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 기후회의와 한국의 선택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칸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결정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인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교토의정서’의 1차 공약기간이 2012년이면 종료된다. ‘교토의정서’의 종료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2013년에 시작되는 2차 공약기간의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은 새로운 의정서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2010년 11월 29일부터 12월 11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194개 국가가 참여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되었다. 총회 마지막 날, 참가대표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칸쿤 총회는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녹색기후기금 조성,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도상국 이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폭 2℃ 억제를 위한 긴급행동을 결정했다. 특히 칸쿤 총회의 결정에서 핵심내용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기후변화 취약국가에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00억 달러씩 300억을 달러를 ‘긴급기금’으로 지원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장기기금’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결정은 2009년 코펜하겐 회의 실패 이후 1년 만에 이룬 쾌거로, 마지막까지 합의를 반대했던 볼리비아를 제외한 각국 정상들과 UN 지도자들은 칸쿤 총회의 성공을 자축했다. 칸쿤 총회에 참여했던 각국의 대표들은 12월 11일 새벽 3시를 조금 넘겨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치면서 통과시킨 칸쿤 합의에 대해,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손상을 입은 UN 기후변화협약 총회의 신뢰를 회복시켰기 때문에 큰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해주었다. 칸쿤에서 모두가 박수를 치는 상황에 함께 박수를 쳤던 각국의 대표들은 “그래 맞았어,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오히려 선한 의지의 적(敵)임을 확인했고, 이 정도의 수준이라도 결정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라고 자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표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정신 차리고 칸쿤 협정문을 다시 보았을 때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마도 칸쿤 협정문을 보면서 빈틈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우선 살펴보면, 가장 핵심적인 녹색기후기금을 선진국들이 어떤 기준으로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결정도 없다. 선진국들은 탄소시장을 통해 조달하거나, 탄소세를 부과해서 조성하고 싶어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공적기금을 통해 빠르게 조성을 하고 싶어 한다. 결국 어렵게 결정한 녹색기후기금도 실행되는 데 많은 시간을 겪으면서 기구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칸쿤 총회의 결정은 결국 ‘온실가스 저감 목표’라는 핵심을 비켜난 낮은 수준의 결정이었다. 각국 정상들의 자축에도 불구하고 칸쿤 총회는 교토의정서를 새롭게 살려내는 목표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칸쿤은 기후 총회를 구했을지 모르나, 지구 기후를 구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총회는 구하고, 기후는 구하지 못해

칸쿤 회의를 시작하면서 세계기상기구(WMO)와 과학자들은 올해 지구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최고조에 달해 있어 매우 긴박한 상황임을 194개국 협상 대표들에게 호소했다. 이대로 가면 2100년이 아니라 2060년에 지구 기온이 4℃까지 상승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따라서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낮추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가 합의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칸쿤 총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결정 없이 근거를 알 수 없는 ‘2℃ 상승폭 제한’이라는 선언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독일의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도 올해 《네이처》지를 통해서 “지구 기온을 섭씨 2도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야심찬 목표와 현재의 배출감축량 사이에는 커다란 부조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칸쿤 총회가 성공이라는 평가에 묻혀 부각되지 않은 가장 심각한 과제는, 온실가스를 대폭 삭감하기 위해 2013년부터 적용할 교토의정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거꾸로 진행되었다. 칸쿤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폭탄성 발언을 한 일본 대표는 온실가스 주요배출국인 미국과 중국, 개발도상국들이 의무이행국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교토의정서 연장을 반대하다는 견해를 단호히 밝혔다. 더욱 우려스러운 사실은 러시아, 캐나다도 교토의정서의 연장을 반대하고, 교토의정서에 따른 의무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일본의 발언에 동조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언은 앞선 산업화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개발도상국들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부정하는 이 발언은 총회의 최대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나 총회가 끝나는 날까지 일본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미국의 태도이다. 미국은 작년 코펜하겐 총회 이후, 2010년 4월에 독일 본에서 개최한 기후회의에서 2009년 코펜하겐에서 결정하지 못한 3쪽짜리 ‘코펜하겐 선언서’에 집착을 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 본 회의에서 미국은 이상하게도 코펜하겐 합의가 저절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는 국가로 보였다. 코펜하겐 비밀합의에 연합했던 나라들과 대다수 국가들은 멕시코 총회에서 다시 합의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래서 본에서 진행된 논의는 주로 코펜하겐 합의안 중 어떤 부분을 멕시코 칸쿤 총회에 상정할 것이고, 또 어떻게 상정할 것인지를 두고 이야기하면서 그저 핵심을 비껴난 상태로 맴돌고 있었다.

미국이 칸쿤 총회를 코펜하겐 선언에 묶어두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의도는 코펜하겐 선언이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법적 구속력을 갖춘 감축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각각의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정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길 바랐던 것이다. 교토의정서의 폐기, 코펜하겐 선언의 부활을 이상적으로 보았던 미국을 캐나다는 항상 따라다녔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 칸쿤 총회의 부실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칸쿤 총회는 코펜하겐 선언에 나온 정도를 박수로 결정했고, 코펜하겐 선언을 관철하기 위한 ‘디딤돌’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칸쿤 총회는 교토의정서를 폐기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2007년 이후 진행된 기후회의들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취지는 2013년부터 적용할 교토의정서의 2차 공약 기간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새롭게 만드는 데에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칸쿤 총회를 이끈 UN 지도자들은 이 목표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낮은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려는 목표로 시작을 했다. 그리고 칸쿤 총회에서 발생한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부정하는 발언들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애초의 목표를 잃어버린 칸쿤 회의는 자축을 할 만한 절반의 성공을 한 것이 아니라, 지구 기후를 구하지 못하고 거대한 패배를 한 것이다. 이로써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진행할 온실가스 감축협상은 미국과 일본의 의도에 맞서 개발도상국이 싸우는 험난한 전쟁을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선택

한국 정부는 이번 총회에 참여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한국은 지구 기후를 구하기 위한 진정성과 신뢰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해 입법예고를 했다. 이는 우여곡절을 겪는다고 해도 국제사회가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여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업들은 이를 어겼을 때 과태료 1천만 원에 그치는 솜방망이 목표관리제에 대해서는 허용하면서, 온실가스 생산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부담이 되는 배출권거래제 실시에 대해서는 유보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즉,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 실시를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조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역시 기업의 이런 태도에 동조를 하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가 1990년대 이후 두 배로 늘어난 한국의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은 아니라고 해도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임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온실가스 배출기업의 ‘배출권거래제 유보’ 요구에 밀리고 있다. 기업이 마른 수건이 아니라 온실가스에 푹 절은 수건임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울러 칸쿤 총회가 한창 진행되던 12월 7일, 한국의 지식경제부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통해 2030년의 에너지 수요를 2008년 1차 계획을 발표할 때보다 13.4% 늘려서 발표하였다. 결국 한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국제적으로 진정성에 대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올 것이다.

2020년까지 한국 정부는 배출전망치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30% 삭감하기로 선언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태도들은 모순되고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한국 정부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한다면, 온실가스 저감 목표에 맞추어 온실가스 거래제, 에너지 효율화 정책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여 국제사회에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말 가교 역할을 하려면 한국이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에 뚜렷이 기여하는 것을 진심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