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재 박사 – 만달고비의 2년] 날개를 달아보자

 

날개를 달아보자

 

 

 

20093월의 어느 날, 나는 칭기스 칸의 나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은 내가 생각했던 몽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약간 이국적인 모습의 몽골 시내를 구경하는 동안, 파견된 동료 간사들과 나는 몽골에 온 본래의 목적은 잊은 채 그저 새로운 몽골의 모습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왜 이 나라에 나무가 필요한 거지?’ 라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견지인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약 270km 떨어진 돈드고비 아이막의 만달고비로 이동하는 동안 이전의 모습과 그림들은 모두 사라져 갔고, 만달고비에 가까워질수록 황량함보다는 거의 무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아무것도 없는 백색도화지 에 내가 마음껏 생각나는 대로 혹은 그리고 싶은 대로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그러한 상태였다. 더욱이 만달고비 시 외곽에 실제 조림 예정지를 둘러보고는 ‘내가 과연 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2009, 조림장 경계를 표시하는 울타리용 구덩이를 파내는 작업을 시작으로 우리의 조림은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빴었던 것 같고 다만 그 해 가을, 겨울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나무들만 조림장에 우뚝 서 있었던 것 같다.

 

 조림사업은 조림장 경계를 표시하는 울타리 작업, 묘목식재용 구덩이 작업, 우물작업, 전기설비 등의 조림준비작업과 나무식재 그리고 최종 관수일까지의 관리 작업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대개 4월초에 작업을 개시하여 5월말까지 나무식재를 완료하고 6월부터 10월경까지 관수작업 후 조림사업을 완료하게 된다. 한국의 한겨울 이상으로 추운 4월의 몽골 조림장은 세찬데다 모래까지 동반한 거친 모래바람까지 불어 작업에 상당한 애를 먹곤 했다. 특히 나무를 식재하기 위하여 한국에서의 경험과는 달리 일정한 폭과 깊이로 나무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식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식재용 나무 구덩이를 만드는 작업은 해동이 덜 되고 건조한 만달고비 현지 토양특성과 맞물려 작업이 쉽지 않았다.

 

 4월부터 6월까지의 조림작업은 전체 조림사업과정의 80%이상을 차지함은 물론 이 시기의 작업과정이 조림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조림장 책임자, 현지 인부, 그리고 울란바토르에서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푸른아시아 지부 직원들까지 모두 이시기에 초긴장 · 비상상태로 총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몽골에 오기 전 조림사업을 경험해 보지 않은 파견 초임자들도 이 시기에 나무 한그루의 소중함을 자연히 깨닫게 됨은 물론 스스로 거대한 자연 앞에 겸손함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이 후 10월 경의 최종 관수일까지 나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을 공급해 주는 관수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최고 40도까지 급상승하는 여름을 무사히 넘기게 하기 위하여 다시 한 번 모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 대하여 조림장 식구이자 주체인 나무들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언제나 묵묵하고 참을성이 강하며 속이 꽉 찬 어른 같은 느릅나무, 금방 칭얼대는 아기 같은 포플러,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버드나무 등 우리 조림장은 꼭 인간세상의 축소판 같다.

 

올해로 파견된지 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과정은 내 안에서 깨끗이 정화되어 먼지처럼 사라져가고 있지만, 조림장의 우리 나무들은 지금도 만달고비 조림장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다른 음식, 문화, 언어 등에서 초래한 어려움과 동시에 우리가 수행해야만 하는 미션의 어려움 등 모든 시련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지내온 것 같다. 이제는 2년차 고참이 된 2009년 조림장의 포플러 사이를 걷다 보니 발 아래의 풀, 나와 포플러, 그리고 푸른 하늘이 맞닿아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문득 이래서 세상에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심어놓은 나무가 내 나이 혹은 그 이상 자라 몽골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치는 거센 파도에도 움직이지 않고 초연한 섬 같은 존재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