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_02 (2)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빛과 그림자_그림자 편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지난호에 이어 계속)

3.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의 주요 그림자

배출권 거래제법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기후변화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야 하는데 배출권 거래제도가 온실가스에 대한 총량규제를 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국제적인 흐름에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애초 국제사회에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온 원래 취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배출권 거래법이 이러한 애초의 취지와 매우 거리가 있다는 점이며 그렇기에 실망스럽다.

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이 법의 12조 4항은 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에 불리하다고 제기하고 해외로 기업을 옮길 가능성(그렇다. 가능성이다)을 주장한다면 정부가 100% 무상 할당을 제공해 줄 수 있음을 열어 놓았다. 이와 관련하여 배출권 거래법의 주관 부처가 되고자 하는 환경부의 유영숙 장관은 5월 21일 언론에 “기업에게 100% 무상 할당을 하겠다. 그래서 기업의 경쟁력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유장관의 이 인터뷰를 보고 매사 기업 편에 서왔던 지식 경제부 장관으로 착각을 했다. 지구 온실가스의 규제가 국제적인 현안이 되고 있는 마당에 국제적인 흐름과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기업에 적용해야할 환경부 수장이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배출권 거래제의 애초 취지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결국 적절한 할당 기준이 없고, 기업이 배출권 강제할당을 피해나가기 위한 전투를 벌일 때 이 법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임을 미리 예고해준 셈이다. 배출권 거래소도 문제다. 현재 배출권 거래소가 없는 한국에서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 솜방망이 온실가스 규제로 전락할 수 있는 이 법에 대해 왜 이렇게 배출권 거래소를 둘러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일까?

해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탄소 거래시장은 종종 국제투기 자본이 주도하는 ‘거대한 체스판’이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국제 투기자본의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기준’이 없는 배출권 거래소는 단언컨대 매우 위험하다.

나는 기후변화라는 현안이 시장과 돈의 논리로 환원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국 사회에 존재하고, 나아가 정부에 의해 그러한 흐름이 주도되고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어 5%의 유상할당이 될 경우 1조원의 비용이 들 것을 우려하여 기업에게 100% 무상할당을 공언한 환경부 장관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예컨대, 2011년에 한국의 정부 산하 연구소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100년이 되면 한국의 기온이 섭씨 4도가 오를 수 있다는 전제를 하면서, 그 때까지 한국이 입을 경제적인 피해는 약 2,800조원이라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낸 보고서를 한국 판 ‘스턴보고서’로 명명을 한 바 있다. 물론 이런 경제적인 피해액을 환산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단 지구의 생태와 사회적 영향을 종합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내어 놓을 경우에 한해서다. 경제논리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참으로 위험한 논리로 갈 수 있다.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제 4차 보고서에는 인류가 현재처럼 기후변화를 방치한다면 인류는 8년 안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지구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지구 생태는 돌이키기 힘든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 예로 40년 동안 섭씨 2.1도가 올라간 몽골의 사례를 환기해 왔다. 호수 1,166개 및 강 887개가 사라지고, 식물종의 75%가 멸종하는 가 하면 인구의 10%가 환경난민이 된 몽골의 현재가 바로 2도가 올라간 현실인 것이다. 만일 섭씨 4도가 올라간다면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이 멸종될 것이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지구의 대부분이 사막화될 것이며 일부 기후학자들의 이야기처럼 빙하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는 동시에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구의 생명체가 대부분 멸종한 지구에서 인간만이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4. 간략한 결론

다시 한 번 정리 하자면, 배출권 거래제를 제기한 이유는 이런 기후변화의 무서운 미래를 막자는 것에 있다. 머지않아 국제사회가 모든 상품과 항공기, 선박에 엄격한 온실가스 규제를 하면서 무역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현재 만들어진 배출권 거래제법 만으로는 미안하지만 이 전쟁을 준비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통과된 배출권거래제도는 녹색성장위원회가 기대한 “이제 이 제도 도입으로 세계 탄소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참으로 멀어 보인다. 이처럼 탄소시장에서 돈을 벌려는 의도만을 드러내는 한 한국은 진정성과 신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기대하는 빛 보다 그림자가 너무 커 보인다. 이미 환경부 수장조차 100% 무상할당을 주장하는 마당에 이 제도의 주무부처를 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론은 이렇다. 정부와 기업 중심의 배출권 거래제가 아니라, 과감하게 NGO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왜냐하면 배출권 거래제의 문제는 경제문제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기준을 확고히 하면서 배출권 거래제를 만들고 검증 시스템을 제안하고 만들어내는 NGO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현재 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와 기업 주도로만 진행하면서 잘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그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원래의 배출권 거래제의 취지에 따라 법을 개정하고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무거운 페널티와 명쾌한 인센티브,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분명한 검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인류와 공동체, 지구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성장의 잔치를 끝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