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변화의 한가운데 포위되어 있다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1. 지구촌이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이 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 정부의 환경정책 중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한 점수를 백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나? 그리고 그 이유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mistration, www.eia.gov)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연간 1인당 배출량은 10.9톤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배가 높은 영국, 일본, 독일보다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고탄소 비효율 경제국’으로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 정책인데 매우 실망스럽게도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2008년 8월 15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나는 유엔에서 나온 여러 보고서를 볼 때마다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제사회의 주요한 모범 사례로 소개된 것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다.
그렇지만 4년째인 현재까지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 1월 26일 한국 환경부는 미국 예일대와 콜롬비아대가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2012년 환경성과지수(EPI)’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2개국 중 106위를 기록하여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의 진입을 선언했다. 이런 야심찬 선언과 달리,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세제개혁’, ‘탄소배출권 거래제’라는 유의미한 정책들이 기업들의 반발과 요구에 밀려 계속 유보되고 있다.
현재 지구촌의 지구온난화 대응 방향과 속도를 고려할 때 한국정부는 대응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준비 시간을 갖기 위해 속도를 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다 잔치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2.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는다거나 기후온난화로 인한 환경대재앙이 멀지 않아 일어 날 것만 같은데 일반인들의 매일 매일의 생활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해 별로 신경을 못 쓰거나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 기후온난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진단하는가?

지구온난화를 이야기 하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과 북극곰과 펭귄이 이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북극처럼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펭귄과 북극곰에게 안타까운 문제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즉 나와는 무관한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미 지구촌 전체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매우 심각하게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는 지구생명과 인간의 문제이고 나의 문제가 되어 있다. 북극곰과 펭귄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2009년 8월 나는 아시아 12개 나라에서 온 과학자들과 함께 기후변화의 현실을 논의한 적이 있다. 여기서 남아시아에서 온 과학자들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는 이미 기후변화의 전시장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2010년 7월 21일, 파키스탄의 ‘파샤와르’와 인근 지역에 초대형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300mm씩 내리기 시작한 폭우는 순식간에 파키스탄 국토의 20%에 해당하는 지역을 삼켰고, 빈민들이 밀집한 이 지역에 2천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여기에 대해 알자지라 방송은 ‘100년만의 최악의 홍수’라고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장을 찾아가 ‘여러 재해 현장을 보았지만 이런 참상은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2008년 5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시스’로 10만 명이 죽고, 5만 명이 실종, 1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이야기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에 일어난 현실이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지구촌은 전쟁보다 테러보다 훨씬 비극적인 현실에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참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과 경작지를 잃고 떠돌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환경난민’이라고 부른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이런 참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더욱 강력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3.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환경대재앙 하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 같다.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환경문제는 어떤가? 또 세계적으로 환경재앙이 가장 심한 지역은 어느 곳인가? 기후변화의 안전지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15년 동안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한국에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그 때마다 좌절을 겪어 왔다. 특히,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진 1997년부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한국에서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이 많았다. “왜 당신은 100년 뒤에나 일어날 이야기를 해서 당장 바쁘고 할 일도 많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가?” “인기 있는 주제를 가져와라. 기후변화니 사막화니 그런 주제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2007년 초반까지 10년간 이런 반응이 많았다.
그렇지만 2007년부터 기후변화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확산되면서 이제는 다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지구촌에 기후변화가 발생해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참 안되어 보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기후변화 영향이 없어 다행이라”는 태도가 그것이다. 지난 몇 년간 만나온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한국은 기후변화의 안전지대일까? 그저 우리와 먼 남의 이야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있고 기후변화 재앙에 포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에 기후변화로 급속하게 확장된 사막화로 발생한 대규모 황사, 2011년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원전의 방사능 누출,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슈퍼태풍, 그리고 백두산 화산 폭발의 가능성…..
현재 한반도는 오른쪽 슈퍼황사, 왼쪽 방사능, 남쪽 슈퍼태풍, 북쪽 화산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재앙의 한가운데에 있고 포위되어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상황에 던져져 있을 뿐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환경재앙이 가장 심한 지역과 덜 심한 지역, 안전한 지대가 구별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본다. 물론, 30년 전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이 사막화의 확장으로 고통을 받는 대표적인 환경재앙 지역이었다. 지금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북미, 유럽 등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구촌의 환경문제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촌은 현재 하나의 환경공동체로 연결되어 기후변화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