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_200906_01

얼어죽은 속성수의 교훈

얼어죽은 속성수로부터 배우다.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6, 7년 전부터 몽골 사막화지역의 건조하고 딱딱한 박토에 무엇을 해야 이 땅이 살아나나 싶어 미친 듯이 여러 수종의 나무를 심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20년 동안 몽골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조화와 더불어 과도한 방목, 무분별한 지하자원개발 등으로 사막화가 확장되고 있는데 20년 전 몽골 국토의 46%가 사막이었는데, 현재는 국토의 76%가 사막화로 황폐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로 사막화가 확장되면 조만간 대한민국 땅보다 17배나 더 큰 몽골 국토의 90%가 사막화로 파괴된다고 과학자들이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악순환의 영향이 몽골만이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중앙아시아, 러시아로 미치게 되니 조바심이 단단히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륙에서 불어올 황사, 식량위기, 사막난민, 물부족, 아시아 대륙 전체의 고온건조화, 기상재앙 등 생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사막화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고 사막화되기 이전 상태로 생태를 복원하려면 자연만으로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이니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복구를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선 무슨 나무와 풀을 심어야 할지 그곳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도 보고 몽골 현지 식물 전문가들에게도 자문을 받으면서 이 나무 저 나무, 이 식물 저 식물에 관심을 갖고 사막화 방지 모델 조림지에 가져다가 심어 보았습니다.

몽골 주민들과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나무들은 대부분 키가 작고 성장속도도 느린 나무들이었는데, 시베리안 포플러, 몽골 아카시. 사막버드나무, 느릅나무 등이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이 나무들은 도통 위로도 옆으로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죽지는 않았는데 이런 상태로는 어느 세월에 사막화지역의 생태복원을 하나 싶어 걱정만 하면서 세월을 축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연구소에서 1년에 1미터, 2미터씩 자라는 속성수가 있는데 심어 보겠느냐고 했습니다. 그 속성수는 중국 내몽고 건조지역에서 시험 재배해서 성공했는데 내몽고도 몽골과 기후조건이 비슷하여(몽골은 건조도 문제지만 겨울에 영하 40도로 떨어지기에 추위도 문제였다) 성공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그 연구소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잘 자라지 않는 나무들 옆에 속성수를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1천 5백 그루 정도의 삽목을 몽골로 공수하여 연구소 관계자가 직접 심었으니 속성수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지만 기대하기로 했습니다.

‘내몽고에서도 성공했다는데…’하면서 말입니다.

2006년, 2007년 한참 속성수를 심었고 어느덧 그 수가 3천 그루를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속성수의 조림과 관리는 보다 많은 효과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인 그 연구소에 전적으로 맡겨 놓고 우리 단체(푸른아시아) 사람들은 몽골 주민들과 함께 잘 자라지 않는 몽골의 향토 나무를 계속 심어 나갔습니다.

속성수는 참 묘한 매력을 주었습니다. 유혹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5월에 심은 속성수는 5개월이 지난 그 해 10월이 되자 키가 2미터를 넘겨 자랐습니다. 그동안 잘 자라지 않던 나무들에 비하면 솔직히 유혹이었습니다.
“속성수의 유혹”

보잘 것 없이 땅을 기고 있는 나무와 확 자라는 속성수… 무엇을 선택해야겠습니까? 나는 키가 2미터를 넘긴 속성수를 보면서 불안감도 있었지만 기대감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관리를 했습니다.

10만 그루가 넘는 양묘장에 우뚝 솟은 3천 그루의 속성수의 모습은 한마디로 압권이었습니다.
몽골 정부의 사막화방지 담당자들과 과학자들, 주민들도 속성수의 빠른 성장속도에 놀라와 했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시베리안 포플러, 느릅나무, 몽골 아카시, 사막 버드나무, 차차르간(일명 비타민 나무)들은 조용히 침묵을 하면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자랄 뿐이고, 속성수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말입니다.

