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현장이 시작됐다!!] 2011 파견 간사 김양희

몽골 도착, 그리고 시작된 도전

?바가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김양희

내 나이 스물 여덟. 이 여행길이 시작되기까지 현실과 도전 사이에서 수없이 고민했던 나. 한국에서 보통 여자로 살길 원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등진 체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나를 포함한 열명의 친구들과 함께 비행기를 탄지 3시간 만에 도착한 울란 바타르 공항. 많은 인파들과 짐들 사이에서 나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국제 개발 협력…… 대학 때 전공했던 것도 아닌, 뒤늦게 빠져들어 독서로만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영역을 배울 수 있는 일 년이란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3자가 보기에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나무를 심고 영하 2-40도에서 생고생하는 어리숙한 한 여인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무만큼 굵어질 팔뚝만큼, 피곤에 쩔어 골아 떨어질 잠만큼 내 마음도 생각도 지성도 넓어질게 분명하다.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하여 공지사항들을 듣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다행히도 다음 날이 몽골 여성을 위한 기념일이자 휴일인 여성의 날이라 푹 쉴 수 있었다. 거리엔 꽃을 파는 상인들, 꽃을 연인이나 부인에게 선물하는 남성들, 케이크를 가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 우리의 도보투어는 시작되었다. 그랜드 플라자와 국립백화점을 지나 수흐바타르 광장에 도착하자 몽골의 민주화를 외쳤던 수흐바타르 장군의 동상과 정부청사 앞 칭기스 칸(대 몽골 제국을 세운 국가적 영웅)의 거대한 두 동상들이 몽골의 용맹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6시간 동안 걸어댔던 우리의 첫날 투어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3 9일 수요일, 푸른 아시아 몽골 사무실로 첫 출근! 30분 동안 걸어 도착한 사무실은 근사했다. 우리의 첫 미션은 은행에 개인 계좌를 만들고 휴대폰을 장만하는 것.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릴 거란 윤팀장님의 코멘트에 한 두 시간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우리의 일정은 정작 6시간(은행업무 3시간, 휴대폰구입 및 가입 2시간, 이동시간 1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 되었다. 몽골 어느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한 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하다 만난 아주머니(한국말을 능수능란 하게 구사하시는 현지인)덕택에 싼 중고 휴대폰이 모여있는 곳의 위치를 알게 되었고 난생처음 몽골택시를 타보았다.

?초행길 인걸 들키지 않고 바가지 요금만큼은 피하고자 우리가 선택했던 것은 수흐바타르 야위.”(수흐바타르로 가주세요.) 란 어색한 몽골어 한마디를 택시 기사아저씨에게 이야기 한 후 팀원과 대화를 단절한 체 절대로 두리번거리지 않고 도착할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애쓴 우리의 노력덕택인지 아님 기사아저씨의 정직한 양심 덕택인지 2,500투그릭의 요금을 지불하였다. 아마 정상적으로 적용된 요금을 낸 것 일 꺼다.

휴대폰 가게에 도착하자 마자 몽골제 휴대폰을 쓰고 싶어라 했던 나의 기대는 산산히 깨져버렸다. 애초에 몽골에서 만든 휴대폰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다른 이들이 실컷 쓰고 버린 중고 폰 들이 버젓이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 중 삼*에서 만든 2006년도산 애니* 폴더를 15,000투그릭에 구입했다.

?그렇게 무사히 하루 하루를 보내다 그 다음 날 일이 터져버렸다. 점심 시간 케밥을 먹으로 가던 길에 은화간사와 난 몽골인 흉내내기를 하며 룰루랄라 걷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그 유명한 UB날치기들(재 작년 불어 닥친 조드로 인해 목축업을 할 수 없는 시골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고자 수도인 UB로 올라왔지만 일자리부족으로 도시 빈민층이 증가하고 그 중 일부는 소매치기로 삶을 연맹하고 있음)에게 당해 버렸다. 은화간사의 그 멋진 선글라스와 산지 2개월 된 따끈따끈한 디카를 훔쳐 가버린 것이다. 다행이도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그녀는 하루가 지나자 쓰라린 소매치기의 기억을 뒤로한 체 새 디카를 구매하고 국영백화점근처에서 산 6,000투그릭 짜리 선글라스를 보며 행복에 겨워했다. 그리고 나에게 닥친 아주 조그만 사고. 샤워를 하다 오기 전 맞추었던 안경을 떨어뜨려 안경테가 부서져버렸다. 그러나 나에겐 몽골의 강력 접착제가 있었기에 쉽게 고칠 수 있었다.

?몽골에 온지 5일째 된 금요일, 한 달 안에 실행될 구체적인 주민교육프로그램을 짠 후 바가노르 조림장을 담당하시는 윤팀장님과 애기간사님과의 첫 미팅. 경비원들의 불성실한 태도, 새로 깔아야 할 관수 파이프 및 조림장의 현 상황을 듣다 보니 몽골 현지인들을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조림장 매니저가 되어야만 하는 나의 상황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내일이면 바가노르로 떠나게 된다. 바가노르에 도착하자 말자 조림장을 수없이 다니며 머리 속에 그 곳을 생생하게 그려 넣어야 할, 그리고 당장 살아남기 위해 몽골어 공부를 심도 있게 해야 하는 나에게 건투를 빌며…… 굿 럭 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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