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더럽다? – 에르덴 사업장 파견 간사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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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더럽다고 생각해?” 예전에 누군가가 물었다. 당시, 나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도시에서 자라고 생활해온 나에게 흙은 운동장이나 화단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집(아파트)으로 들어오기 전, 흙이 묻은 옷을 털지 않고 들어오면 엄마한테 혼났다. 청소하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흙 먼지를 집까지 끌고 오면 일이 많아지니 아이를 혼내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흙이 더럽다고 물었던 그 사람은 나의 대답을 듣고는 너무나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면서 “여자들은 이상하단 말이야. 흙이 뭐가 더럽다는 거지? 흙은 깨끗해. 매연 같은 게 더럽지…”라고 중얼거렸다. 이 ‘흙이 더럽냐?’는 질문이 지금까지도 불쑥 생각날 때마다 고민해왔다. 흙이 정말 더러운건가?

조림장에서 하는 모든 작업 중에는 흙을 배제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땅을 파고, 다지고, 나무를 심고, 물주는 작업 가운데 옷 여기저기에 흙을 묻히는 것이 당연하다. 조림장을 이리저리 다니며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황토색 옷을 입고 있고, 심지어 신발을 뚫고 양말도 흙을 먹고 발까지 까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림장 옆에 위치한 숙소에도 바람을 타고 날라와 매일 흙 잔치가 벌어진다. 청소를 해 봤자 금방 더러워져서 청소를 포기해 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청소하는 입장에서는 흙이 정말로 밉다.

하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비닐하우스 문을 열었다. 하우스 안과 밖의 온도 차로 밤새 생긴 이슬로 젖은 흙내음이 코를 찔렀다. 달콤한 냄새였다. 도시에서 맡았던 어떤 향수보다도 달달했고 무엇보다 몸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그 하루 잠깐의 경험으로 흙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흙에도 향기가 있고, 흙이 있기에 채소와 나무도 심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이웃 게르에 이쁜 여자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 아이들의 놀이감은 나뭇가지, 돌멩이, 흙으로 항상 온 몸에 흙이 묻어있고(막 샤워하고 난 몇 시간만 깨끗한 얼굴을 볼 수 있다), 흙을 만졌던 손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기겁했다. 흙이 입과 코로 들어가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몸을 흙(자연)에 마음껏 부대끼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건강한 아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매연으로 가득 찬 콘크리트 숲(도시)에서 화학물질과 부대끼며 노는 것이 아이에게 더 해롭고 더 더럽지 않을까.

조림장 생활 초기에는 흙이 묻어있는 손과 옷을 항상 깨끗이 하고 흙먼지가 낀 집을 열심히 청소했다. 지금은 손에 흙이 묻었든 말든 빵도 잘 집어먹고 흙 묻은 옷도 잘 입고 다닌다. 조림장에 살면서 흙이 더럽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흙의 향기와 흙 속에서 건강하게 뛰어 노는 아이가 그건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흙이 더럽냐?’는 질문에 이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흙은 더럽지 않다. 흙 먼지보다 콘크리트 빌딩, 매연이 더 더러운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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