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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류가 직면한 도전 – 빈곤에 대한 도전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한 때 미국의 대통령이었다가 20년 전부터 카터재단을 만들어 인류가 직면한 질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 든 ‘지미 카터’씨가 「21세기 인류의 당면과제」라는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우리가 사는 현대는 복잡성의 시대이면서 모순과 도전의 시대다. 인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컴퓨터나 통신, 생명과학 등의 발전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진국에 사는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된다. 이런 장밋빛 기회들은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품었던 원대한 기대들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조만간 세계 인구는 100억이 될 것이고, 인구 중 대부분이 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이들이 빈곤 속에서 일찍 생을 마감할 것이다. 질병, 비위생적인 식품, 안전하지 않은 식수 등 인구 과밀도시의 문제들에 대처할 경제력이나 지식조차 없는 채 말이다.”

당시 나는 ‘지미 카터’의 글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제기한 지구촌이 고통 받는 ‘빈곤’ 문제를 공유하기를 원했다. 아울러 인류가 가진 원대한 기대들이 좌절되지 않고 해결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지구촌이 갖고 있는 빈곤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우리 인류가 현대사회에서 품고 있는 기대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인류가 품었던 원대한 기대들 중 하나가 질병을 지구상에서 박멸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장담했던 점을 들고 싶다. 20여년 전만해도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전염병을 박멸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위생상태 개선, 예방접종, 항생제 등을 통해 인류가 그동안 질병에 선언한 전쟁에서 승리한 듯 했다. 초기에 거둔 승리에 도취하여 질병 바이러스는 인간의 두뇌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것은 성급한 오산이었다.

그 후 수천 만 명이 말라리아, 독감, 에이즈, 콜레라, 페스트, 결핵 등 수많은 감염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인간은 인간줄기세포연구, DNA복제, 게놈 지도 작성 등을 하면서 놀라운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날마다 고통을 받고 있다. 인류가 선언한 ‘질병과의 전쟁’은 명백하게 판정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로 2000년에 기밀 해제된 미국중앙정보부(CIA)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세계에 만연한 전염성 질병을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병원체를 핵탄두에 맞먹는 중요한 정치적인 현안으로 격상시킨 것을 보면 된다. 아울러 2000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에이즈의 안보위협을 주제로 한 회의를 소집했는데, 보건 문제만을 다루기 위해 이사회가 소집되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국가의 질병들이 통제되어야 자국의 안정이 확보된다는 인식이었다. 중요하다는 이유는 질병들이 발생하는 나라들의 다수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가난한 나라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나라들의 공중 보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나라의 정치상황을 안정시켜내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질병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오늘날 인류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류가 깨끗하고 생산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른 결정들을 앞으로는 내려야 한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인류가 내리게 될 결정들은 인류의 문명, 문화와 지구생명체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과연 인류는 지구를 치유하고 자신을 치유할 수가 있을까?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인류가 지구에 가하는 부담을 줄이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생존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현재 세계 인구 중 10억이 글을 읽지 못하고 30억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하루에 1~2달러의 돈으로 살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사는 운 좋은 이들은 평균 수만 달러의 연소득을 누리면서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커져가는 세계는 안전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21세기 최대의 도전인 동시에 과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부와 기회, 책임을 나누는 일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인류가 여기에 도달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한 상태에 있다.

물론 희망은 있다.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도저히 극복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선택은 인간에게 달려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인류가 처한 과제에 헌신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21세기 인류가 처한 당면과제들에 대해 해결 방책을 찾고 확고한 믿음을 갖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희망의 시작이다. 문제는 인류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 스스로의 생활방식을 새롭게 선택하고, 현재의 과학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나누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빈곤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나누지 않는 데서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 생명의 위기가 속도를 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자들 중 다수는 세계적으로 나눔에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다. 나누지 않는 부자들이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고 나눔이 없는 문화가 용인되는 사회가 가장 빈곤한 사회일지 모른다.
어쩌면 인류와 지구가 처한 위기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함께 나누려는 마음과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