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몽골문화 – 남성의 날

3 18일 목요일

 

 

남성의 날

 

 

 

몽골에서는 여성의 날(3 8), 남성의 날(3 18)이 신년(12 31), 차강 사르와 함께 4대 명절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것이 공산주의 전통의 국가의 특징이라고 누군가 설명해주었던가. 어쩐지 시내에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다 했는데, 이 날은 남성들만의 휴일이며 아내들은 남편을 위해 하루 동안 그가 좋아하는 음식 (주로 보츠)를 해주는 것이라고, 함박 미소를 얼굴 가득 담은 담딘 후 아저씨는 나에게 아주 느린 몽골어로 (몽골 사람들은 보통 아주 빠른 속도로 이야기 한다) 차근 차근 설명해 주셨다. 그에 나는 나는 баяр  хүрги(축하합니다)라는 말로 답한 뒤, 한국에는 여성의 날과 남성의 날 대신, 어버이의 날이 있다고 답했다.

(덧붙여 그는 몽골의 신년은 12 31일이라고 설명해 줬고, 나는 한국의 신년은 1 1일이라고 더듬 더듬 짧은 몽골어로 대답했고, 나는 각 나라의 문화는 이렇게도 제 각각이라고 생각했다.)

 

 

어스름이 지난 저녁, 조림장 확인을 끝낸 우리가 게르를 나서려 하자 아저씨와 에흐토 아주머니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보츠를 먹고 가라 했다. 우리가 20여분 떨어진 조림장으로 나설 때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던 아주머니는, 이제야 반죽 덩어리를 잘 펼쳐 고기로 속을 한 만두를 빚고 계셨다. 몇 잔의 차강 아르히(보드카)로 반쯤 거나한 기분에 취한 담딘 후 아저씨는 수첩을 꺼내 이것 저것을 적으며 몽골의 명절에 대해, 자신의 작년 일과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 이야기하셨다. 강진아 간사와 아저씨의 손자인 자르갈 바이르와 우군 바이르, 그리고 바인나 언니의 오빠는 함께 한창 후쭈르(카드)에 열중하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차가운 봄에도 조그마한 게르 안은 후끈하게 열이 감돌았다.

 

“>

 

보츠가 나오자, 세 잔까지는 마시는 것이 예의라던 몽골에서 예외적으로 삼분의 일 정도를 채운 아저씨는 나에게 아르히를 권하셨다. 몸에 나쁘다고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단 내 말에 жоонон жоонон(‘조금 조금’)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미소와 함께 건네는 술잔을 물리칠 수 없던 나는 그가 건네는 술과 보츠 3개를 기쁘게 받아 먹었다. 몽골 사람들은 술과 고기를 아주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들이 술을 권하는 것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픈 마음일 것이다. 언젠가의 강론에서처럼 그가 소인 나에게 고기를 권하는 사자일 지언정 (물론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 소일테지만) 상대방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고기를 먹어 치명적인 어려움이 없다면, 마음을 나누는 데 그러한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소 하나로 그러한 차이는 극복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몽골의 남성의 날은 그렇게 (아마도 주로 남성) 손님들을 맞아 함께 보츠를 나누고 서로 축하하는 날이다. (심지어는 거나하게 술에 취한 남성 운전자들이 멀쩡히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허용되는, 그리고 거리에는 술에 취한 남자들이 가득한 그런 날이라고, 그래서 보츠를 먹고 난 후, 자르갈우군 바이르와 함께 집까지 가자고, 그렇게 아저씨는 30분이 넘는 밤거리를 우리와 함께 걸어 주셨다.

 

 

몽골의 여성의 날과 남성의 날. 이방인인 내가 그것의 정확한 연원이나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요즘 한국 사람들에게는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연인을 포함한 주변의 이성들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초콜릿혹은 사탕이라는 매개로 마음을 전하는 날. 비록, 그것이 상술에 의지한 것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이것들과 공산주의의 그것들은 유사한 지도 모른다.

 

“>

 

남성의 날, 몽골은 술에 거나하게 취한 남성들이 길거리를 채우고, 발렌타인데이에 한국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활개하는 것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랄까. 그것이 휴일로 지정됨을 통한 연성적인 강요가 되었건, 유행과도 같은 군중 심리가 되었건 결국 이러한 날들이 그렇게나 흥하는 이유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