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바양노르 사업장 이현명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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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명, 바양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한국으로 떠나기 일주일 정도를 남겨놓고 바양노르에 다녀왔다. 몽골은 출국하기 위해서도 비자가 필요하다. 물론 내가 근무했던 바양노르에 출국비자를 받으러 가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함께 근무하고 한 지역에서 같이 살았던 주민으로써 인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몽골 간사님들과 함께 바양노르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바양노르로 향하는 길은 꽤나 자주 다녔던 길이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했다. 처음 짐을 싣고 바양노르로 향했던 그 느낌이 말이 많은 나를 과묵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른 채 포터의 조수석에 앉아 하염없이 넓게 펼쳐진 초원을 달렸던 첫 느낌은 지루함 보다는 신기함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2년간 1평반의 고시텔에서 자취하던 나를 수만배 넓은 몽골의 대초원으로 인도했다. 도로 곳곳에 마실 나온 양들과 눈 속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앞발로 풀을 찾는 말들을 보며 작년 3월로 타임머신이 불시착한 기분을 한껏 즐겼다. 졸다가 가다가를 반복하다가 갈림길이 나왔다. 직진만 하면 되는 초원의 도로에서 딱 한번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곳에 들어서면 큰 고개를 8번만 넘으면 바양노르라며 나를 달랬던 운전기사 아저씨가 생각났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번도 8번까지 세어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34번 세다 보면 이내 도착하곤 했다.

바양노르에 도착한 나는 목적지인 사랑치멕 팀장의 집에 내리지 않고 마을의 중심부에 내려 일부로 30분 정도를 걸었다. 마침 초등학교의 수업이 끝나 하교하던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처음엔 못 알아보더니 이내 에코투어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하나 둘 나를 알아보곤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하늘을 날 것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소들, 곱게 페인트칠 한 주민들의 집을 보면서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에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몇 장의 사진을 담으면서 도착한 집에선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사랑치멕 아주머니는 1년간 나와 함께 같은 조림장을 담당하면서 때로는 어머니처럼 때로는 조력자로 참 많은 도움을 주셨던 아주머니이신데 이번에도 내가 오자마자 요리를 내어 오시고 탄산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딸을 시켜 콜라를 사오게 하셨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까지 받은 나는 할머니 댁에 다녀온 손자처럼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졌다.

몇 가구를 더 들리고 그만큼의 음식과 정으로 그리고 한동안은 보기 힘들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면서 난 바양노르 앓이를 꽤나 오래 하겠구나라는 것이 느껴졌다. 힘들었던 일은 추억으로 보듬고 즐거웠던 기억은 미소로 감싸 안으며 바양노르를 떠난다. 전쟁터의 참호 같은 도시 속으로 떠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다시금 돌아오겠다는 다짐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