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나무와 사람의 공통점

나무와 사람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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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준비를 하면서 끊임없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는, 뿌리가 부실하면서 줄기가 왕성하게 뻗은 나무는 전지 작업을 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어떤 뿌리가 건강한지 부실한지의 개념조차 별로 와 닿지 않았던 터라 가지를 어떻게 자르는 것이 좋을까 전지 작업이 나무에게 외려 상처만 남기는 것은 아닐까 그 수준에서의 고민들을 하곤 했었던 것 같다. 이곳에 도착한 후에서야, 굴취한 삽목 가지들을 다시 심기 좋도록 뿌리를 직접 다듬는다거나 조림장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전지하는 작업들을 조금 조금씩 해볼 수 있게 되면서 이제 겨우 준비 기간에 하남시청의 김광섭 산림과장님과 이덕수 박사님이 해 주셨던 이런 저런 설명들의 의미를 가끔가끔 되짚어보는 중이다.

아직 해토가 채 되지 않은 조림장을 둘러보던 길, 우박에 피해를 입은 주지들을 서슴없이 잘라내시는 이 박사님의 손놀림에 반쯤 겁도 나고 반쯤 신기하기도 해서 어떻게 그렇게 나무가 죽었는지 금방 아시느냐 여쭈었더니 죽은 나무는 소리부터가 다르다고 하시며 가지를 흔들어 보이신다. 마른 가지들이 부딪히는 소리. 애처롭기도 하고, 조금쯤 성가신. 그제서야 나는 ‘아’하고서 주위를 둘러본다. 죽은 가지를 잘라 주어야 튼튼한 녀석이 자랄 여지가 생기겠구나.

이번엔 싹둑 잘려버린 주가지 옆으로 말갛게 얼굴을 내민 맹아들이 신기해 이 녀석들을 다 키우면 되는 거냐 여쭸더니 맹아들을 골라주시며 잘 자랄 것 같은 두어 녀석들을 남겨두면 된다 하신다. 어떤 녀석들은 죽어 있는 듯 잠자고 있어서 가만히 내버려두면 맹아지가 올라올 거라고도 하셨다. 뿌리만 잘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나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허우대가 멀쩡하지만 주가지가 하얗게 바짝 말라 죽어버린 녀석, 그런가 하면 멀끔한 주지를 바짝 잘려 초라해 보이지만 튼튼한 맹아지를 잔뜩 올려 보내놓은 녀석, 그러고 보면 사람들만큼이나 나무들도 참 제각각이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닌 뿌리이다. 땅 속에 고요히 묻힌 그 녀석들이 몽골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낼 주체일 테니까. 그건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튼튼한가에 달린 일이 아닐까. 평소에 그 사람이 얼마나 커 보이건, 강인해 보이건, 위기가 닥쳤을 때 정작 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그의 단단한 마음일 테니까. 하지만, 그의 숨겨진 진가는 평소엔 알 길이 없다.

그저께 한창 구덩이 표시 작업을 끝내고 조림장을 나오면서 함께 일을 했던 후를레 아저씨가 도중의 나무들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 나무들이 참 멋있게 컸었더라고. 작년에 이재권 전문위원이 이렇게 자르셔서 지금은 나즈막해졌다고. 그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마음에 걸린 나의 짧은 몽골어 대답. 하지만 덕분에 그 나무는 더욱 튼튼하게 자라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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