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의 일상 – 문봄이] 길고 긴 겨울 밤

길고 긴 겨울 밤

 

문봄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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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28, 저녁 5 52

 

몽골에 오니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인간의 무능함과 연약함을 새삼, 그것도 연중 느끼곤 한다. 작년 2월 말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생애 최고로 혹독한 겨울 바람을 만났던 그 때, 낯선 거리를 걸으며 난 꼭 죽는 줄만 알았다. 몽골의 겨울, 몽골의 추위 앞에 우리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 입는 것과 같은 외투에 장갑과 목도리, 그리고 거북이마냥 목을 최대한 움츠리고 다니는 수밖에. 그러고 보면 몽골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내일 살아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내일 죽을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몇 개월 후,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다 지고 깜깜한 여름 밤을 만났을 때, 그리고 새벽 4시가 좀 넘자 대낮처럼 금방 환해지던 이 곳 여름 아침을 만났을 때, 나는 정말 울고만 싶었다.

초보 엄마에게, 어린 아이를 일찍 재우지 못하는 건 때론 고문에 가까울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시작된 이 곳 몽골의 겨울 밤은 자꾸만 길어져 6시도 되기 전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온 동네가 뒤덮인다. 다음 날 아침 해는 9시가 되어서도 여전히 산 위로 다 떠오르지 않는다. 여름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것 같다. 영상 40도와 영하 40도를 오가는 기온 외에, 이렇게 계절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낮과 밤의 시차는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 자연적 조건이다. 아무리 커튼을 치고 눈을 감은들, 해가 떠 있으니 밤 8시도 낮이 되고, 아무리 집 안의 불을 환하게 밝힌들, 넓고 넓은 대륙에 어둠이 내려 앉으니 아침 7시도 밤인 것이다.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초인적인 환경이 많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좋은 환경에 사는 사람들보다 그 삶이 분명 더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겸손해지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니면 오히려 거칠어지고, 너그러운 세상의 품 안에서 쉽게 희망을 꿈꾸기보단 가혹한 환경 앞에 쉽게 비관하는 삶이 되어 버릴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환경, 어떤 상황 앞에 놓인 인간인들 모두 좋은 결과만, 나쁜 결과만 내 놓으라는 법이 있던가. 다만, 그 모든 걸 좌우하는 가장 큰 힘은 인간의 의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잠시 머물다 갈 이 곳에서, 축제같이 지나가 버리는 여름 동안에는 부지런함을, 춥고 어두운 겨울 동안에는 겸손함과 인내를 배워 가길 꿈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