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훌라 걸스>, 변화의 열쇠

0107 <훌라 걸스>, 변화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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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 일본의 작은 탄광 도시가 바양노르와 겹쳐졌던 것은 어쩌면 이제는 길가의 가로수조차 그냥 스쳐 보낼 수 없는 나의 소위 그직업병과 관련이 있었을까. 어쨌거나 변화는 언제나 우리가 마주치는 혹은 마주쳐야 하는 자연스런 것이면서 동시에 기존의과 종종 상반되고 때문에 종종 경멸되며 이에 더해 리스키한 탓에 어이없는 망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 조금쯤은 뼈저리게 와 닿았고, 그 추운 마을에 <하와이안 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꿈이 결국에는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조금쯤 가슴 벅찼다. 이렇게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고자 컴퓨터를 켠 이유도 그래서 지금 몇몇 우리의, 그리고 그것에 동참하는 나의 망상이 현실이 되기 위한 과정이 그들의 과정을 닮을 점이 있을지 조금쯤 맞추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탓이다.

한때는 엄청난 수혜를 누렸던 탄광산업이 내리막을 경험하는 것조차 익숙해지려던 무렵, 그 마을의 한쪽 귀퉁이에서 변혁을 꿈꾸는 무리가 아주 초라하고 미미한 모습으로 꿈틀 움직인다. 마을 이장쯤 되는 한 중년 남자가 최초로 탄광 마을관광 마을로 변신시키려는 정말 꿈 같은 꿈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마을에는 하와이안 댄서가 될 광부의 딸들이 모여든다. 처음 넷으로 시작했던 멤버는 탄광이 휘청거리면서 수가 적당히 불어나고, 도쿄에서 초빙된 이방인 댄스 선생님이 순탄치 않은 삶의 여정과 댄서 희망자들의 그것이 맞물리면서 언젠가 천황이 찾기까지 했던탄광에 자부심을 갖고성실한 광부만이 미덕이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더 이상 미래가 없을 뿐 더러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만 하는 광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점차 분명히 눈 앞에서 역동한다. 먼저 마을의 청년 두 사람이 야자수에게 붙여준 크리스티나라는 이름을 밤낮으로 부르며 열성적으로 새로운 사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다음엔 그러한 시도에 동참한 친구를 배신자라며 두들겨 팰 만큼 ‘광산만이 미래고 삶의 배경이던 키미코(아오이 유우)의 오빠가 키미코의 댄서 입문에, 그리고 댄서 선생님에 은근한 격려를 보내더니, 마침내는 석상처럼 굳건히 탄광을 맹신하던 키미코의 어머니조차 마을 주민들을 회유하기에 나선다.

그 모든 변화를 불러들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그 시작은 배경이자 발단인 환경의 변화, 혹은 다른 말로는 위기, 즉 말로가 보이는 탄광산업이었다. 확실히 그 한계가 확실해질수록 기존 삶의 패턴에 많은 점에서 대비되는 <하와이안 리조트>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감이 줄어든다. 어쩌면 한 사람의 변화에 대한 태도는 그것의 필요성을 조금 일찍 보느냐 조금 더디게 보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리조트 건설에 동참한 청년은 분명 자신의 미래를 염려해 결단을 내렸고 리조트 계획을 세운 이장님 역시 멀리 보는 혜안을 가졌기에 변화를 최초로 기획하고 열정적으로 실행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키미코처럼 변화의 수용은 항상 위기의 인식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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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로서는 처음엔 댄서를 꿈꾸던 친구가 함께 하자고 부탁을 해와 마지못해 발을 대었다가 댄서 교사의 열정적인 훌라에 매료되어버렸던 것이다. 말하자면 지향하는 변화 그 자체의 매력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수화의 면면들을 가지고 있는 훌라는 연인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춤이다. 그것은 그것에 입문한 처녀들로 하여금 그것에 빠져들게 할 충분했고심지어는 그들의 실력을 선보이고자 홍보 차 떠난 전국 일주 여행 중 고향에 터진 탄광 사고로 아버지가 위중한 상황에서도프로로서 자신들의 꿈을 밀고 나가게 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아이들을 그리고 그들을 이끈 선생님을 향한 주민들의 비난에 기어코 그곳을 떠날 결심을 한 선생님을, 목청껏 내지른 고함으로도 되돌릴 수 없던 그녀의 걸음을 되돌린 것도 아이들의 훌라 수화였다. 분명 훌라는 과거만이 유일한 규칙이며 법이던 탄광 사람들의 완고한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촉매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세상에는 훌라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곤 하는 다양한 촉매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훌라를 시도한다고 하여 모두가 다 영화 속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촉매에 빠져서는 안 될, 어떤 성분이 존재하는 까닭일 테다. <훌라 걸>은 그것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했다.

