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 몽골의 게르 – 만달고비 사업장 박복수 간사

 

 

?만달고비 조림사업장?박복수 간사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 집이란 다른 무엇과 소통이 어려운 공간이었다.
네모난 아파트의 네모난 문안에 들어가면 세상과 소통이 단절된다.
다시 네모난 방문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 가족들과 단절된다.
단절된 내가 네모난 모니터에서 세상을 만난다.
난 이러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조림작업 시작 전 몽골의 게르(몽골의 전통 가옥)를 설치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점차 형태를 갖추어 가는 것을 보면서 몽골사람들에게 게르는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몽골에 오기 전 광나루역에 있는 몽골문화원에서 몽골어를 배울 때, 기회가 되어 게르를 설치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로 인하여 내가 게르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본 게르는 형태만 눈으로 본 그냥 게르였다.
그들의 삶을 보지 않고 보았던 게르는 장식품이었던 것이다.

게르에서의 삶은 가족끼리 모든 것이 공유되는 공간이다.
공유된다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몰라도 실제 모든 부분이 공유된다고 생각되면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그들은 공유되는 생활에서 자유를 찾을 것이다.

몽골의 게르는 정말 멋있다.
어렸을 적 나는 나만의 장소를 갖는 것을 원했다.
내가 게르에 들어가면 왠지 어렸을 적 나만의 장소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는 게르를 감싸고 있는 천의 두께만큼의 거리에 있다.
문을 열면 바로 자연이 있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자연으로 가기 위해서는 방에서 현관문을 통해 복도로 나가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아파트 동 출입문을 지나고 나서야 자연과 만날 수 있다.
이마저도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출근하고,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올라간다면 자연과 만날 일은 없다.
알게 모르게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창문을 통해서 멋진 풍경을 액자로 만들어 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생각된 이유 중에 하나가 ‘Орох(어러흐)’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의 뜻은 : 들어가다, 눈 또는 비가 내리다”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들어가다’와 ‘내리다’의 의미는 다르다.
왜 같지? 몽골에서는 그렇게 사용한다고 그냥 배웠다.
한 단어로 두 가지 표현이 가능하며, 그 표현이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 단어를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이해가 될까?
“이미 자연과 하나이며 대지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 까 싶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가 손님이라면 넓은 대지에 살고 있는 사람은 주인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눈과 비가 내려 대지를 적시는 것을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전부터 그들의 언어에 ‘나와 자연은 하나다’라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오늘 가진 나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게르는 따뜻한 자연과 난폭한 자연 사이에 입고 있는 옷이다.

나는 아직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 생각이 그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