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에서의 새로운 일상 – 바양노르 사업장 박상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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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환, 바양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11월 초, 바양노르에서 열심히 조림사업을 했던 4명의 현장간사들은 가을 조림을 잘 마무리 하고 짐을 싸고서 울란바타르로 올라왔다. 가능하면 현지에 그대로 머물며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혹독한 추위로 야외에서의 조림활동이 불가능한데다가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겨울기간 동안 도시에서 생활하며 울란바타르에 있는 푸른 아시아 지부 사무실에 출퇴근을 하며 지난 조림사업을 정리하고 또 내년에 할 일들을 서로 고민해가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짐이 이렇게 많았었나? 했던 의아함, 시골에서, 게다가 게르에서 난롯불을 때며 지내다가 도시에서 지내는 건 어떨까? 하는 궁금함과 설레임, 등등.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던, 떠나기 몇 일 전의 시간들.
새로 구한 숙소는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 수세식 변기, 온수가 나오는 욕조, 라디에이터로 난방이 되는 거실과 방, 무선 인터넷, 집 앞에 위치한 대형 마트, 등등. 시골에서 흙을 밟고 흙을 만지며 몇 개월을 보냈던 내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도시의 생활환경이 매우 낯설고 또 놀라웠다. 이사 첫 날 밤, 가구도 채 장만하지 못한 거실 바닥에 누워서 낯섦과 편안함이 새삼스러워 혼자 키득키득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바양노르에서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동네 개들이 짖어대는 바람에 늘 여러 번 잠을 설쳤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걱정은 없겠구나, 하고 배시시, 웃었더랬다. 그리고 깊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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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오고가며 몽골인 지부 간사님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했다. 상대적으로 통신시설이 빈약한 곳에서 현장간사들이 조림사업을 하다 보면 종종 신속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매우 간절할 때가 있는데, 그리고 몽골어가 서툰 한국인 간사들과 한국어가 서툰 몽골인 간사님들과의 소통이 매우 조심스러웠는데 사무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필요한 자료나 도움이 즉시 공유가 되니까 일의 능률도 오르고 또 서로간의 친밀도도 높아지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이 저절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바람직한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 올라와서 좋았던 점은 업무시간 이후에 자기계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장간사 중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춤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자신들의 시간을 스스로 관리해가며 더 멋진 모습으로 갈고 닦을줄 아는 멋진 젊은이들이었다. 나는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몽골어를 배우기도 했다. 게으른 성격에다가 혼자 책을 보며 몽골어를 공부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는데 선생님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모르는게 있으면 사무실에서 몽골인 간사님들께 물어보니 실력이 부쩍 느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던 마을이 궁금하고 그리울 때가 있다. 이렇게 추운데 주민들은 따뜻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나무들은 잘 자라는지, 등등. 출장으로 마을을 향할 때면 마치 고향집을 가는 것처럼 마음이 마구 설렌다. 마을에 도착하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 방방 뛰게 된다. 주민들은 활짝 웃으며 반겨주고, 정이 들었던 동네 개들은 저만치에서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내 주변을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방방 뛰며 좋아라한다. 하얗게 쌓인 눈 사이로 얇은 줄기를 똑바로 드러낸 나무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얼마 전 ‘에르덴’ 조림지에 담당 간사들과 함께 간 적이 있다. 늘 다른 지역의 조림장이 어떠한지, 그 곳에서 함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동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주민 교육의 일환으로 ‘펠트공예’를 함께 하는 시간이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게르에 모여 남녀노소 불문하고 열심히 신발을 만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아낌없이 장작을 집어넣은 난로의 따뜻한 기운이 금새 게르 안을 가득 채웠다. 도시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할 온기였다.
소도 거뜬히 잡을 것만 같은 거구의 어르신께서 열심히 신발을 만들고 계셨는데 그 분 앞에서 에르덴 담당 간사님께 농담을 했다가 “우리 마을 간사들이 최고야! 그런 농담 하면 자네 나한테 혼난다!!” 하는 장난 어린 꾸중을 들었다. 주민들과 함께 웃으며 열정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두 간사들이 지난 10개월간 이 곳에서 이들과 함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웃음이 나왔다. 훈훈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바양노르가, 내가 나무를 심었던 그 작은 마을이, 하늘과 호수와 드넓은 대지가, 마을 사람들이, 새벽에 그렇게 짖어대던 개들 조차도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한해의 작업들을 잘 마무리 하고 다가올 새로운 해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한 다음, 도시 생활을 미련 없이 끝내고 바양노르로 가야지, 가서 또 열심히 나무를 심고, 사람들과 함께 웃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야지, 비록 카페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지만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푸른 하늘과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별들이 있는 그 곳으로 가야지, 하고 다짐했다. 돌아가는 날 분명 또 다른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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