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바양노르 ‘아시아 희망의 숲’ 조림지 첫작업

0405 바양노르 아시아 희망의 숲 조림지 첫작업

 

 몇 번째 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는 몽골의 봄. 어젯밤 쌓였던 눈은 한나절이 지나자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이곳에서의 첫 작업은 비닐 하우스에 일년 동안 자란 묘목을 뽑아 심기 좋게 뿌리를 다듬어 가식하기. 그저께로 계약을 맺은 28명의 인부 중 4명과 함께 하는 작업은 농사의 농도 모르는 나에게는 생경하면서도 신기한 것이었다. 삽으로 뿌리가 상하지 않게 묘목을 뽑아 내기, 전지 가위로 뿌리를 다듬기, 노지에 가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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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목을 캐내려 삽을 들었지만 뿌리가 어디쯤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땅 위로 다닥다닥 올라와 있는 그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엉성하게 삽을 밀어 넣었다가 빼꼼 새눈이 말갛게 올라온 녀석들이 다칠까 싶어 섣불리 발을 디디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런 나의 엉성한 자세에 짓궂게 장난 섞인 말을 던지는 이 박사님과 삽질의 표본과도 같은 지 간사님의 동작에 나는 그저 잔뜩 신이 난 웃음소리로 답했다. 그저께 밤, 대문 밖 화장실을 가다 그만 넘어져 발목을 삐었던 것을 핑계 삼아 박사님께서 건네신 나무를 의자 삼아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엉성한 삽질 대신 전지 가위를 집어 들었다. 날이 꽤나 무뎌져 버린 가위 날로 구덩이 크기에 알맞게 뿌리를 다듬는 작업을 한참 하다 보니, 나무 뿌리가 마치 머리카락이나 된 듯 느껴졌다. 가위 날에 뿌리가 걸릴라 치면 미안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고, 저들끼리 얽히고 설켜 풀어지지 않을 때면 나도 모르게 아아하는 외마디가 나왔다. 묘목들과 대화를 하는 내 목소리에 지 간사님은 종종 ?’라는 질문을 던졌고, ‘~ 혼잣말이란 내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 껄껄 하는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나는 요 녀석들을 만나기 위해 이 땅까지 날아온 것이다. 석탄으로 난로를 떼고, 아침이면 조림장의 우물에서 물을 긷고, 그 물통을 수레로 날라야 하는, 그리고 대문 밖에 나무 판자로 삐뚤 하게 선 채 움푹 파인 구덩이가 전부인 화장실을 들락날락 해야 하는 이곳 생활은 모두 이곳 사람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 위한 것이다. 그저께로 마무리를 지었던 주민 교육의 마지막 시간 그들에게 건넨 나의 인사말처럼, 몽골에서의 삶은 나에게 어렵고도 신기한 변화이다. 이런 나와 함께 조림 작업을 해 나갈 그들에게도, 역시 지난 2년과는 또 다른 변화일 테고.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으로는 점차 뜨겁고 건조한 사막이 되어가는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일 테다. 변화는 두렵고 어려운 것이지만, 결국에는 삶 자체가 변화인 셈이니 사실 그다지 새로운 것도, 유별난 것도 아니다. 나도 그들도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니만큼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변화라는 녀석이 불러들이는 불안감을 지혜롭게 넘길 수만 있다면, 나도 그들도 이 나무들처럼 한 뼘 두 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심는 일도, 사람을 심는 일도 이제 겨우 첫 걸음이다. 묘목 하나하나에 참으로 조심스러웠던 나의 마음이 날아가버리지 않기를, 푸른 아시아의 꿈도 이 묘목들도 쑥쑥 자랄 수 있기를. 작업 첫 날의 내 작은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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