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Main Story] 몽골, 그 곳에 희망을 심고 오다.

이연화 간사, (사)푸른아시아 에코투어 담당

‘아, 몽골 다시 가고 싶다!’
이번 여름 몽골에코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이 아닐까요?
몽골의 시원한 바람과 눈부시지만 찬란한 파란 하늘이 그리워지는 한국의 습하고,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2011년 몽골에코투어는 2004년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대한항공 신입사원연수(이하 대한항공)’ 팀이 5월 9일 첫 출발을 시작하여, 지난 8월 26일에 귀국한 ‘(행안부 협력사업)Green Asia Keeper’팀까지 총 22개 팀, 639명이 참가하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푸른아시아 4개 사업장(바가노르, 바양노르, 만달고비, 에르덴)에서 에코투어가 진행되었습니다. 현장간사님들과 현지주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가꾸어지는 각 조림 현장에 에코투어 참가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져서 더욱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2001년부터 시작한 푸른아시아 몽골에코투어는 보통 5월~8월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보통 3박5일~8박10일의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사막화방지를 위한 뜻 깊은 봉사활동과 사막체험, 산림지역체험 등 몽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과 문화체험의 시간을 갖습니다.
각 지역의 조림지에서 진행되는 국제환경 봉사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봄에는 직접 나무를 심고, 나무에 물주기 등의 활동을 합니다. 여름에는 봄에 심은 나무들과 그 전에 심은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동이로 나무에 물주기, 가을 또는 내년에 심을 나무를 위한 구덩이파기(깊이 60㎝×너비60㎝), 잡초제거 작업 등의 활동을 합니다. 봉사활동기간에는 몽골현지 청소년들과 함께 봉사활동하고, 식사도 같이하므로 자연스러운 문화교류활동이 이루어지지요.

봉사활동을 마치고 몽골의 사막체험(엘승타사르헤 또는 호스테이국립공원), 산림지역체험, 별밤체험 (테렐지국립공원) 등의 몽골의 자연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에서의 숙박과 초원에서의 승마는 몽골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입니다.

2011년 몽골에코투어를 함께 한 팀들을 떠올리며, 간단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몽골에코투어 에피소드 1. – 눈이 와도 괜찮아! 배구하면 되니까!

몽골의 5월은 봄입니다. 몽골의 봄은 강풍과 변덕스런 날씨가 특징인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5월 11일에 눈이 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항공 신입사원들이 바가노르에서 조림활동을 시작한지 이틀째.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보라가 치고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한 겨울 날씨였습니다. 때문에 예정되었던 해바라기 화분 만들기와 포플러 화분 만들기를 할 수 없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어, 함께 봉사활동하기 위해 나온 몽골 학생들과 바가노르 문화체육센터에서 배구와 농구를 하며 이색 문화교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구는 몽골인들이 즐겨하는 운동경기로써 대한항공 직원들과 경기했던 여학생들은 배구 동아리의 멤버들이었는데, 그 실력이 마치 선수급이었지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 몽골에코투어 에피소드 2. – 파티복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올해부터 에르덴 조림장에 ‘수원 시민의 숲’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 인연으로 5.26~6.1에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을 통해 선발된 대학생 참가자 10명이 에르덴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에코투어 일정 마지막 날 저녁에는 에르덴 전문학교 강당에서 한국과 몽골 친구들이 준비한 문화공연을 나누었습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려는 순간, 강당은 순식간에 댄스파티장이 되었습니다. 러시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몽골에서는 파티가 매우 자연스러운 문화인데, 특별한 모임이 있을 때면 댄스파티가 벌어진다고 합니다. 그것을 잘 몰랐던 우리들은 쑥스러움으로 뒤로 뒤로 몸을 빼기만 했지요. 그와 달리 몽골 친구들은 낮에 보여줬던 수줍음과 달리 브레이크댄스, 왈츠 등 그 순간을 재미있게 즐기더군요. 우리도 파티가 열릴 줄 알았다면, 옷도 멋지게 입고 춤 연습도 해 갈걸 그랬습니다.

@ 몽골에코투어 에피소드 3. – ‘수박씨 벌레’! 너희 어디서 오는 거니?

올해 예년과 달리 한국에 7-8월 계속 비가 내렸던 것처럼, 몽골에도 자주 비가 내렸습니다. 건조한 지역에 비가 내리면 평소보다 온도가 5~10℃는 떨어지곤 합니다. 그러면 게르에서 잘 때는 추워서 난로에 불을 피우기도 했지요. 습한 기후가 되면 많은 벌레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론으로 알고 있었는데, 올해 특별히 더욱 귀여운(?) 벌레를 만났습니다. 사막체험을 위해 엘승타스르헤에 도착해서야 몽골에 온지 3일 만에 샤워를 할 수 있어서 산뜻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려는데,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내리는 것은 비가 아니라 바로 ‘수박씨벌레(선덕고등학교 학생들이 붙인 이름. 정말 수박씨처럼 생겼습니다)’. 캠프장에서도 최근에 생긴 벌레로 소똥도 태워보고(몽골에서 모기퇴치용으로 소똥을 태웁니다), 다른 방법들도 써보았지만 사라지지 않아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 귀여운 벌레가 무서워 결국 선덕고등학교 학생 3명은 야외취침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자연환경을 이루는 나무, 물, 동물처럼 곤충(벌레)도 아주 자연스러운 구성원이지만, 우리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빌딩숲에 살다보니, 벌레(곤충류)가 친근하기 보다는 무섭고 징그럽다는 느낌이 더 많이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번 몽골에코투어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지구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사건,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언어와 음식과 생활습관이 다른데서 오는 오해도 있었지요. 하지만 함께 판 구덩이 때문에, 함께 든 양동이 때문에 모든 것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배웠고, 감동했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푸른아시아와 함께하는 몽골 에코투어는 지역과 프로그램, 그리고 참가자들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단 한 번도 같은 에코투어는 진행되지 않지요. 하지만 푸른아시아의 몽골 에코투어의 시작과 끝은 모두 같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시작해서 지역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경험을 쌓아 글로벌한 인재가 되길 원합니다. 푸른아시아 역시 아시아의 중심, 몽골에서 시작을 하지요. 하지만 몽골 에코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모두 지역을 생각하게 됩니다. 바가노르, 바양노르, 에르덴, 만달고비라는 사막화의 피해를 입는 지역에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잘 사는 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고민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더 이상 글로벌한 인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바로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글로컬(Glocal)한 인재로 거듭납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그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오늘날의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대제국을 호령한 징기즈칸의 어머니 허엘룬의 말입니다.

2011년 637명의 푸른 지구인들이 그곳에 지구가 푸르게 되는 작은 꿈을 심고 왔습니다. 너른 초원에 모래알 같은 작은 꿈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현실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