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협하는 코드 “질병” – “조류독감(H5N1)”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1. 인류를 위협하는 ‘코드’ 조류독감 바이러스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우주전쟁>을 보신 분들은 지구를 장악하려는 외계인들을 ‘바이러스’가 물리치는 장면을 보았을 것입니다. 보신 분들은 틀림없이 바이러스에게 감사의 박수를 쳤을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지구생명과 인류의 ‘구세주’가 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우주전쟁>영화를 자세히 보면 외계인들을 물리치는 곳에는 새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들이 날아다니고 이때마다 외계인 부대들이 초토화되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새’(조류)와 ‘바이러스’ 합하면 ‘조류 바이러스’입니다. 조류바이러스에 외계인들이 감염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지금 지구촌에는 조류바이러스 비상이 걸려 있습니다. ‘H5N1’ 조류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빠르게 옮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전 세계를 휩쓸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그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조류바이러스에 의해 숨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740만 명에서 1억 8,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 합니다. 최악의 경우 3억 6천만 명이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외계인들에게 일어난 조류바이러스 감염이 인류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이제 인류에게 조류 바이러스 감염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대도시로 인구가 밀집되면서 오염된 공기와 오염된 물 오염된 주거환경에 살아가는 지구인을 삽시간에 휩쓸 수 있는 “질병”에 대해 섬세하게 대처해야할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바이러스는 인류를 위협하는 ‘코드’가 되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2. 전 세계를 휩쓴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는 모두 조류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20세기에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세 차례에 걸쳐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이에 대항할 면역력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918년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스페인 독감은 1919년까지 태평양에 사는 몇몇 주민들을 제외하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갔다고 합니다. 그 중 절반이 이 독감에 노출되었고, 5,000만 명에서 1억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6년 스페인 독감 유전자를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의문시 해 왔던 바를 확인했는데, 그것은 어떤 날짐승에게서 옮아온 바이러스였습니다.
1957년 100만 명이 사망한 아시아독감은 중국 남부에서 출현했는데 조류 바이러스와 사람독감 바이러스가 돼지를 감염시킨 이후 유전자를 교환하고, 그 결과 치명적인 신종바이러스로 나타난 사례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1968년 75만 명이 사망한 홍콩독감도 조류 바이러스였습니다. 그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 조류 바이러스의 위기 징후들이 발생하고 있고 그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2005년 1월 베트남에서 발생한 조류 바이러스에 대해 의사들은 값비싼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로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한사람도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현재 아시아를 괴롭히고 있는 ‘H5N1’이 처음으로 조류에서 사람에게 옮아간 1997년 이후 상황은 줄곧 이랬습니다. 1997년 초 조류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홍콩의 ‘신계’에서 닭들이 죽은 이후에도 조류 바이러스가 사람을 위협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사람들에게 발생한 독감바이러스 사건들을 조사하던 전문가들은 놀랬는데, 바로 닭을 죽인 바이러스와 똑 같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발견된 것입니다.
닭을 죽인 바이러스 ‘H5N1’는 기존 독감 바이러스와 그 성격을 달리합니다. ‘H5N1’으로 분류된 이 바이러스에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철퇴위의 못처럼 달려있습니다. 독감바이러스를 40년 이상 연구해온 사람들도 이런 바이러스는 처음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날짐승으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온 독감바이러스입니다.
우리는 새 등 동물계로부터 옮겨온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H5N1’은 알려진 것이 너무 없어 더욱 무섭습니다.

3. 면역력 결핍: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한다는 시뮬레이션

현재의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계기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인류와 함께 지구상에 약 3만년동안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이 어느 시기인가 멸종했다는 사실은 압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이 어떤 이유로 멸종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가설 중 면역력결핍과 생식능력약화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면역력결핍과 생식능력약화는 현재의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요? 인류는 질병과 관련하여 새로운 위기국면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베트남에서 40명, 태국에서 12명, 캄보디아에서 4명이 조류 바이러스로 사망하고, 2004년 한해에만 조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0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물론 당장의 조류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적응하고 있지 않지만 어떤 조건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하기 시작할 지도 모릅니다. 그 경우 전파속도는 1968년 나타난 독감보다 2배 빨라진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리한 시뮬레이션은 180일안에 세계 52개 도시에 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독감 발생 이후 백신 개발을 하여 시중에 유통한다면 250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시간 차이에 의해 예상되는 사망자수는 740만 명에서 최악의 경우 3억 6,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 되면 인류에게는 대재앙이 될 것입니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외계인들이 당한 일들이 지구상의 인류에게도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철통같이 국경을 봉쇄한다고요? 그 봉쇄는 무의미합니다. 새는 국경을 넘는데 여권과 비자가 필요 없습니다. 봉쇄에 실패하는 순간 조류 바이러스는 몇 주내에 대도시를 강타해갈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했다는 가정을 한 시나리오입니다.

4. 국경을 넘은 커뮤니케이션과 공동 사전예방

조류독감 발생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의 검역원들에게 조류독감이 일어날 가능성을 묻는다면 대다수가 이런 대답을 합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아요”라고조류독감을 예방할 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현재 조류독감을 막는 프로그램과 예산을 들여 진전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무의미합니다. 비효율적인 정책과 예산부족, 기존관습을 갖고 있는 나라가 주변에 한나라만 있어도, 한 농가만 있어도, 이로 인해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한 마리만 있어도 조류독감 봉쇄작전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선진국은 현재 서둘러 대책을 만들고 있지만, 막상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자기 나라만 잘 하면 될 것이라는 환상이 무참하게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에게도 비자와 여권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행기로 여행하는 해외여행객에 의해 몇 시간 안에 독감은 세계로 퍼져갈 것입니다. 현재 아시아 대다수지역은 필요한 대처방법, 기술, 예산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아울러 선진국의 경우에도 현재 ‘H5N1’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을 얼마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류독감이 대도시를 강타한 이후 백신을 만들 경우 전파 속도가 워낙 빨라 이미 수많은 생명이 죽은 이후 시중에 나오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질병’에 대한 대책은 한나라의 과제가 아니라, 지구촌전체의 과제이고 인류전체의 과제입니다. 국경을 넘은 공동의 노력과 유기적이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체계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지나치게 비싸고 생산량이 적은 예방백신에 대한 생산방법과 보급을 개선해야합니다. 비축량을 늘리고, 보급능력이 없는 나라들에게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즉 사전예방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면역력을 길러가야 합니다. 사상최악의 독감도 인류의 면역력 앞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적응력을 갖고 있다면 살인독감도 위력을 잃어 귀찮은 독감으로 바뀌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보다 현재 인류는 환경악화와 공기오염, 오염된 음식과 물, 생활로 인해 급격하게 면역력이 약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면역력 약화로 인해 현재 인류전체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밝히고 이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