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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대도시화의 닮은 꼴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1. 비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인류를 위협하는 비만”이라는 주제로 특집호를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비만은 인류를 위협하는 유행병이고, 세계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 비만인 사람이 영양부족 상태에 놓인 사람만큼 많아졌다.
특히 미국인은 지구에서 가장 호화로운 생활양식을 즐기면서 풍요한 먹을거리와 자동화된 업무, 몸을 움직이지 않는 여가시간 보내기로 인해 비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미국, 러시아,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한국, 심지어 아프리카로 확산되어 인구 20%이상, 심지어 30%이상이 비만상태에 놓여있다.
문제는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생긴 잉여 칼로리만이 아니다. 인류의 조상을 칼로리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도 생존하게 한 “절약유전자”가 가동되면서 진화의 법칙이 인류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경고를 합니다. “잔치는 끝나게 마련이다”

아울러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도입하는 살과의 전쟁, 다이어트, 지방제거수술,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소개했습니다. 이 무지막지한 전쟁이 19세기에 정신병에 걸린 사람의 치료를 위해 대뇌전두엽을 잘라내는 수술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경악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이 비만문제가 살과의 전쟁이 아니라 전혀 다른 지평으로 다가옵니다.

인류는 필요를 넘어선 에너지 과소비의 결과로 이미 위기에 도달했고, 그 위험수위를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는 사실 말입니다. 인류가 이미 이런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사실 비만은 살과의 전쟁이 아닙니다. 인류가 유사 이래로 겪고 있는 더 많은 에너지를 추구하면서 발생한 에너지 중독이라는 잘못된 가치관과 상업성에 오도된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는 소프트한 생명말살정책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비만을 자기존엄, 생명존엄의 상실이 가져온 인류생존위기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에너지 중독, 상업적인 물신주의가 가져온 소프트한 생명말살정책이라는 가치구조를 전환하지 않는 한 혹은 기존의 이러한 생활방식을 전환하지 않는 한 비만문제는 인류에게 최악의 새로운 위기양상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비만이라는 상황을 보면서 닮은꼴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비대해진 대도시문제입니다.

2. 비만에 걸린 대도시

몇 년 전 일본 요코하마에서 “동아시아의 위기와 시민협력네트워크”라는 주제로 일주일간 진행하는 심포지엄에 한국 측 주관단체대표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참여자는 동아시아만이 아니라 북구유럽의 정치가, 공무원, 연구자,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했고, 일주일동안 동아시아위기의 다양한 아젠더(의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 일주일동안 가장 문제가 되었던 아젠더는 “동아시아 대도시문제”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긴 해도 특히 동아시아에는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인구 1천만, 2천만을 이루는 대도시가 동아시아 동지나해, 태평양 해안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에너지의 집중적인 소비와 처리 불가능한 폐기물의 집중적인 발생, 그리면서 대도시는 내륙의 자원을 착취하고 사막화시키고 있습니다. 해안 60㎞ 안에 인구 70%가 살고 있고, 그 결과 해양은 오염되어 생명의 발생지인 바다가 죽어가고 있음을 증언했을 때 아찔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추세로 가면 30년 안에 대도시붕괴가 일어나고 따라서 도시를 재설계해야함을 역설했습니다.

이 대도시의 문제는 인류가 처한 비만과 닮은꼴입니다. 다만 비만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이니 개인적으로 온갖 미개한 방법으로 치료하고 또 치유 의지를 갖습니다.
그런데 대도시문제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로 볼 뿐입니다.

연구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은 위기의 대도시현안에 대해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0년대 이후 제안한 인간개발(Human Development)을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인간개발이란 구상은 인간의 새로운 생활방식의 전환을 추구하면서 개개인만이 아니라 지역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고 재구성하자는 구상입니다.

그렇지만 이 구상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의 물음에는 아직도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성큼 다가온 이러한 비만, 비만의 대도시의 문제에 대해 무엇을 이루어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을까요.
역시 인간이 인간끼리 공존하고, 지구와 공존하면서 생존할 가치의 생산과, 가치구조의 정착, 이에 대한 체화가 개인, 가정, 회사, 학교, 지역사회, 국가, 세계로 공유되어 가는 길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공존의 가치코드가 세상의 주요가치가 되고 그러한 생활방식으로 재 전환되는 길 말입니다.

3. 교육을 통한 변화

인류는 이제 새로운 가치코드를 가져야 합니다. 지구생명에 대한 책임을 갖는 생명부양자라는 가치코드, 인류가 협력하여 공존의 삶을 생산한다는 가치코드가 실천적으로 정착되어야 합니다. 생명말살이 일어나고 있는 `비만`, `비만의 대도시`현상을 정돈하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길 이외에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주의자 혹은 비현실적인 몽상가로 치부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선진 세계 경제인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합의해서 내놓는 의제들이 하나 같이 인류의 위기에 대한 처방들입니다. 그들은 나눔이라는 해결코드를 내놓습니다. 돈벌이에서 나눔이라는 코드로 전환한 이유는 나누지 않고서는 구매력에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선진국의 기업들도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새로운 코드로 전환하는 길을 찾아야하고, 이는 인간 스스로 계몽해야 할 중대 사안입니다.

이를 위해 인간간의 공존과 지구생명과의 공존이라는 가치코드를 열어갈 교육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치코드를 공유하는 길은 먼저 교육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앞으로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장에는 교육 이외에 대안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생명존엄이라는 책임을 공유하는 가치코드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교육, 사회를 창조하는 교육을 우리는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앞으로 푸른아시아 만이 아니라 지구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해야할 영역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인지도 고뇌해야 합니다.

교육이 끌개가 되어 생명공존과 생명존엄세상을 건설할 가치, 가치구조, 실현지도(MAP)가 확산되고, 이러한 가치를 체득한 사람들에 의해 이끌어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때 인류는 비로소 전 지구적인 이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만과 비대해진 대도시, 인류에게 닥친 위기에 대해 UNDP가 이미 제기한 인간개발의 배경과 취지, 구상을 이끌어갈 교육을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교육을 통한 작은 변화가 어쩌면 인간의 생활방식을 전적으로 바꾸는 출발이 될 것 같아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