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덴에서 – 강진아] 에르덴 솜 댄스 교실 이야기

 

에르덴 솜 댄스 교실 이야기

 

화요일 오전 10시 40분쯤 배낭, 침낭, 노트북 가방을 짊어지고 바가노르 버스 정류장에 가서 목적지와 이름을 밝히고 분홍색 종이를 받는다. 바가노르에서 출발하여 울란바타르로 가는 버스는 11시가 첫차다. 몽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에서 내가 탔었을 수도 있을, 한국산 중고 버스에 올라탄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 11시가 되면 사람 한 명이 탑승객들의 분홍색 표를 확인하고는 차표 값을 걷는다. 울란바타르까지는 4,000투그릭(몽골의 화폐 단위로 한국의 4,000원과 비슷함), 에르덴 솜까지는 3,000투그릭이다. 약 한 시간 뒤에 에르덴 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다. 길을 건너 홈스테이 하는 집에 가서 짐을 풀고 얼마 안 있다가 몽골 식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든든히 먹어야 춤을 가르치러 갈 힘이 생긴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찬바람이 매섭고 콧속이 바삭거릴 정도로 추운 몽골의 겨울 동안 푸른아시아 파견 간사들은 겨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나는 에르덴과 바가노르를 오가며 힙합 댄스 수업을 진행한다.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바가노르 숙소에서 신은혜, 김다인 간사와 함께 생활하고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에르덴 솜에 가서 홈스테이를 하며 지내고 있다. 바가노르와 에르덴은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지역이라 춥다. 특히 에르덴은 자정과 새벽 사이에 영하 50도까지 떨어지고 있는 엄청난 지역이다. 그래서 수업에 갈 때는 완전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곤 한다.

 두 겹으로 되어 있는 벙어리 장갑에 마스크까지 하고서 컴퓨터 가방을 매고 기술학교 부근에 있는 학생 문화 센터에 간다. 꽤나 시설이 좋은 작은 강당이다. 큰 엠프가 2대 있고 무대도 있으며 의자를 한 쪽으로 밀면 제법 큰 공간에 카펫까지 깔 수 있다. 노트북을 기계에 연결해서 엠프로 노래를 크게 틀고 두 시 반부터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보통 3시면 학생들이 다 모인다. 학생수는 변동이 꽤 심하다 많이 올 때는 스무 명쯤, 적게 올 때는 3명까지.

 신나는 음악을 틀고서 카펫 위에 동그랗게 서서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라서 그런지 다리를 크게 벌리거나 골반과 엉덩이를 돌리는 동작을 할 때면 부끄럽게들 웃지만 그래도 열심히 따라 한다.

 첫 번째, 전체 스트레칭. 목 근육 이완, 목 돌리기, 어깨 돌리기, 팔 접고 어깨 돌리기, 팔 펴고 어깨 근육 이완, 팔 위로 접고 팔 근육 이완, 가슴과 등 근육 이완, 허리 돌리기, 앉아서 허리 비틀기, 다리 근육 이완, 골반 주위 근육 이완, 다리 모아 다리 뒤 근육 이완, 천천히 척추 뼈 하나씩 일어나기, 손과 발 돌려 근육 이완하기. 두 번째, 목 스트레칭. 목을 사방으로, 자유자재로 늘이는 동작. 세 번째, 어깨랑 골반 동시 스트레칭. 네 번째, 가슴 좌우앞뒤 동작. 다섯 번째, 골반 좌우앞뒤 동작. 여섯 번째, 웨이브. 일곱 번째, 제자리 점프. 내가 제일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는데! 왜 살은 안 빠지는 걸까? 뜬금없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30분 가량 이어지는 스트레칭이 학생들에게 재미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라고 물으며 열심이다. 다만, 첫 수업시간에 언지를 주었으나 엄청나게 뛰어난 패션센스를 가진 학생들이 태반이라 자꾸만 스키니 진을 입고 온다. 다리도 제대로 못 벌리길래 큰 츄리닝 바지를 입고 오라고 매번 말하지만 항상 예쁘게 차려 입고 오는 학생들. 사실 난 몽골에서 아가씨이기를 포기한 이 십대 한국 여성.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면 변신 예정이지만 말이다.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무조건 편하고 따뜻하게만 입고 건조한 피부로 인해 샤워 회수도 최소한으로 줄이며 살고 있는데 몽골의 여학생들은 아이라인에 마스카라까지 예쁘게 화장을 하고 다닌다. 그래서 가끔 민망할 때가 있다.

