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마무리 인사

 

1106 마무리 인사

 

최종 작업 이후, 1년 간의 조림 작업을 마무리하며 주민들과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할 수 있는 조촐한 자리를 지난 5일 마련했다. 어떤 어떤 작업들을 했었는지 어떤 추억들이 있었는지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작업에 참여한 전 주민에게는 지부에서 격려차 준비한 밀가루를, 1년 동안 가장 성실히 작업에 참여한 사람, 그리고 주민들과 현장 관리자들이 각각 뽑은 최고의 주민에게는 직접 만든 상장과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위해 하루를 꼬박 새워 만든 영상이 아쉽게도 파일 상의 문제로 끊기는 바람에 말로 전하게 된 마지막 메시지는, 우리가 하는 일은 모래 바람이 부는 바양노르에 무지개를 불러오는 일이라고. 당신은 푸른 아시아 인이고, 나는 그런 일을 하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멘트였다. 1년 동안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당신들과 함께여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고,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바양노르의, 몽골의, 한국의, 지구의 모든 이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기에 내년에도 분발해주시라고.

각자의 사정으로 비록 모두가 모이지는 못했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주민들 앞에 서서 준비한 마음을 전하다 문득 마음이 잔뜩 부풀어 잠시 숨을 죽여야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한 켠으로 지난 7개월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이들과의 추억들이 떠올라 뭉클. 다른 한 켠으로 정말 많은 구덩이를 파고 많은 나무를 심고, 더 많은 나무들을 열심히 관수해준 이들이 자랑스러워 또 뭉클. 아쉬움과 뿌듯함이 뒤섞인 묘한 기분. 정말 끝났구나. 그리고 해냈구나.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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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마음만큼이나 그들도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로 마음이 빼곡했던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몇 주민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마음들을 꺼내어 놓았다. 세 파견 간사에 감사의 말을 전한 나랑 후 아주머니와 재밌는 추억들을 끄집어 내며 미소를 선물한 다와수릉 아주머니와 사랑치멕 아주머니. 그들의 입 모양에, 표정과 목소리에 묻어난 그 감정들은 순식간에 나에게로 옮아와 커다란 미소를 웃음을 자아냈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사람들. 그리고 정말이지 극적인 마무리. 진심 어린 미소만큼, 마음이 가득 담긴 웃음 소리만큼 극적인 일이 또 있을까.

나는 연극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을 특히 좋아한다. 짧지만 긴 시간 동안 하나의 극을 열렬히 연기한 배우와 그것을 숨죽여 지켜본 관객 간에 극적으로 형성된 극보다 더 극적인 연결성이랄까, 소통의 공기랄까. 박수 갈채와 환호 속에 녹아든 그 긴장감 섞인 환희, 기쁨과 아쉬움과 눈물과 웃음이 뒤엉킨 마음들은 정말 짜릿하다. 하물며 지난 7개월 간을 동고동락한 우리의 유대는 고작 몇 시간을 공유한 배우와 관객보다 훨씬 끈끈한 것이었기에 우리의 마지막 순간은 연극의 그것보다 훨씬 진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 더 많은 울림들을 만들어 내었던가 보다.

그렇게 감사와 격려의 인사들을 나눈 후, 조림장 온실에서 가진 허르헉 파티와 마을 문화회관에서의 뒤풀이. 술잔에 묻은 그들의 마음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한 잔 두 잔 마신 몽골 맥주에 거의 필름이 끊기다시피 했지만, 그 와중에도 내 손을 이끄는 사람들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끈끈한 정이 기분 좋았다. 술 기운에 한껏 고무되어 내 이름을 불러 대는 목소리들이 정말 따뜻했다.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도 중요하다. 시작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듯, 끝에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은 지난 시간을 나름의 가치와 잣대로 정리해내는 일이고, 이를 통해 다음을 다음의 시작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공유한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니까. 언젠가 고딕 문학 수업을 끝내며 가졌던 번외 수업과 뒤풀이 자리. 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그럼에도 뒤에 후회가 남았던 것은 내가 참 존경하던 교수님께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였다. 이번만큼은 내 감정들을 마음들을 전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마무리 회합. 앞으로 나의 우리 주민들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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