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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이후, 슈퍼태풍은 오는가?(2)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지난 2012년 8월 28일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된 제 15호 태풍 ‘볼라벤’은 광주 무등산을 지나면서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9.5m를 기록했다. 블라벤은 슈퍼 태풍에 근접하고 있다.
블라벤이 무등산을 지나면서, 8월 28일 하루 동안 광주시 소방 안전센터에 태풍 피해 신고건수는 총 1만 4건으로 광주 소방안전센터가 생긴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번 태풍 볼라벤이 상륙한 8월 28일 사천 해안에서 7만 7천 톤급의 대형 석탄운반선이 두 동강 났다. 흡사 슈퍼 태풍의 시나리오 중 수십만 톤급의 유조선이 파도에 뒤집히는 시나리오를 연상하게 한다.

가상 시나리오지만 슈퍼 태풍으로 소양댐이 붕괴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자.
1970년대 소양댐을 설계할 때만 해도 1,000년 빈도의 홍수를 예견하고 설계를 했다. 하루 강우량 500밀리미터가 1,000년 빈도의 홍수였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 지역에 하루 877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다. 최근 10년간 이와 유사한 초대형 홍수만 7차례 일어났다. 이미 소양댐은 최근 두 차례나 댐 설계 홍수량에 근접하는 대홍수를 경험한 적이 있다. 1,000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소양댐은 2004년 치수 능력을 높여 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 여수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그 후 3차례나 보조 여수로가 낙반사고로 붕괴된 적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속 67미터의 강풍과 하루 1,000밀리미터의 폭우를 동반한 슈퍼 태풍이 기상 전문가들이 예측한 2030년 보다 빠르게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연세대 환경공학과 구자건 교수는 가상 ‘소양댐 붕괴 시나리오’를 이렇게 정리를 하고 있다.

“20??년도, 한반도로 진입하는 태풍이 과거 ‘루사’를 능가하는 강력한 태풍이라는 기상청의 경고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댐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방류를 한다.
– 영향권에 들어선 제주도의 경우 해일 피해가 크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본부를 방문하여 태풍 피해 수습 대처 상황을 보고 받는다. 중부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폭우 피해 예방조치를 강화할 것을 당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은 작정했다는 듯이 강원도 중북부 지방 상류에 집중 호우를 퍼붓는다.
– 소양강 수위는 빠르게 올라간다.
(중략)
– 댐 수위는 홍수 조절수위를 넘어 위험수위에 접근한다.
기능을 상실한 여수로는 댐 붕괴를 일으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 된다. 수위가 상승해 댐 정상을 월류하면 댐은 붕괴된다. 소양댐은 점토, 모래, 바위돌 등으로 쌓아 만든 사력댐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붕괴되리라곤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며칠 계속된 폭우로 소양댐은 붕괴되었다. 인구 26만 여명의 춘천시는 완전히 휩쓸려 나간다. 이는 60년 전 원자 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같다.
– 대통령은 특별회견을 열고….뉴스에 귀 기울이며 불안해하던 수도권 시민 수백만 명의 대 탈출이 시작되었다. 붕괴된 소양댐의 물이 열 시간 후면 서울에 도착한다는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5년 슈퍼 태풍에 해당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때 이미 이를 경고하는 시나리오들이 과학자들에 의해 제시되고 있었다. 물론, 그 시나리오를 정부 관계자들은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골칫거리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드러났다.

한반도도 그렇게 안전한 지대가 아니다. 태평양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한반도 주변의 해수온도 상승, 그리고 계속 강도가 세지고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태풍은 현재 슈퍼 태풍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한반도의 슈퍼 태풍 시나리오는 아주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수 도 있는 시나리오이다.문제는 댐을 더 만들고, 관리를 잘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이상 슈퍼 태풍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슈퍼 태풍급인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슈퍼 태풍이 조만간 올 수 있는 한반도에서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여 이용하면 당장은 좋지만 대가도 함께 치러야 한다.
이것이 2005년 카트리나를 통해 배운 교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