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Main Story] 코펜하겐 이야기 – 2부

 

오기출, (사)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선진국에 요구하는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코펜하겐 총회에서 기존 교토의정서에 없었던 개발도상국들의 온난화가스 감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온난화가스 배출에 역사적인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의 솔선수범이다. IPCC 보고서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1990년 대비 25~40%로 권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선진국들이 내놓은 수치는 1990년 대비 16~23% 수준이다.

 EU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를 감축하되, 다른 나라들의 이행 사항을 보아가며 3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본은 2005년 대비 30%, 1990년 대비 25% 감축 목표치를 내놨다. 미국은 하원에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17% 감축하기로 했지만, 상원은 20%로 수정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코펜하겐 총회에 아직 어떠한 목표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현재 수치상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중국도 감축 목표치를 제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만 중국도 현재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가스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현재 지구 온난화가스 발생 순위 1위는 중국이고 2위가 미국이다, 중국 22%, 미국 20%)과 미국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이번 코펜하겐 총회가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1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 말만 많고 합의가 없는 현재 세계정상들의 태도가 코펜하겐을 바라보며 기후변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는 지구촌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G77블록(개발도상국)과 43개 도서 국가들의 대표들은 선진국들이 더 높은 감축 공약을 내놓아야 하고 이를 위해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1월 3일, 바로셀로나 준비회의에서 아프리카 50개국들이 회의를 보이콧하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런 아프리카 국가들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선진국들이 그 동안의 무이행, 무실행, 무책임한 행태를 해왔고 이로 인해 코펜하겐에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면 2년 동안 진행되어온 과정을 무산시킨 브레이크를 선진국들이 제공했고, 이에 대해 책임져야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조짐이다. 앞으로 기후변화를 다루는 과정에서 선진국들에 대한 더 큰 책임을 개발도상국은 강하게 요구해올 것이다. 향후 선진국대열에 끼일 수 있는 한국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체결될 때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의무이행국에서 제외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이 환란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한국은 세계 온실가스배출(이산화탄소 기준)로 세계 9위이고, OECD국가 중 7위이면서 배출 증가 속도는 세계 1위이다. 한국은 교토의정서 이후에도 계속 개발도상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세계 각국은 한국이 선진국수준의 배출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길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선진국지위에 있는 한국이 이번 포스트 교토체제(POST-KYOTO PROTOCOL)에서도 계속 개발도상국지위로 남을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이 갖고 있는 시나리오가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 성장을 선포했지만, 이번 코펜하겐에서 감축의무국에서 제외되는 개도국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과 개도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역사적 책임이 다르기 때문에, 선진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legally binding) 보다 야심 찬 감축 공약(deeper cut)을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대신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은 나라별로 자국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축 계획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국제등록부(International Registry)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에서는 BAU(Business As Usual·별도의 감축 노력이 없을 경우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7% 감축’ 또는 ‘30% 감축’ 등 2가지 안을 제시했다. 12월 1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인데, 30% 감축안이 유력하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가량 감축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들에 요구하는 감축 수준이 BAU 대비 15%~30%인데, 한국은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목표치를 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에 요구되는 감축 목표치는 1990년 대비 25%~40%인데 한국은 훨씬 못 미친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선진국 기준에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어떤 시나리오도 없이 한국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원한다. 또 개발도상국지위를 원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인데도 이 정도의 이산화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자발적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세계에서 유래가 없고 선도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역사적 책임으로 보아도 한국은 세계 23위임을 알 필요가 있다.
97년 교토의정서를 만들 때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물은 산업화된 선진국들이 37개국+ EU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배출량으로 9위이지만 역사적인 책임도 23위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책임을 갖는 의무이행국이 될 가능성도 커다. 이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는가? 그것은 아마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1990년 기준으로 이미 이산화탄소양이 2005년 기준으로 2배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선진국 수준으로 정리가 되면 우리는 현재 온난화가스 절반을 줄여야 한다. 발전소, 산업시설, 수송, 가정 모두가 거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린보호주의가 현안이 되는 현재 한국은 결코 지구온난화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의 전문가 중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현재 주 관심이 중국과 미국에 집중해 있기에 한국은 피해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요행과 우연을 기대하고 현재 비난을 받고 있는 정치적인 계산일뿐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이행을 해야 할 상황을 대비하여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번 코펜하겐 총회에서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결정이 나올지에 대한 회의도 많다. 나는 그동안 코펜하겐 총회를 준비해온 방콕 회의와 바로셀로나회의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확인한 바는 이렇다. 개발도상국들의 지구온난화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지원할 재정과 기술이전에 대한 기준들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AP 통신은 지난 11월 2일 개최된 바로셀로나 준비회의에 대해 “유럽과 유엔 관리들이 법적 합의(legal accord) 대신 정치적 거래(political deal)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암묵적으로 (코펜하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했던 애초의 목표에 대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지금 코펜하겐에서 정치적 합의를 한다고 해서 법적 구속력을 갖춘 체제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자신의 참여가 도움이 된다면 코펜하겐으로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미 상원의 결정이 없어도 대통령의 결단으로 코펜하겐에서 미국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태도로 분석된다. 어쨌든 늦어도 2010년 멕시코 기후변화협약총회에서는 결정해야 한다.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산업구조, 경제구조, 에너지 패턴, 생활방식 등 새로운 대책을 한편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