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다 – 만달고비 사업장 이동광 간사

 

이동광, 만달고비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한 사람이 있다. 네비게이션, 양쪽으로 맨 가방과 핸들에는 시계, 물통이 달려있다. 자전거라기 보다는 차라리 자동차에 가까운 이 물건을 타고서 남미의 어느 산자락을 돌아나간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없고 오로지 그 사람 하나만 있다. 옆으로는 산이 있고, 나무가 자란다. 풀도 파랗고 하늘도 파랗다. 어쩐지 그림이 그려지는 하나의 이러한 풍경을 몇년에는 모니터로 보고 있던 한 아이가 바로 나다. 지루했다. 문뜩 세계여행 혹은 자전거 여행이란 말이 유성처럼 떨어졌다. 검색을 하고 그 사람의 블로그를 찾아들어갔다. 몇년동안 진행되고 있는 이 세계자전거여행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몇달, 며칠의 시절이 나에게 단 몇시간만에 독파당하고 있었다. 눈으로 세계를 돌고 자전거를 따라 대륙을 넘어가는데, 마음한켠에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세계 이곳저곳을 보러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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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아무 시간도 아니다. 언젠가는 언젠가일뿐이다. 내일도 아니고 어제도 아닌 부유하는 시간이다. 우리집에 자전거가 곱게 모셔지고 있는것이 그 증거다. 나름의 자유시간이 생기고 나서도 쉽게 세계여행으로 자전거를 선택하지 못했다. 이유는 많다. 만들 시간이 충분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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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읽었다. 사막에 누우면 눈안 가득히 별이 빛난다. 그 곳이 몽골의 사막이라고 나는 어느 책에서 읽었다. 나도 보고 싶었다. 사막에 누워서 별을 보고 싶었다. 눈을 감고 떠도 별이 한가득있어서 마치 물안으로 눈을 들이넣은 것처럼 박아넣고 싶었다. 몽골에 처음 도착하고 나서도 가장 마음 설레였던 것이 별이다. 운명인지 고비지역으로 파견되고 나서 오늘도 어제도 문을 나서면 별이 보인다. 물론, 눕지는 않는다.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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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여행을 안 해봤을리 없다. 따지고 보면 이색적인 여행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 2명과 같이 일주일동안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 10곳을 모아 30곳을 돌아다녔다. 수산물시장, 국회의사당, 전쟁기념관, 남한산성 가능한 거의 모든곳을 갔다. 제주도. 2주일동안 오로지 걷기만 했던 이 여행의 동행은 없다. 혼자서 걸으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또 어떻게 사람들과 사귀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인생이 크게 돌아나간 곳이 몇 군데 있다면 이 지점이 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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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아시아 파견간사로 토요일과 일요일 이렇게 이틀을 포함해서 총 7일간의 휴가가 있다. 몽골 외부로는 벗어날 수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몇가지 안을 생각해봤다. 우선 말그대로 맛있는것도 먹고 편히 쉴것이냐, 아니면 자유시간이 오랜만에 길게 주어졌으니 원래 하고 싶었던 울란바타르 외곽게르촌이나 다른 NGO등을 살펴보고 무언가를 조사할 것이냐, 그러니까 나름 공부하는 시간으로 사용할 것이냐. 이 둘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아래쪽으로 사막트래킹도 괜찮다던데, 홉스골이라는 관광지도 좋다는데, 울란바타르에서 그냥 있을까, 아니야, 외곽 게르촌에 가서 환경이나 기타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좀 들어보자, 근데 위험하다는데 거기는, 이러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결국엔, 휴가계획서를 보내러 가는 그 길에 생각이 바뀌었다. 여행은 원래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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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울란바타르는 시끄럽다. 사람들도 차들도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기가 바쁘다. 그 중에서 난 단연 돋보인다. 큰 배낭, 그 위로 침낭 옆으로 옷가지 또 선글라스. 누가 봐도 여행객이다. 그게 내 앞에서 택시가 멈춰선 이유다. 기사가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많은 짐들을 내려놓고 푸른아시아 사무실로 우선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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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환, 조혜진 간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곳으로 다시 올 사람도 있고,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곳에서 머무는 사람도 있다. 애초에 그 두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잘가라고 공항에 가려고 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난 나름의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다. 기대하면 안되다 했지만, 애써 끌어당겨 일찍 올라왔는데 무언가 그 때 그냥 소외되고 싶지 않았다. 농담으로 나는 모든 사람을 따돌렸다고 하는데, 뭐 대충 말하면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어쨋든 첫날이 지나가고 둘째날도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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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넓다. 이 말은 슬프다. 왜냐면 내겐 단지 7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드고비에서 올라오는 하루, 내려가는 이틀, 이곳에서 삼일, 다른 곳으로 사일, 돌아오는 5일 그리고 무언가 할 수 있는 6, 마음정리 7. 이렇게 바쁘다. 관광지를 애초에 찾아나선게 아니기 때문에 볼 것이라고 대단할 것이 없다. 생각한다. 내가 만약 한국의 어느 도시를 간다고 치자. 그곳은 경주나 제주도가 아니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한 마을로 온 것이다. 외국인이였다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박물관이나 한 도시의 어떤 조각같은 것이 괜히 볼거리가 된다. 본능적으로 새로운 곳에서 낯선 것들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하게 된다. 별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이할 게 없는 것. 내가 오늘 먹고 내일 자고 또 모레 볼 것들을 보면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을 본다는게 어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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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다가 영화처럼 산위로 올라왔을때, 새로운 것을 보게된다. 알지 못했던 시장이나 큰 불상 또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탑과 같은 것이 그렇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그 앞에 앉아서 그냥 생각하는 것이다. 쉬면서 , 좋다하는 것이다. 별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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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소용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찬양하며, 또 다녀온 사람중 일부가 정말로 소중한 경험을 하는건 그 보통적인 것을 잘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별게 아니야, 하지만 그게 정말 중요한거야, 라고 마치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손과 발이 사라질듯한 그 말이 가슴에 박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돌아온 곳에서도 그 생각으로 그럭저럭 잘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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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마음을 품고 가지 않은 여행, 그래서 휴가가 즐겁다. 책도 가져가서 조금 읽고 글도 약간 쓴다. 스케치북을 사서 하지 못하는 그림도 조금 그린다. 왠지 혼자가 된 것 같고, 사색적이 된다. 계획도 세우고 졸리면 잔다. 시간이 완전히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신기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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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돈드고비 조림사업장이 뭔가 낯설다. 일주일밖에 비우지 않았는데, 그 사이 잎이 지고 있다. 낙엽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림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이 넘어가고 이제 얼마지나지 않으면 돈드고비에서 2012년에 할 수 있는 조림사업의 대부분이 끝나게 될 것이다. 사뭇 추워진 날씨며, 바람이며 한번뿐인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곳도 한번뿐인 어느 지점이 지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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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특별할 것이 없다. 단지 날씨가 조금 더 추워졌고, 나무들이 겨울이 올 준비를 하고 있다. 해일이 몰려올때 개미들이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는데, 사람들은 아쉽게 그 자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이 먼저 시간을 읽는다는데, 아마 나도 나무나 풀을 보면서 다가오는 추위나 겨울이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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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사막에 누워 두 눈 가득 별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