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여진의 EP.9 바양노르의 겨울 Q&A

  EP.9 바양노르의 겨울 Q&A

Q1. “요새 심심하시죠?”

Q2. “나무도 안 심는 겨울인데 뭐 하세요? 심심하시겠어요?!” 

근래 만나는 사람들마다 묻는 말이다. 우리가 나무만 심는 단체인줄 아시는 분들은 나무 심지 않는 겨울에는 우리가 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건 상당한 오산이다. 겨울 역시, 나무를 심고 돌보는 다른 계절들만큼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물론, 한창이던 시절 아침에 눈 뜨면서 사람이 과로사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보다는 덜 하지만 서도 말이다. 

A1. 겨울에는 수업과 숙제를 하면서 지내지요. 

처음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나는,(우리는) 요즘 각 사업장의 지역에서 수업을 하고, 이제는 밤길 말고도 낮의 으슥한 곳 까지 조심(?)하셔야 되는 윗분들의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전제작, 교재 만들기, 잡지제작, 2011년 계획 등 등. 필드에서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던 우리는 양계장의 암탉처럼 사무실에서 꼼짝없이 지내며 숙제완성이라는 알을 순풍순풍 낳고 있다.

 A2. 쓰레기도 줍지요. 

암탉처럼 사무실에서 지내는 일 이외도 지난 봄, 여름, 가을과 다른 일을 올 겨울에는 하고 있는데 다름이 아닌 쓰레기 수집이다. 월요일 아침만 되면 나는 사무실 쓰레기통과 우리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장을 기웃거리며(저번 주 월요일에는 쓰레기 수집하는 몽골분이 나를 엄청나게 째려보며 경계했었다.) 어렸을 때 착한일 하면 선생님이 주시는 포도알 스티커를 받을 기세로 쓰레기를 주으러 다닌다.

쓰레기를 줍다보면 아쉬운 점이 한 가지가 있는데 재활용시스템이 몽골의 사회는 아직 정착이 안 되어 있어 분리배출이 가능한 것들 까지 쓰레기통에 박혀있는 걸보면 상당히 마음이 불편하다.

 

A3. 만들기 수업을 해요. 

매주 월요일 14:00부터 16:00까지 바양노르의 학교에서 나는 신바람(?)나는 만들기 수업 재활용품으로 생활용품 만들기을 진행한다.

수업의 기획 의도는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이용하여 쓸 만한 것을 만드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동시에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이다.

대체로 나의 수업은 매우 즐겁(?)고 알차(?)고 보람(?)되지만 몇몇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도저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원활한 수업을 방해하고 있다.

문제점1. (?)만한 쓰레기가 없다. 

내 수업에서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선생님의 즐거움, 둘째는 실용성이다. 1조건은 내 마음먹기에 달려서 식은 죽 먹긴데 2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바양노르에 쓸 만한 쓰레기가 없다는 것이다. 구하기 쉬운 것들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야 아이들이 만들기 수업이 너무나 실용적이고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될 터인데, 이 동네는 물건이 귀한 만큼 버릴만한(?)것들도 재활용해서 쓰고 있어 도무지 수업을 할 재료가 없다는 거다.

 선생님이 멀쩡한 물건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다는 의심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밤낮을 식음을 전폐할 기세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재료를 선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참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문제점2. 탑 스타 선생님

3년 동안 한국인 또 한국인을 경험하고 있는 바양노르 학교의 학생들이지만, 외국인인 우리가아직도 우리가 신기한 모양이다. (심지어 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교에 우리가 등장하기만 하면 다들 웅성거리며 저마다 지난여름 한국인 선생님들에게 배운 한국어를 써먹기 바쁘다.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등을 외치며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탑 스타 취급을 해준다.

거기다가 수업시간동안 교실문을 열기도 하고, 창문에서 붙어서 두드리기 까지 하는데 소녀시대가 남부럽지 않다. 아이들은 생김새는 똑같은데 다른 말을 하는 우리가 여전히 신기해 보이나보다.

문제점3. 국경을 넘지 못하는 나의 짝사랑

나는 우리 학생님들과 친해지고 싶어 손짓발짓으로 몽골어를 해대며 농담도 하지만 영~통하지가 않는다. 한국인과 일한지 3년차 되는 우리 주민님들은 척 해도 탁 하고 알아듣는데 학생님들은 나의 한국식 몽골어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 모양이다. 매주 월요일의 2시간 나는 혹독하고 가혹한 짝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다.

겨울동안 우리는 나무를 심지 않지만, 그 분들께서 전해주시고 강조하신 우리의 또 다른 미션인 사람을 키우고 지역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다.

사람을 키운다는 이 말에 당연하게 바양노르의 학생과 주민을 떠올리겠지만 우리 주민님들뿐만 아니라 푸른 아시아 그리고 나 까지도 포함을 하는 것이다. 이 겨울수업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는 지역개발사업이란 말 대신 인간성장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할 만큼 다방면에서 다양한 것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오묘한 것들을 배운다! – 들을 체득하고 있다.

겨울의 우리 수업을 통하여 우리 주민님과 학생들이 한 단계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와 함께 했던 이 시간이 즐겁고 신났었다는 좋은 기억과 다음 겨울수업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