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 이후, 슈퍼태풍은 오는가?(1)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나는 점차 강해지고 있는 태풍과 관련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한반도에 초속 67미터 이상의 풍속과 하루 1천 밀리미터의 비를 뿌리는 슈퍼 태풍이 발생할 수 있을까?
발생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과연 슈퍼태풍을 막을 수 있을까? 막지 못한다면 슈퍼태풍에 대한 대비를 한국 정부, 한국 사회는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가 슈퍼 태풍으로 분류하는 사례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이다. 당시 5등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카트리나의 풍속은 초속 70미터였다.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즈의 폰차트레인 호수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이 도시의 80%의 지역이 검은 폐수에 잠겼다. 당시 공식 사망자는 1,069명이었고, 피해 추정액 만 2,000억 달러에 달했다.

나는 2005년 9월 12일자 경향신문에 ‘뉴올리언즈 재앙의 교훈’이라는 시론을 썼다. 그 시론에서 이미 2002년 뉴올리언스 지역신문이 슈퍼 허리케인이 덮치는 시나리오를 연재했음을 밝혔다. 그 지역신문은 조만간 대형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즈를 덮칠 것이고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자동차 없는 사람, 노숙자,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 노인이라는 빈곤층이 대피하지 못해 수천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었다. 대책 마련을 연방정부, 루이지에나 주정부와 뉴올리언즈 정부에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나리오는 3년이 지나 현실화 되었다. 대책이 없이 말이다.

당시, 부시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부시정부는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일제히 미국이 이라크에 정신이 팔려 미국의 재난을 해결할 자원을 없앴고, 카트리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부시 정부의 무관심을 보복했다고 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이 폐수로 오염된 혼탁한 바닷물에 익사하거나 구조를 기다리다 탈수와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갔다.

카트리나가 초속 67미터 이상의 강풍을 동반한 슈퍼 태풍 급이 된 원인은 멕시코 만 해수면온도가 0.5도 상승했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 MIT연구진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2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런 조건에서 루이지애나대학의 해안공학자인 조수하이다는 이미 2004년에 “허리케인이 5등급으로 바뀌어 불어올 때 이 도시는 엄청난 재앙을 당하게 된다”고 예견했다.

그러면 한반도는 어떤가? 이미 기후변화로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온도는 1.1˚c 상승을 했고,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슈퍼태풍에 근접하는 태풍이 발생을 하고 있다.
1904년 태풍 관측 이후, 태풍의 순간 최대 풍속 1위에서 14위 중 9개가 2000년 대 이후 발생했다. 그 중 2003년 태풍 ‘매미’는 슈퍼태풍에 근접한 초속 60미터를 기록했고, 2000년 태풍 ‘프라피룬’은 초속 58미터, 2002년 태풍 ‘루사’는 56.7 미터, 2007년 태풍 ‘나리’는 52.4 미터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초속 67미터의 슈퍼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6년 11월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의 오재호 교수팀은 한반도에 슈퍼 태풍이 발생할 수 있고,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일어날 상황을 컴퓨터 시나리오로 만드는 데에 성공을 했다.

당시 시나리오를 소개하면 이렇다.

“초속 60미터의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집채만 한 해일이 부산을 덮친다. 남해안을 지나는 수십만 톤급 대형 유조선이 파도에 뒤집히고 서울에선 여의도가 물에 잠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소양댐마저 하루 1000밀리미터의 강우량을 이기지 못해 맥없이 무너진다.”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슈퍼태풍이 2030년에 한반도를 강타할 경우 모의실험을 한 결과이다.

문제는 슈퍼 태풍을 정확하게 장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오재호 교수는 ‘각국이 발표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