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Main Story] 사막화 방지를 위한, ‘푸른아시아’를 위한 노력

고재광 팀장, (사)푸른아시아 대외협력팀장

KTX 그리고 시민사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KTX를 처음 타보고, 처음 창원에 가며, 처음 대규모 UN 회의에 참여하는 등 여러 가지로 모두 새로운 것이 많았던 출장이었습니다. 푸른아시아가 지난 세월 몽골에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를 처음 심으면서 느꼈던 생경함이 이와 같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러저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지 않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는 면에서는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먼저 UN사막화방지협약은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국가 사이의 약속으로, 국가대표들의 논의의 장이 그 주된 성격입니다. 분명히 협약의 당사자로서, 파트너십의 한 주체로서 시민사회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현실적인 영향력은 지금까지의 총회에서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번 총회를 전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참가하면서 느꼈던 것은 시민사회의 래디컬한 문제제기 능력과 역동성, 그리고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통한 협약이행의 의지였습니다.

특히 타국의 시민단체들의 사업설명 및 제언과 푸른아시아의 모델을 포개어 생각해 보니 시민단체들은 피해지역 주민들과 생활·감정·공감의 속도를 맞추어 가며 느리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고 있다고 자부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국가와 기업은 KTX의 속도와 효율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감과 비전을 많은 부분 희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 대한 구체적 실사와 발걸음 없이 원조국이나 원조기관이 다소 일방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는 파트너십이 전자를 의미한다면, 지역의 커뮤니티와 오랫동안 교감하여 누구보다 더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의 우선성을 잘 알고 있는 시민단체와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파트너십이 후자가 되겠지요. 과잉 단순화의 위험은 있지만 앞으로의 UNCCD 협약 이행을 관통하는 열쇠말은 “어떠한 파트너십인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음은 창원 현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제 10차 총회, 성과

UN사막화방지협약 제 10차 총회가 지난달(10/10~10/21) 대한민국 창원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총회는 161개국에서 6,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총회를 통해 사막화 방지와 관련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로 사막화, 토지황폐화 및 가뭄(DLDD; Desertification, Land Degradation and Drought) 해결을 위한 10개년 전략계획(2008~2018) 평가를 위한 영향지표가 구축되었고, UNCCD의 재정을 담당하는 지구재정체계(Global Mechanism)를 효율적으로 정비하였습니다. 후자를 조금 쉽게 설명하면, 피해지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한 시가 급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NCCD 사무국과 지구재정체계가 조직형식상 사업추진에 있어 중첩되고 중복되는 것이 많아 과거에는 그러한 지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비효율성을 꼼꼼히 되짚고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향후 2년간 사막화 방지의 구체적 계획으로서 개최국 한국 정부는 ‘창원이니셔티브’를 발표하였습니다. 창원이니셔티브는 사막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간의 협력 뿐 아니라 지역, 민간, 국제기구 사이의 파트너십 강화, 과학자문기구의 설립, 사막화방지 협약 이행에 모범적인 국가나 단체에 주는 ‘생명의 땅(Land for Life Award)’ 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으로 이번 총회에서는 비즈니스포럼이 마련되어 사막화방지 사업에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최초로 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창원이니셔티브가 주창한 파트너십에 시민사회의 역할은 조금 과장하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기업측면에서는 새로운 투자기회 내지 블루오션으로 ‘사막화 방지 사업’이 아니라 ‘사막에서 이윤창출 사업’으로 인식하는 듯 하고, 국가는 이러한 기업들의 사업재정 분담을 위해 최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끌어들이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기회와 도전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만 시민사회에게 UNCCD가 기업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기회보다는 도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푸른아시아는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자 노력 하였습니다. 전 세계 시민사회도 시민사회의 협약이행에의 참여를 결정문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사막화방지 관련 전 세계 시민사회연대를 구축할 것을 강력히 제안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으로부터의 목소리 ; 전 세계 시민사회의 참여

푸른아시아를 포함, 동북아산림포럼, 미래숲, 에코피스아시아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총회가 열리기 직전 시민사회단체 사전대회(10월 7일~9일)를 주최하여 각국의 시민사회 대표들과 총회에서의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과 효율적 참여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물론 멀리서 온 손님이자 동료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환대를 선보이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총회기간 동안에도 매일 시민사회 자체 회의를 두 차례씩 진행했습니다.

