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살이 차오르는 이유 – 에르덴 사업장 배인경 간사

 
 

배인경, 에르덴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일은 고되고, 근처엔 가게도 없고.

하지만 에르덴의 간사들은 우량 돼지처럼 포동포동 살이 오른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무엇을 먹기에 그렇게 살이 찌는가?

그 해답을 오늘 찾아보자. <Recipes Created in Erdene>

 

 

쿰피르(Наранцэцэг)

<재료>
감자, 당근, 적양배추, 양파, 소금, 후추, 설탕, 마요네즈, 요리당, 식초, 라임즙, 허브, 버터, 치즈(크림치즈), 타락(몽골 요거트), 물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소금과 후추를 조금 넣고 감자를 삶는다.
2. 적양배추를 썰어서 식초, 설탕, 라임즙, 허브, 요리당, 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것에 넣고 최소 반나절 이상 재운다.
3. 양파는 다지듯이 잘라서 식초에 재운다.
4. 당근은 작게 깍둑썰기 하여 마요네즈, 설탕, 소금과 함께 버무린다.
5. 그 동안 익은 감자를 버터, 치즈, 소금과 함께 으깬다.
6. 5에서 만든 매쉬드 포테이토를 동그랗게 만들어 접시에 담고 위에 타락을 흠뻑 뿌린 후, 2,3,4에서 만든 야채를 보기 좋게 위에 올린다.


<코멘트>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만드는 에르덴의 고급 요리.
대접하고픈 손님이 왔을 때, 모든 요리 재료가 있을 때, 시간이 있을 때,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만들어지는 요리이다.
생각보다 빨리 배가 차므로 욕심내어 너무 큰 감자를 고르지 말도록 하자.

배터지는 보쯔(Бууз)

<재료>
밀가루, 고기(소고기 혹은 양고기), 양파, 김치, 소금, 물, 라임즙, 타임, 후추

<만드는 법>
1. 밀가루, 소금, 물을 넣고 반죽을 해서 잠시 어딘가에 놔둔다.
2. 살짝 해동된 얼린 고기를 다진다.
3. 다진 고기는 라임즙과 소금, 후추, 타임을 넣어 밑간한다.
4. 양파도 잘게 썰어 3과 섞는다. 여기에 밥도 조금 추가해도 된다.
5. 지금까지는 고기 보쯔 속 만들기였고, 고기를 안 먹는 사란체첵을 위해 김치, 양파, 소금으로 김치 보쯔 속을 만든다.
6. 1의 반죽이 어느 새 약간 부풀어 있다. 보쯔 피를 만든다.
7. 고기 속과 김치 속을 넣어 빚는다.
8. 쪄서 먹는다. 7의 과정에서 빚은 후 납작하게 눌러서 튀기면 호쇼르가 된다.


<코멘트>
고기 보쯔는 한국의 맛과 몽골의 맛이 적절히 섞인 것처럼, 음.. 마치 플라멩코를 추는 듯한 맛이다. 맛있다.
김치 보쯔는 내가 먹을 것이 아니라서 대충 만들었더니 어딘가 빈 맛이 난다. 기름이 안 들어가서 그런 듯.
밀가루+고기의 조합이라 먹으면 배가 터진다.

야밤에 퍼먹는 밀크 샤베트

<재료>
우유, 설탕, 소금, 요리당

<만드는 법>
1. 우유에 설탕, 소금, 요리당을 넣고 잘 섞는다. (기호에 따라 타락을 첨가하면 요거트 샤벳이 된다)
2. 거품기로 휘저어 거품을 만든다.
3. 냉동실에 넣고 얼린다.
4. 약 20분에 한번씩 거품기로 저어준다. 갈수록 빨리 어므로 갈수록 자주 저어 주어야 한다. 뭘 그렇게 먹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지 회의감이 들 수도 있으나 맛있으므로 즐겁게 젓자.
5. 보고 완성된 것 같거나 먹고 싶어서 못 참겠으면 먹는다.


<코멘트>
몽골 초원의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젖이, 마치 북극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녹는 것을 경고 하는 듯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달지 않게 조절할 수 있어서 웬만한 카페에서 파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요거트보다는 우유 샤벳이 맛있음.

재료가 다 떨어졌을 때 먹는 눈물의 주먹밥

<재료>
밥, 식초, 소금, 설탕, 참기름, 고추장, 케첩, 깨

<만드는 법>
1. 식초, 소금, 설탕, 참기름으로 초를 만들어 밥에 섞는다. 이 때 후리가케가 있다면 넣으면 더 맛나다.
2. 고추장, 케첩, 설탕, 깨로 주먹밥 속을 만든다.
3. 1의 초밥을 동그랗게 뭉친 후 안에 2의 양념장을 넣는다. 김이 있다면 밖에 붙여도 좋다.