2008년 4월, 기나긴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얼었던 땅이 녹고, 이제 또 나무를 심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몽골 북쪽 황사발원지(사막화되는 전선)인 바양노르에 파견된 몽골 조림전문가 다와씨와 한국인 이재권 전문위원(푸른아시아 전문위원)에게 속성수 소식을 전화로 물어 보았습니다.

제가 물은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살았나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이야기는 그동안 잠시 품었던 기대감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속성수는 한그루도 남김없이 다 얼어 죽었습니다. 그런데 속성수 옆에서 자란 몽골 아카시 나무는 싱싱하게 살아 있습니다.”

속성수가 모두 얼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잘 자라지 않아 애를 타게 했던 그 지역 출신의 나무들은 훌륭하게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싱싱하게 자랐다는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울러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 생명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났습니다.
나무는 수백년, 수천년을 사는 영적 존재입니다. 그 만큼 지혜롭게 진화되어 온 존재입니다. 인간이 유전자를 조작해서 중국 내몽고 건조지역에서 자라도록 만들어 놓은 속성수는 온갖 고통과 어려움, 기후의 악조건(추위, 건조한 환경, 급격한 일교차)을 오랜 세월 견뎌오면서 진화해온 나무의 지혜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나무는 수백만년, 수천만년 동안 진화되어 오면서 자신을 그 지역의 환경에 최적화시킨 영적 존재입니다. 특히 비타민 나무로 불리는 몽골 차차르간 나무는 2억년동안 진화해온 식물입니다.

이들 나무는 자신을 키우면서도 주변을 키우고 차차르간(일명 비타민 나무)은 황폐화된 땅을 복구시키면서도 그 열매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감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특효약입니다.

그런데 중국 내몽고 건조지역에서 연구소에 의해 유전자 교배로 만들어진 속성수는 이제 태어난지 3년 되었습니다. 뿌리는 생각하지 않고 위로 가지를 키우고 줄기를 키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연구자가 연구비를 받는데는 유리한 나무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생명이 돈으로 만들어지고 겉보기 화려함으로 만들어 지지는 않음을 속성수는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나무는 우주를 아름답게 만들려는 꿈으로 태어났습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갖 풍상과 우박과 태풍과 다른 생명의 먹이가 되어 가면서 끈질기게 이어온 생명이 나무이고, 그 생명의 결실이 현재 나무가 갖는 아름다운 모습인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유전자 교배로 만들어져 한 순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속성수는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얼어 죽어 버렸습니다.

우리 사람들도 세월이 가면서 만들어 낸 자신의 모습은 정말 다양합니다. 다양해서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다양해서 세상 살아갈 맛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다양함 속에 공통점이 하나있습니다.

그것은 나무처럼 자신이 살아온 삶의 나이테가 층층이 쌓여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낸다는 공통점입니다. 그것이 아니라 꾸민 화려함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권력과 명예(내가 볼 때는 실력이 없이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항상 발견하는 것은 진솔한 꿈이 아니라 화려한 망상을 쫓아가다 끝내는 자신도 죽이고 주변도 황폐화시킨다는 사실이다)는 찬바람 한번 불면 그 생명이 다해 버립니다.

지혜를 체득하지 못한 속성수처럼 허무하게 쓰러지는 삶을 자랑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삶이 있기에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기왕 이 세상 한평생 살면서 나무로 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마음열고 배웠으면 합니다.

위의 관찰기는 삶의 지혜를 갖추지 못한 화려한 속성수로 부터 배운 점입니다.

이 이야기의 후기:
그렇게 자라지 않고 애를 먹이던 몽골 향토 나무는 3년이 지나자 갑자기 속성수처럼 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그 나무는 보이는 위의 나무와 가지를 키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뿌리를 3년 동안 키웠던 것입니다. 막상 뿌리를 내리자마자 무섭게 자신을 키우고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의 풀과 흙을 살리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