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이란 그런 것이다 – 에르덴 사업장 배인경 간사

 

 

배인경,?에르덴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 삽질이란 그런 것이다.

뿌리가 얽힌 위쪽 땅은 파기 힘들다. 새파랗게 돋아난 연약한 새싹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뿌리 채 퍼 낸다. 겨우 풀들을 다 긁어냈나 하면 이번엔 돌들이 못생긴 얼굴을 내민다. 중국의 정원에 갖다 놓아야 할 듯한 기암괴석을 뽑아내기 위해 삽으로 내리친다. 돌에서 경쾌한 소리가 난다.
깡~ 깡~ 나는 한 순간 다이아몬드를 캐고 있는 광부가 된다. 하지만 고생 끝에 캐낸 돌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내던진다.
큰 돌을 뺐더니 작은 돌들이 올망졸망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와, 작은 돌이라 다행이다. 작은 돌은 비누방울처럼 삽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간다. 구덩이로 몸을 숙이고 손으로 하나하나 빼낸다. 차라리 바위 10개가 낫겠다.
돌도 다 치웠으니 이제 약 20cm만 더 파면 된다. 이젠 쉽겠지. 하고 생각하며 흙에 삽을 꽂는다. 안 꽂힌다. 흙이 돌보다 단단한 기적을 보았다.
갖은 고생을 해서 겨우 구덩이 하나를 완성하였다. 행복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제 이런 구덩이 13000개만 더 파면 된다.

나는 꿈에서까지 삽질을 한다.

#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몽골의 초원처럼, 파야 할 구덩이는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삽에 기대어 서서 저 멀리 보이는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생각하곤 한다. 저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좋겠다. 어쨌든 편히 앉아 있어서.
바삐 돌아가고 있을 학교 캠퍼스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강의를 들으며 졸고 있을 친구들이 부럽다. 적어도 그들은 강의가 끝나고 한 잔에 5~6천원 하는 스무디를 사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왜 작년에 카페 메이에서 버블티를 사먹고 반이나 남겼을까? 그 남긴 음료수를 지금 준다면 나는 절을 하고 끝까지 먹을 텐데.

# 힘들다. 하얗고 가녀렸던 내 손은 무쇠 주먹이 되었다. 작업 시작한지 몇 주나 됐다고 벌써 내 팔에는 우락부락한 근육들이 돋아나고 있다. 6개월 동안 복싱을 해도 안 생기던 근육들이.
구덩이를 파면 환각이 보인다. 맛 좋은 타락(몽골 요거트), 지글지글 불고기, 우유 샤베트, 빵, 밥.. 하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아무것도 없다. 찬장에는 마치 두 가지 채소를 한번에 맛볼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이라도 한 듯 파가 돋아나고 있는 양파 2개, 새 생명이 움트고 있는 조그만 감자 4개. 고기는 며칠 전 하루 종일 정전 되었을 때 이미 썩어 버렸다.

# 쉬는 시간. 배가 고파 저 멀리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습격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아저씨이다. 사자 같은 아저씨가 오늘도 내게 몽골 씨름을 신청했다. 나는 몽골 초원에서 사자와 겨룬다. 매일매일 졌지만 오늘만큼은 이겨야지. 나는 1991년 8월 8일 내가 태어날 때보다도 더 용을 쓴다. 흐버!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사자를 쓰러뜨린다. 주민들이 “나라! 샌!샌!(나라, 잘한다!)” 하는 소리가 초원에 울려 퍼진다.

으하하. 이런 맛에 몽골까지 와서 삽질을 하는구나.

어쨌든 나는 내 22년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