 몽골 학생들도 한국 가요를 포함해서 힙합 노래를 많이 듣는지라 춤을 즐겨 춘다. 한국 학생들처럼 mp3 player를 항상 들고 다니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흥얼거리거나 몸을 흔든다. 자신만의 느낌으로 자유롭게 추는 춤도 참 보기 좋다. 하지만 수업시간에는 모두가 함께 맞춰가며 춤을 추고 있어서, 즐겁기도 하지만 조금은 제약적이고 강압적이다. 걱정과 달리 꽤나 이런 시스템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친구들에게 참으로 고맙다. 나도 최대한 웃으며 장난치며 즐겁게 수업을 하려고 한다. 학생마다 춤을 추는 스타일이 다르고, 센스도 다르고, 받아들이는 능력도 다르지만 한 동작 한 동작 익혀가고 음악에 맞춰 춤 추는 것은 모두가 좋아한다. 게다가 새로운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한국 학생이나 몽골 학생이나 똑 같은 것 같다.

지금은 한국에서 올해 이효리가 활동했던 ‘Chitty chitty bang bang’이라는 곡으로 방송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엄청나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았다. 많이 어려운데 할 수 있는 거냐며 묻는 학생들. 열심히 연습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수업 다 마치면 공연할 거니까 열심히 연습하라고 말을 전했다. 하지만 엄청난 굳은 의지는 그때뿐. 바쁜 학생들이라 연습은 10명 중 1명이 해올까 말까이다. 그래서 춤 영상을 자주 보여주면서 그들의 의지를 매번 끄집어내려 안달 중이다. 결국에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며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즐거운 댄스 수업에도 애로사항은 있다. 방과후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에르덴 솜의 학생들은 시간이 없다. 그래서 ‘춤 연습 많이 하고 오세요’라고 말을 해도 다음 날 만나면 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불상사가 자주 생긴다. 게다가 수업, 시험 등의 예상치 못한 스케줄로 인해 꾸준히 오는 학생이 드물어서 다시 올 때마다 전 시간 진도를 다시 설명해주어야 하는 귀찮음이 따른다. 목도 많이 아프고 지치기도 한다. 어제는 맛있는 쵸이왕을 점심 식사로 잘 먹고서 문화 센터에 갔는데 다른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학교 교실로 갔다. 이럴 때마다 조금 짜증이 난다. 바뀐 상황이나 스케줄에 대한 연락을 해주는 이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문이 잠겨 있거나, 행사가 있으면 강당을 사용할 수 없어서 기다려야 되고 방황해야 되고. 몽골에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날씨까지 추우니까 얼굴이 찌푸려진다.

강당이 사용 불가할 때 빌리는 교실에는 선생님 한 분이 학생을 눕혀놓고 속눈썹을 붙여주고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꺼내 수업할 준비를 했다. 댄스 수업의 유일한 선생님 수강생, 시네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을 시켜 댄스 수강하는 학생들을 불렀다. 수강하러 온 학생 3명. 그것도 한 명은 아주 늦게 왔지. 박자를 못 맞추고 방금 가르쳐 준 동작을 잊어버리고 몸도 자신들의 열정만큼은 안 따라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네 선생님은 그 동안 한두 번 댄스 수업에 빠져서 진도가 느려 못 따라오기도 했고 일 때문에 나갔다 오기도 했고 빠른 진도 나가는 학생들 지도하고 있을 때 돌아다니기도 했다. 춤 동작 습득 능력이 낮은 한 학생은 따로 옆에서 연습하랬더니 눈썹 붙이는 것 구경하고. 아, 점심으로 먹은 뱃속의 쵸이왕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표정 관리가 안 됐지만 웃으려고 노력했다. 참 많이 서운한 하루였다. 그래서 집에 와서 폭식했다. 초콜릿, 빵 네 개, 귤 한 개.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해서 어제는 속상했던 것이다. 사람이라서 서운하거나 실망을 하긴 하지만 그건 내가 많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원래의 목적대로 나를 만난 몽골 학생들에게 즐거운 여가 활동을 제공해주는 것. 물론 처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학생들과 같이 땀 흘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춤을 출 수 있어서 행복하니까. 나 또한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 걸? 그러니 나도 학생들도 조금 더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선생님은 살 빼고 갈게요. 여러분은 어제 배운 동작 외워서 오세요. 까 먹으면 처단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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