키미코가 훌라 걸이 되기로 결심했던 순간은, 우아하고 정열적으로 그것을 추던 선생님의 모습을 대면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렇게도 딸의 결정에 반대하던 그녀의 어머니가 마음을 돌린 그 극적인 순간에 오버랩 된다. 후광이 비칠 듯 황홀한 선생님과 키미코의 몸짓은 그녀들의 삶의 애환, 훌라 걸로서의 절망,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그녀의 열망, 그런 것들이 뒤섞인 열정의 현현이었다. 변화의 필요성, 그리고 성공 가능성에 누구보다 회의적이었던 느림보들의 마음을 돌렸던 것은 결정적으로 먼저 꿈꾼 이들의 열정이었던 것이다. 온천을 이용한 보온 및 관수 시설 설비가 연기되면서 야자수들이 말라가자 주민들을 찾아 무릎을 꿇어가며 스토브를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청년들의 눈물, 자신은 그들의 소원대로 떠날 테니 마을의 미래를 누구보다 염려해 피땀 흘린 제자들의 춤만은 봐주길 간청한 선생님의 목소리, 그리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열성을 다해 연습을 하는 탄광 마을 딸들의 몸짓. 위험하고 고단하지만 그래서 더욱 자랑스런 전통만이 과거요 현재요 미래였던 사람들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된 기적은 모두 사람의 열정이 부른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꿈은? ‘숲 만들기를 촉매로 하는 우리의 꿈은 꼭 그들의 꿈만큼 꿈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 역시 바양노르 주민 자립 모델 수립이라는 자칭어리석은꿈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위기였다. 소위 추상적으로는기후온난화라 일컬어지는 전세계적인 환경 변화, 조금 구체적으로는 그로 인해 한국으로 발생하는 황사와 몽골에 퍼지는 사막화,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기후 난민,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의 불안. 그런 위기의식들에 발로한 것이 소위푸른 아시아 몽골 사업이다. 그렇다면 이 꿈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그래서 그 꿈이 실현되게 하기 위해서는 이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테다. 어떤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왜곡된 위기 의식 확산이 아닌, 공동의 선을 위한 현실 직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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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변화 촉매의 매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명분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은 이들이 행동하기 어렵다. 결국 사람은 이성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닌 것이다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행위 자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쁨, 만족감, 그런 것들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조금 더 극적으로, 강렬히 체험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감정적 경험을 극대화할 장치들이 필요할 지 모르겠다나무를 심는 일은 일반적인 의미에서훌라를 직접 공연하고 감상하는 것보다 적인 측면이 작아 보이지만 오히려 직접 만든 변화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조림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우리 주민들이 조금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것에 동참하는 에코 투어 등의 자원 봉사 팀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기쁘게 활동할 수 있는 루트를 개발하는 일그리고 이 작업은 아마도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경험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경제적 이익 역시 현실의 매력임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훌라 걸스>의 마지막 포인트는 나, 우리의 열정을 돌아보는 일일 테다. 조금쯤 가능성이 희박할지언정 믿음만큼은, 현실화하고자 하는 열망과 열정만은 순진할지언정 간절할 때가 비로소 다른 이들을 감동시킬, 그들을 동화시킬 기적이 싹을 틔울 조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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