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몽골에 있는 이유 – 만달고비 사업장 박복수 간사
박복수,?만달고비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
난 지쳐 있었다.
그냥 지쳐 있었던 것이다.
뒤에서 무엇이 쫓아오지는 않지만, 늘 쫓기는 것 같았다.
심장을 강렬하게 뛰게 만드는 충격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조카가 생겼다.
뇌에서는 큰일이 발생했다고 신호를 준다.
과연 난 작은 애기에게 어떤 존재일까?
난 서른 살을 훌쩍 넘었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키는 그냥 그렇고…
그냥 엄마의 오빠(삼촌)로 가끔 용돈 줄 수 있고, 특별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그냥 삼촌일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조카에게 부끄러운 삼촌이네”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 때부터 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군대에서의 꿈 : 나무
대학교에서의 꿈 : 나무심기
직장에서의 목표 : 나무에 대해 많이 알기
?잘하는 일 : 참기, 지각 결석 안하기
내가 봐도 특이한 걸 잘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결정이 되었다.
나무
나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참 재미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정성을 들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돌려준다.
나무를 마음으로는 동경하지만, 머리로는 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나무의 가격은 얼마라고 늘 외우듯이 말하고 다녔다. 그냥 말했다.
현실에서의 나는 상점의 라면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돈으로 나무의 가치를 정하는 것이다.
그런 라면 같은 나무를 전화로 주문하면 지방 어딘가에서 차를 타고 상경한다.
죽음과 삶의 가운데에서 나무가 도시로 유학 오는 것이다.
유학 와서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많은 나무가 고향에 묻히지도 못하고 그냥 죽는다.
정말 나무에게는 “미안하다”는 이야기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나무에게 상처주고, 내 마음에도 상처를 주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무는 뿌리를 내리면 한 곳에서 죽을 때까지 산다.
움직이지 않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한결같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런 나무처럼 조카에게 그늘이 되는 삼촌이 되고 싶다.
몽골에서의 생활은 나무를 나무답게, 나를 나답게 만들고 있다.
몽골에서 하고 싶은 건 있다.
걱정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도 가고 싶고, 조카도 보고 싶고,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기도 하고,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편하게 쇼핑도 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잠깐 대충 몽골어
한국어의 “~~~하고 싶다”와 동일한 의미의 동사원형 +마르벤 (маар байна.)이 있다.
백수의 간절한 바램 / 일하고 싶어 – 아질 히메르벤 (ажил хиймээр байна)
직장인의 바램 / 쉬고 싶어 – 아마르마르벤 (амармаар байна)
굶주린 자들의 바램 / 먹고 싶어 – 이드메르벤 (идмээр байн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