 모두 드셔도 된다고 말하고 나서 며칠후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감자나 양파는 이곳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그리고 편하다. 하지만 상추와 같은 채소는 쉽게 재배될지언정 먹기에는 불편하다.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이것의 맛은 어떠한지 모르기 때문에 주저하게 된다. 망설이게 된다. 약간의 채소와 드레싱을 해서 샐러드를 해서 드셔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또 조리법을 설명했지만 아직 익숙해지지 않으신것 같다. 아마 그 때 나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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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있었던 이 일을 제외하더라도 아마 몇개월동안 유사한 지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하지만 우리 주민들은 모두 알았던 것들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리고 특히나 조림사업이나 국제개발활동을 하는데에 있어서 이런 류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생각하는 지점이 다른거나 결과가 상이하면 진심이 어떠하였는지는 차선의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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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이라는 인물은 인경옥의 다른 드라마인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과정속에서 힘든일이 있음에도 (묵묵히라는 말보다는) 계속 그 일을 한다. 고진감래나 극복이라는 표제로 설명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런 생각도 없다.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내가 그런 사람인가 하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많은가,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대답은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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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아시아 조림장인 돈드고비에 오면서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끝난 12년 조림사업을 뒤돌아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서두에 말을 했던 것처럼 끝이나야 시작이다. 아직 남은 시간이 있다. 겨울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교육활동을 한다거나 우리 주민들 그리고 더 넓게는 샌차강솜 사람들과 함께 보다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시 생각할 때이다. 이곳 사람들이 바라는 모양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또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를 조금은 더 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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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꼭 자신안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