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대도시 위기와 (재)설계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1. 위기의 연안대도시

현재 지구상의 인구 중 60%가 해안으로부터 60km안의 연안대도시에 살고 있다. 2010년대에는 70%가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이미 70%의 인구가 연안대도시에서 생활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대다수도 연안대도시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이 도시들이 현재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고, 빠르면 30년 안에 시스템이 붕괴할 것이고,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생존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너무 비관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그런데 특히 동아시아에 있어서 이것은 사실이고 이미 이 위기라는 폭발물을 담은 시한폭탄 초시계는 눌러진 상태이다.
지난 2002년 12월 푸른아시아와 요코하마정책NGO 공동으로 연안대도시 문제에 대한 공동 심포지엄을 일주일 동안 한 적이 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유럽의 도시전문가들과 동아시아의 도시전문가, 기업인, 시민단체, 정부관계자들이 모여 “연안대도시 위기와 재설계”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당시 도시전문가들이 낸 의견 중 일치하는 것은 동아시아 연안대도시가 붕괴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의견 차이가 난 것은 그것이 몇 년 뒤에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몇 십 년 뒤에 일어날 것인가의 시간의 차이 정도였다.

이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이다.
기존의 대도시는 막대한 자원, 에너지, 식량 등을 세계 각지에서 조달하였고 또한 그 생산유통, 소비의 과정에서 엄청나 폐기물을 배출하면서 유지하고 팽창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도시의 유지와 팽창의 조건은 이제 근본에서 흔들리고 있다.

첫째, 세계적으로 공급부족과 가격폭동, 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자원․ 에너지의 중대한 제한이다. 그동안 자원․에너지의 과다한 공급과 낮은 가격은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의 원인이 되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1천만~ 2천만 명 규모의 거대 도시들이 속속 등장해왔으며, 이것은 막대한 자원․ 에너지수요를 새롭게 만들어 내었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자원과 에너지의 공급곤란과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져 가격 폭등은 물론 원료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미 만들어 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방식이 변형되어 도시의 팽창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결국 질적으로 다른 발전의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대도시는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으며, 비참하고 불행한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는 기존의 대도시에도 당연히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에너지의 가격 폭등과 공급부족은 도시의 기능을 거의 전면적으로 마비시켜 그 존속을 위협할 것이다.

둘째, 지구생명과 지구생태계(환경을 포함)의 중대한 제약이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과다한 배출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대기에 쌓이고 있는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화석연료의 고갈속도보다 지구대기의 고갈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다. 따라서 각 대도시는 최소한 독자적 입장에서 지구적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를 통해 지구적 시뮬레이션에 근거하여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미칠 다양한 충격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국가 차원의 작업은 농촌 등 과소지역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대도시의 시민 생존과 관련된 위기관리와 생활안전보장을 전적으로 추진할 수가 없다. 아울러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현재 지구적 데이터를 검토해보면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영향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처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 아시아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멕시코만의 기온이 섭씨 0.5도가 오르면 허리케인의 발생횟수가 2배이고 폭풍의 강도가 2배 늘어난다는 결론을 이미 내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40년 전과 비교해서 연 평균기온이 섭씨 1.5도가 올랐는데, 그 영향력을 산정해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셋째,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내륙과 해양의 황폐화 현상이다. 대도시는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 식량을 내륙에서 조달하고,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바다로 내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내륙은 빈곤과 사막화로 생존의 근거들이 붕괴되고 있다. 아울러 생명의 어머니인 해양오염은 급격히 진행되어 이제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엔해양법조약에 따라 세계의 연안도시는 연안지역관리를 통해 해양환경의 보전책임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 조약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제까지의 도시계획이 모두 육지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항만건설, 친수공원화계획 등도 추진되어 왔지만 해양․연안지역 관리의 관점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싫더라도 해양의 관점에서 도시의 존재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여 연안도시에 의한 연안지역관리를 통해 위기관리체제를 확립해야한다. 나아가 사막화되고 있는 지구의 내륙을 복구하고, 해양환경 보존과 회복을 하는 방향을 갖고서 도시계획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도시라는 범위에서 해양과 내륙을 포함하는 폭넓은 관점에서의 수정과 재정비사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이 지금 심각한 고갈의 위기에 처한 내륙복구, 연안보존과 회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2. 대도시를 다시 설계하자: 20~30년을 내다보고, 100년을 설계하자

따라서 20~30년 정도의 세계적 전망을 도시들이 상호 협력하여 수립하고, 그 변동의 전망을 충분히 계산한 도시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 「최악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존재방식을 상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도시계획은 적어도 향후 수십 년(20~30년 이상)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만일 구시대적인(도시팽창의 패턴에 근거한) 거대한 물적 계획의 총체로서 계획되고 실시된다면, 향후 수십 년에서 100년에 걸쳐 중대한 재앙을 만들어 낼 것이다.
즉, 지금 대도시가 성립할 수 있었던 세계사적 조건이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대도시라도 지구적 규모의 변화 동향을 도시의 유지 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 지구적 규모의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공헌할 수 있는 도시로서 항상 스스로를 설계하고 컨트롤하면서 발전을 도모해야만 한다.
선진국의 도시들이 자원․ 에너지, 환경문제 해결을 포함한 새로운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방식으로 솔선한다면 개발도상국들 또한 그러한 발전방식과 도시형성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따라서 선진도시의 책임과 과제는 중대한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50% 삭감이 명확한 목표로 설정되었고 그 달성을 위해 각 지역별로 특성을 살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동경-상하이-북경을 잇는 대도시들도 북부, 중부 유럽처럼 삭감목표를 명확히 수립하여 열정적으로 실행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동아시아에는 도시의 규모가 엄청나 북유럽의 한 국가에 비견되는 대도시나 거대 도시권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환은 몇 배나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지혜를 모으고 힘을 결집시킨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도시권 전체의 에너지효율이나 각종 자원의 순환과 전체 시민의 역량 발휘를 포함하여 종합시스템으로서의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재설계할 수 있다면 가능해질 것이다.도시규모가 거대하다면 종합시스템의 설계능력 또한 그만큼 높아야 한다. 그리고 해결을 하려고 나서면 도시 행정부와 기업, 시민들은 그 정도의 역량을 체득하고 있어야 있다. 그것을 체득했다는 것은 강력한 비교우위를 개발하고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거대도시화의 진행을 피할 수 없는 아시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초장기적인 미래 전망에 근거하여 지구적 과제에 솔선하여 대응하고 정부, 기업, 시민들이 자신의 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때 자기 지역과 도시의 질적 비약이 보장될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선진도시로서의 지위를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한 결국에는 비교우위를 잃는 것만이 아니라, 존립 자체도 위태롭게 된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로 자원과 에너지, 식량을 소비하고 엄청난 폐기물을 토해내면서 존립하고 있는 서울-동경-상하이-북경을 잇는 동아시아 도시권의 경우는 명백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