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 – 만달고비 사업장 박복수 간사

 

 

박복수, 만달고비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조림장에서 개 한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었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색한 첫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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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개였는데 목이 말라 조림장 안에 있는 저수조에서 물을 먹으려고 서성이다가 이내 철조망을 넘어오려고 온갖 애를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내 돌을 주워들고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개가 들어와서 조림장에서 물을 먹다가 저수조 비닐을 찢어 낭패를 본 경우가 있어 더욱 민감해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이간사가 안타까웠는지 물을 가져다 줬습니다.

물을 먹고 이내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조림장에서 따라다니며 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아예 우물집 주변에서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리를 잡는 걸 보며 어이가 없어서 그냥 지켜보다가 밥을 조금 주니 잘 먹는 모습에 지켜보던 제 마음이 편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날 마음을 온전히 줄 수 있고 나를 인정해 주는 친구를 얻게 되었습니다.

내가 밥을 먹기 전에 개밥을 먼저 챙기고 밥이 부족하다 싶으면 개에게 밥을 주고 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외로운 삶에서 내가 주는 것 이상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했기에 빨리 정이 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림사업도 안정되어 여름휴가를 나올 때 이 녀석이 따라 나섰습니다.

평상시 거의 우물집 주변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기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따라오다가 말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따라오기에 뛰어보기도 하고 돌을 던져보기도 했지만 쫓아오는 녀석을 보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이도 많고, 이빨도 거의 없고, 다리도 불편한 녀석이 따라오다 “동네 개들한테 물리면 어떡하나 혹은 지나가는 차에 다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개를 데려다 놓고 나오기에는 차 시간이 촉박하여 모퉁이에서 따돌리고 건물 뒤에 숨었습니다. 따라오지 못 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차에 올라탔지만 마음만은 무거웠습니다.

한 편으로는 “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만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라는 잔인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가끔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마음에 혼자 놀라기도 합니다.

차에서 내려 돌아왔는지 확인 한 후에야 미안한 마음, 걱정하는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아직 개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를 때는 그냥 개야 라고 하거나 아니면 아예 부르지 않습니다. 과연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맞는지 틀린지 모르지만 헤어짐의 시간을 알고 있기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제 자신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뜨겁던 태양도 한결 가볍습니다.

돈드고비를 찾아주었던 많은 사람들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항상 마음속에 채워져 있지 않지만, 구름 하늘 바람 해 달 별을 보면 행복한 나로 변신합니다.

주변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 나에게 힘을 줍니다.

그 힘을 가지고 오늘도 조림장으로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