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구리는 고달프다 – 에르덴 사업장 배인경 간사

 


배인경,?에르덴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나는 쭈글쭈글해지고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나는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에 팔 근육이 불끈불끈한 초원의 소녀였다. 매일 8시간 이상을 초원 한 가운데서 보내던 멋진 나의 모습..

그러나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다. 지금 나는 집에서 쭈그러들고 있다. 사람이 쭈그러드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쭈그러들기도 하고, 일을 잘 못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며 쭈그러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쭈그러드는 이유는 바로.. 내가 잉여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조림일은 너무 힘들어… 삽질을 하다 보니 팔로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양동이만 봐도 토가 쏠려.. 라고 불평불만을 해대던 나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이제야 깨달았다.

조림일이 완료되면 무엇을 할지 계속해서 고민했었다. 음… 나는 하루에 18시간씩 자고 싶었다.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꿈속을 헤매며 겨울잠을 자는 뱀처럼 웅크리고 있으려고 했다.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하느냐? 그건 당연히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즐거운 공부를 하거나.. 그 무엇을 해도 너무나도 즐거울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기대하던 조림일이 끝난 후.. 나는 두근두근하며 18시간 자기에 도전했다.

10시간 만에 질렸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
조림일 하는 동안 성격이 급해져서 영상을 10초씩 넘기면서 본다.
재미없어졌다.
운동을 했다.
재미없다. 왜 내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즐거운 공부를 했다.
책을 차마 책꽂이에서 꺼내지도 못하겠다. 참, 나는 공부를 싫어했지..
침대에 누웠다.. 해가 언제 지는가..?

이렇게 나는 쭈그러들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3개월이나 남았는데 계속해서 쭈구리로 살수는 없다. 너무 비참하니까..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정말 좋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만들고 있다.
이번 겨울에 나는 시트콤을 찍으려고 한다.
파견 단원들의 이상한 성격을 모아서 말도 안되는 영상을 찍으려고 하니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