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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에너지 그리고 체르노빌의 교훈 Ⅰ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2012년 5월 21일, 나는 “녹색기술과 녹색성장”이라는 주제로 세계은행이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녹색위원회에서 발표자가 나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한 정책을 다소 거창하게 발표했다. 여기에 대해 이란에서 온 대표가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질문을 했다.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녹색 성장은 기후변화를 저감하고 적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포함해서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정말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 녹색성장을 발표했는데 이제 4년이 지났다. 그런데 녹색위원회에서 발표를 할 때 계획만 발표하고 성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4년 동안의 성과를 말해 달라.”
녹색위원회의 발표자는 아주 간단하게 답을 했다.
“우리는 그 동안 원자력 에너지에 집중하느라 다른 계획을 진행시키지 못했다.”

긴 질문에 대해 너무나 짧은 대답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정말 잘 압축해서 대답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핵심은 원자력 에너지에 있었던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정말 안전한가?

원자력 에너지를 둘러싼 논쟁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70년대부터 있었고, 요즈음 논쟁도 70년대에 진행된 논쟁의 반복일 수 있다. 그래서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또 진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보면 이를 다루는 정부, 원전 전문가, 언론의 태도에 일관된 문제가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다루고자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다수 원자력 에너지 관련 과학자와 기술자들, 기관들이 스스로 적극적인 환경보호론자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지구온실가스로 정의되면서 원자력 에너지는 이런 온실가스를 생산하지 않는 청정한 에너지라는 이유 때문이다. 아울러 내가 만나본 일부 시민단체 대표들도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공포심이 너무 커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가 자주 고장나면서 이를 다루는 전문가들과 언론의 태도를 보면 매우 심각한 현안을 아주 사소한 실수로 넘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의 고장은 운전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 혹은 사소한 원인 때문이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안전하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1986년 4월 26일,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벨로루시와 프리피야트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방사능을 노출시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4호 원자로가 폭발했다. 그 폭발도 매우 사소한 원인에서 출발했다. 4월 26일 새벽 1시 23분,체르노빌 원전에 근무하던 기술자들이 4호 원자로의 일상적인 안전검사에서 실수를 했다. 사소한 실수, 이로 인해 자체의 설계 결함을 갖고 있었던 흑연 원자로는 단 몇 초 만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냉각수는 수증기로 바뀌고 연료봉들이 파열되었다.

체르노빌의 폭발은 근처 1600㎢를 유령도시로 만들고, 4000명에 이르는 암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아울러 방사능에 오염된 집과 땅을 버리고 떠난 수백만 명의 주민들에게 치유되지 않는 끔찍한 정신적 상처를 유산으로 남겼다. 비교적 최근 상황을 조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 ‘리처드 스톤’에 따르면 후유증이 지난 5년~6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스톤’ 기자에 따르면 폭발 후 며칠 동안 ‘방사능 지옥’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광부, 헬기 조종사, 군인들로 구성된 수천 명의 ‘사후처리반’(‘로봇인간’으로 불렸던)들이 20년이 지나 끔찍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보고룰 하고 있다. 벨로루시 방사능방지 국가위원회 회장인 제이콥 케니그스버그는 2006년, 원폭 생존자가 20년~25년 지나야 방사선 피폭으로 유발되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제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를 다루면서 한국은 이런 체르노빌의 교훈을 잊고 있거나 무시하고 싶을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정부가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사소한 실수로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는 경향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전기회사인 엔터지는 그랜드 걸프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다. 지난 날 엔터지의 원자력 발전팀장 게리 테일러는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원전업계가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라고 그랜드 걸프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설을 했다. 게리 테일러와 같은 미국의 원자력 옹호론자들은 현재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원자력 옹호론자들은 어떤가? 그저 사소한 문제로 넘어가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환경론자임을 자처한다. 생각해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