<코멘트>
모든 야채에서 싹이 터서 음식이 아닌 식물로 보일 때, 잇따른 정전으로 고기가 다 썩었을 때, 밑재료만 가지고 만드는 음식.
이걸 만들어서 씹어먹고 있으면 왠지 비참한 기분이 들지만 간단히 먹을 만 하다.

몽골리안 노마딕 티

<재료>
차, 물, 소금

<만드는 법>
1. 차(여러 번 우려 연해진 게 더 노마딕함)를 끓인다.
2. 동시에 소금을 어..? 좀 과한데.. 싶을 정도로 넣으며 계속 끓이면 완성.


<코멘트>
주민들 게르에 가면 대접받는 차와 비슷함.
한번 끓여놓으면 목이 안 말라도 계속 마시게 된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우려됨.
다른 음식들과 궁합이 좋다.

수헤 간사님 표(Төмстэй тефтел)

<재료>
쇠고기, 감자, 양파, 우유, 버터, 소금

<만드는 법>
1. 살짝 해동된 얼린 고기를 다진다.
2. 양파도 다진다. 1과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2를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 오븐에 넣고 굽는다.
4. 감자를 삶아서 우유, 버터, 소금을 넣고 으깬다.
5. 3의 구운 것 위로 감자 으깬 것을 케이크 생크림 바르듯 예쁘게 덮는다.
6. 칼집을 내고 다시 오븐에 굽는다.


<코멘트>
수헤 간사님께 만드는 법을 배워서, 여기 있는 많은 레시피 중 유일하게 정확한 요리법의 몽골음식이다.(나머지는 먹어보고 비슷하게 만든 무국적 음식이다)
만들 때는 오븐이 없어서 몇 가지 과정을 생략했지만 맛있었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주말 점심에 가볍게 먹을 것만 같은 음식이다.

광어회가 그리울 땐 미역무침

<재료>
미역, 고추장, 라임즙, 요리당, 참깨, 참기름

<만드는 법>
1. 미역을 불려 놓은 후, 물기를 짜고 작게 자른다.
2. 고추장과 라임즙, 요리당을 적당히 섞는다.
3. 아까 잘라 놓은 미역을 무친다.
4. 참기름을 적당히 넣고 참깨도 마구 뿌린다.


<코멘트>
미역무침이지만 한국인의 미뢰 속에 기억된 광어회의 맛이 아련하게 날아오는 듯 하다. 그냥 먹어도 좋고 광어회를 상상하며 먹어도 좋다. 회 먹고 싶다.

몸보신에 좋을 듯한 고기고기죽 (Нараагийн шөл)

<재료>
쇠고기, 감자, 당근, 양파, 밥, 다진 마늘, 타임, 소금, 몽골 차(소금 넣은 차), 물, 버터, 깨

<만드는 법>
1. 고기를 왕창 꺼내서 통째로 삶으며 육수를 낸다. 육수에는 물과 몽골 차, 타임, 다진 마늘, 소금을 넣는다. 몽골의 고기는 피를 안 빼기 때문에, 계속 거품을 걷어내 잡내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육수를 내는 동안 감자, 당근, 양파를 아주 작게 깍둑썰기 한다.
3. 냄비에 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고 잠시 갈릭버터 스멜을 즐긴 후 감자와 당근을 볶는다. 소금으로 살짝 밑간을 한다.
4. 이 때쯤 고기가 익으므로 꺼내서 죽에 넣기 좋게 썰어놓는다. 이때부터는 고기를 먹으며 즐겁게 요리해도 좋다.
5. 3의 볶은 야채에 양파도 넣고 볶다가 육수를 붓는다.
6. 밥솥에서 오래되고 맛 없는 밥을 퍼와서 투하한다. 간을 보며 적당히 몽골 차, 물, 소금을 넣는다.
7. 4에서 썰어놓은 고기도 많이많이 넣는다.
8. 약한 불로 끓이다가 적당히 물과 깨를 첨가하며 끓이면 완성. 기호에 따라 간장, 후리가케, 다시다 등을 첨가할 수도 있으나 안 넣는 게 맛이 깔끔하다.


<코멘트>
한번 먹으면 3그릇을 먹을 수 있는 무서운 음식.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고기에 대한 욕구를 한번에 충족시킬 수 있음.

이성을 잃게 만드는 돼지당근(Луувангийн салат)

<재료>
당근, 마요네즈, 설탕, 소금, 식초(or 라임즙)

<만드는 법>
1. 당근을 감자 껍질 깎는 칼로 깎는다. 계속 깎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2. 한 때는 한 몸이었던 수많은 당근 껍질들을 칼로 자른다.
3. 마요네즈, 설탕, 소금, 식초를 적절히 섞은 후 당근을 넣고 비빈다.


<코멘트>
입에 끝없이 들어가는 달콤상큼한 맛.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젓가락으로 바닥의 마요네즈를 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도시락 반찬으로 싸갔을 때 바야 오빠와 앙카 아줌마가 맛있다고 칭찬하며 다 먹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