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Main Story] 나무를 죽이는 사람들

윤전우, (사)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몽골의 봄은 참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어제까지 하얀 눈에 온통 둘러싸여 있던 너른 초원이 어느날 갑자기 따스한 햇살에 속살을 드러내며 새로운 생명을 움틔우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봄이 반갑기도 하고 자연과의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전령사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나무를 심으면서 한편으로 나무를 참 많이도 죽였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세상에 어떤 일이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대로만 되겠는가.
하물며 자연과 벌이는 일은 언제나 우리를 시험한다. 언제까지 하나 두고보자며… 그래도 우린 할텐데 말이다. 좀 쉽게 해 주면 좋을텐데.

몽골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 기간동안 우린 참 많은 나무를 죽여 왔다. 처음에는 한국과 너무 다른 몽골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한국에서 나무 한 번 심어보지 않은 내가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뻔히 알면서도 사람이 없어 두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어서, 주민들의 교육을 위해 일부러 죽이기도 했다.
얼마 전 난 한국의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이런 말을 했다. 이제껏 심은 나무의 반은 가슴에 묻었다고 했다. 아마 거의 정확할 것이다. 우리를 믿고 후원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는 면목이 없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을 어쩌겠나.

올해는 조림을 위한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년보다 15일정도 빨라진 봄날씨가 우리를 많이도 괴롭혔다. 나무를 심기 전에 끝내야할 기반공사(전기, 우물, 우물집, 울타리, 관수시설 등)는 거의 완료가 되어 묘목만 배송되면 작업을 순조롭게 끝낼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빨라진 봄날씨는 찬기류와 더운기류가 만나는 대기전선을 몽골에 형성했고 이로 인해 갑작스런 폭설과 우박으로 관수파이프가 얼어붙기도 하고 작업을 2~3일정도 멈추게 하기도 했다. 푸른아시아 최남단의 사업장인 만달고비사업장은 2~3일에 한 번씩 불어오는 모래폭풍으로 인해 도저히 작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계속 만들어졌다. 토요일, 일요일과 몽골 공휴일에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날씨의 방해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인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근무시간을 늘여서 조금이라도 더 심으려하면 정전으로 우물을 가동할 수 없어 2~3일 동안 모든 작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물론 정전에 대비해 인력으로 땅을 파 비닐을 두르고 10톤의 저수조를 만들어 물을 저장해 두지만 필요량을 전부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편이다. 전기가 없으면 발전기를 돌려서 물을 퍼 올리려고 하지만 이 또한 200m 가까이 되는 심정에서 물을 퍼올리는 양 또한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그리고 이 조차도 최근에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석유제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예를 들어 경유는 현재(5.31) 일반주유소에서는 팔지 않고 암암리에 판매되는 가격이 리터당 3,000투그릭에 달한다. 이도 각 주유소에서 발급한 카드나 쿠폰이 없으면 사질 못한다.

그래도 이런 어려운 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푸른아시아의 지역개발사업을 도와주는 손길들이 몽골 안에서도 생기기 시작했다.
차량을 움직일 경유가 없다고 하니 어느 25인승 운전사분이 본인 차량에 넣어야 할 경유를 나누어주기도 하고 몽골기업의 후원을 받아 몽골 대학생환경동아리(마이클럽)가 매주 토요일이면 자원봉사를 와 주민들의 일손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주민들 또한 첫해에 1인당 나무구덩이를 30개 정도 파더니 이제는 1인당 100개 정도를 파는 주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평균으로도 70개 정도씩은 작업을 한다(물론 더 판다고 월급이 더 나가는 것은 아니다). 같이 일할 주민들을 뽑을 때에는 어찌나 일에 대한 성실도와 노동능력에 까다롭게 선발하는지 혀를 내 두를 정도이다. 바양노르사업장은 솜장이 면담을 요청해 와서 무슨 일인지 봤더니 현장주민들의 선발이 너무 까다롭게 이루어진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현장직원 선발은 현장에 일임해 놓은 터라 함부로 얘기해 줄 수 없어 지부장의 권한으로 솜장의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솜 추천 5명 정도를 따로 고용하기도 했다.

특히 10년전 처음 나무를 심을때만 하더라도 우리를 보는 몽골사람들의 평가는 ‘미친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5월의 나무심는 행사에 서로 자원봉사를 오겠다는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대학교,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가까운 에르덴사업장은 이미 약 1,000명(대학생 600명, 정부기관 350명, 기업 1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에 약 10만그루(경상남도, 고양시, 대한항공, 수원시, 갈릴리교회, 호수연대, KOICA, 푸른아시아 자체, 학교숲)의 조림을 진행한다.

여하튼 이런 변화가 몽골 사회가, 자연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나무를 죽이는 짓이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푸른아시아를 나무를 죽이는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우리는 나무를 죽이면서 사람들을 심고 나무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시련을 견디고 넘어서야만 하는 지난한 과정인 것 같다. 후원을 하신 분들은 하신 분들 대로 성과가 쉬 나오지 않으니 실망하기 쉽고 현장의 참여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힘들고 고된 작업과 교육으로 지치고 낙오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무를 죽이는 과정 속에서 몽골의 많은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 몽골에도 식목일이 생겼고 건물 주위에 나무를 심지 않으면 각 지자체로부터 경고와 함께 범칙금을 무는 사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산개발 후 복원작업에 대한 현장검사와 인허가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1주일로 시작되었던 몽골 첫 출장이 한달이 되고 3개월이 되고 6개월이 되는 시간을 6년정도 보냈다. 그 사이에 양묘장조사와 사막지역 조사를 나갔다가 비자기한을 지키지 못해 출입국법 위반(불법체류)을 한 범법자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몽골이 내 집이 되어 여기에 살고 있지만 사는 곳이 서울에서 울란바타르로 변했을 뿐 각 사업장을 돌며 출장다니는 생활은 2년째 달라진게 없다.

힘들지만 희망이 있고 포기하기에는 함께 노력한 시간과 수고가 너무나 아깝다. 이제 변화의 시작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한사람이 꾸는 꿈은 꿈이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다’
이제 꿈꾸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실이 어떻든 간에.
다음호에는 푸른아시아의 각 사업장을 소개해 볼까한다. 재미있을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