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Special Story] GAK와 함께 한 천일의 약속

이승지 정책팀장

얼마 전 막을 내린 SBS드라마 제목이 ‘천일의 약속’ 이었다. 물론 드라마와 같은 일이 푸른아시아에 생기진 않았다. 드라마 내용이 아닌 제목을 보면서 문득 ‘천일’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로 푸른아시아 대학생 녹색홍보대사 프로그램인 ‘Green Asia Keepers’가 3기를 맞았다. 3년이면 천일이 조금 넘는 날들이다.
2009년 1월,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대학생들에게 푸른아시아 몽골 에코투어를 소개하고 싶었고, 단순히 에코투어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이 개인문화와 소비문화에 젖어 있는 대학생들에게 지구공동체를 생각하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푸른 지구인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름도 푸른아시아(Green Asia)를 지키고 아시아를 푸르게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Green Asia Keepers라고 붙였다. 그리고 적어도 GAK 3기가 모든 활동을 마칠 때 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리라 ‘천일의 약속’을 다짐했다. 천일의 약속을 지키면 Greenhouse Effect(온실효과,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가 아닌 GreenAsia Effect 가 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우리는 믿었다.

처음 GAK 1기를 맞이하고,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학생들과 부대끼고 씨름하면서 과연 푸른아시아가 GAK를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을지, 또 GAK 가 내년에도 진행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푸른아시아는 바쁜 대학생들에게 끊임없는 동기부여와 책임감을 요구해야 했고, GAK들 역시 자신 스스로가 한 약속과 한 여름 단 열흘의 꿈같은 추억을 거름 삼아 6개월 이상의 긴 시간을 지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GAK 2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1기들 보다 좀 더 많아진 인원이었기에 으쌰으쌰 힘이 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 사막화와 같은 당장 나의 일이 아닌 이슈에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본인 스스로도 좀 더 불편함을 감수하면 녹색 지구인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지하철 역사에서의 퍼포먼스, 작품 전시 등을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했고, 거리 캠페인을 위해 펀딩 제안서를 들고 학교, 기업 등을 쫓아 다녀야했다.
그래도 사람과 시간이 갈수록 힘든 일도 즐거웠고, 나의 작은 불편함이 지구를 푸르게 지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보람도 커졌다.

어느덧 3기가 뽑혔다. 처음 1기가 시작되었을 때 보다 3기는 인원수가 두 배로 늘었고, 활동도 그 만큼 다양해졌다. 처음 상상했던 GreenAsia Effect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거리캠페인, 대학생 녹색디자이너들의 에코 전시회, 카페 사진전, 청소년•장애우 환경교육, 그리고 UNCCD COP10에까지 참석하면서 GAK들의 활동은 세계무대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올해를 마감하며 GAK 3기 활동도 막을 내린다. 푸른아시아는 22명의 대학생들과 아시아를 푸르게 만드는 ‘천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앞으로 몇 번의 ‘천일의 약속’이 더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십 번의 ‘천일의 약속’이 지켜지면 우리 지구가 녹색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1000명의 푸른 대학생 GAK들이 그들만의 천일의 약속을 지키는 그날까지 다시 한 번 ‘천일의 약속’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