시민사회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채널인 14일 첫 번째 ‘열린 대화’에서는 동·서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동·서유럽 등 대륙별로 각각 6명의 시민사회 대표들이 나와 발표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푸른아시아 대외협력팀장이 한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를 대표하여 몽골·북한·중국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의 노력과 아시아협력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 19일의 ‘열린 대화’에서는 5가지 주제(토지수탈/여성과 청소년/파트너십/재정/기후변화적응)에 대한 시민사회의 간략한 발표와 문제제기를 듣고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푸른아시아’를 위한 푸른아시아의 참여

UNCCD 공인 인증 단체로서 푸른아시아는 자원봉사자들(Green Asia Keepers)과 함께 총회 전 기간에 걸쳐 총회장 외곽에 설치된 전시관에서 홍보부스를 설치·운영했습니다. 푸른아시아는 홍보부스에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푸른아시아 스태프들, 지역주민들, 청소년들,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큰 나무 형상에 잎으로 매달아 전시하였습니다. 동시에 푸른아시아의 활동과 사업을 보여주는 홍보 영상을 꾸준히 재생하였지요. 최근 방영된 SBS의 차차르간 2탄이 좋은 홍보자료로 쓰였습니다. 홍보부스의 중앙 벽면에는 큰 몽골 지도를 위치시켜 관람객들로 하여금 부스에 비치된 나뭇잎 도장을 카드에 찍어 가상으로 몽골의 곳곳에 나무를 심는 행사를 마련하여 많은 관람객이 이에 참여하였습니다. 창원 시민들이 많이 찾은 주말에는 천연 비누만들기 체험을 관람객들과 나누는 행사를 진행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에 더해 푸른아시아는 자신의 사업 및 정책역량을 드러낼 좋은 기회로 포럼과 세미나를 각각 개최했습니다. 먼저 15일에는 총회장 내 사이드 이벤트룸에서 ‘청소년 녹색 포럼’을 개최하여, 청소년들의 사막화 및 기후변화 대응 활동 발표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50명의 참석자 앞에서 청소년들의 사막화 방지 활동과 생활속의 녹색실천을 주제로 5개팀의 발표가 진행되었고 청소년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작은 시상을 마련했습니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과 몽골 과학아카데미 촉트바타르 소장이 공정하게 심사를 담당하여 우수활동상은 용인외고 환경동아리 한나무 대표 신지연 양이 수상했습니다.
20일에는 ‘마을만들기 :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의 모범’ 세미나를 전시장 내 에코파빌리온 세미나 룸에서 개최했습니다. 푸른아시아 제진수 사무처장은 몽골에서 진행되고 있는 푸른아시아의 바양노르 프로젝트를 주민참여형 지속가능한 토지관리 모델로 발표했으며, 녹색경남21의 이종훈 사무처장은 유기농업과 도시텃밭을 지속가능한 토지관리 방법으로 소개하고, 한국의 민관협력 마을만들기 사례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푸른아시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몽골 환경동아리 ‘My Club’ 활동 발표가 영상 및 자료집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미나에 모인 약 30명의 참석자들은 날카로운 질문과 제언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창원에서의 17일은 푸른아시아 스태프의 일원으로, 한국 시민사회 단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또 세계시민사회의 한 축으로서 많이 듣고 많이 배우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유엔사막화 총회가 갖는 의의를 생각해 보건대 몽골 등 아시아의 사막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됩니다. 푸른아시아도 그 한가운데서 회원님들과의 파트너십을 등에 업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느리지만 원칙을 세우고 열심히 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