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우리의 이웃. 몽골] 한국사람이 본 몽골문화

 

한승재, (사)푸른아시아 몽골지부 활동가(만달고비 담당)

오늘은 객관성은 떨어질지도 모르나 저의 시선으로 바라본 몽골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의 몽골 사람들의 삶은 우리의 70,80년대 모습과 유사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시테크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시간, 돈 등에 쫓기어 생활 속의 여유를 찾지 못하는 우리와는 달리 몽골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낙천적이어서 그런지 사뭇 많이 다릅니다.
제가 이곳 만달고비에 와서 가장 낯설고 힘들었던 것은 어떤 일을 처리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 자주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떠”, “마르가쉬”… “어떠”는 우리말로 “바로”, “곧”, “당장”이라는 의미이고, “마르가쉬”는 “내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몽골사람들이 자주 쓰는 이 말들은 그 뜻과는 달리 30분 후가 될지, 1시간 후가될지, 3시간 후가 될지 그리고 내일이 될지 혹은 모래가 될지 혹은 다음 주가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몽골사람들은 겸연쩍거나 곤란할 때는 무조건 “미드꾸”라고 하여 둘러대는 습성이 있습니다. “미드꾸”는 우리말로 “모른다”라는 뜻인데 우리라면 화가 나서 당장 따질 정도로 무책임하게 대답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몽골사람들의 낙천적인 성향에서 나오는 여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몽골사람들은 술을 아주 좋아합니다. 몽골의 전통주인 말의 젖을 발효시킨 ‘마유주’를 가장 좋아하지만 나오는 철이 한정되어 있어 주로 증류주인 보드카를 많이 마십니다. 보드카는 과거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때 유입된 문화라고 생각됩니다. 몽골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순간에 세상의 모든 근심을 떨쳐내고 매우 행복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 사회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와도 격이 없는 사이가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술을 마시고 바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며 피를 나눈 형제라도 된 듯 손목에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힘찬 악수를 청하고 무슨 혈맹식과 같은 진지한 분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낯선 이방인으로서 처음 겪으신다면 조금 무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몽골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참 정이 많습니다. 남의 집에 예고도 없이 불시에 방문을 하여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고 자기들이 먹던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고 심지어는 보관해 둔 귀한 음식도 스스럼없이 내놓습니다.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눌러도 문도 열어주지 않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부터 유목을 해온 민족이라 가족단위로 외롭게 살다보니 외지인에 대하여 호의적이고, 외지인들을 통하여 바깥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어 손님접대문화가 발달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웃 간 혹은 친척 간 그리고 나아가 사람간의 넘치는 정은 아파트 한 층에 살아도 이웃을 모르는 삭막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이고, 푸근한 시골의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타인에게 너무 관대하여 생기는 부작용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단에서 일을 게을리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가혹한 질타와 책임을 묻지만 몽골 사람들은 그러한 면에 있어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상당히 관대하여 일의 진행이 더디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몽골인들은 대체로 결혼을 이른 나이에 하는 편입니다. 유목시절의 조혼 풍습이 그대로 이어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40대 중반이 되면 손자까지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도시지역은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결혼하는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혼 풍습는 우리나라의 전통혼례의 연지, 곤지가 몽골 결혼 풍습에서 유례 되었을 정도로 우리와 유사한 풍습이 많습니다. 결혼식에는 그동안 멀리 떨어져 볼 수 없었던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대하게 치워집니다. 회원님들도 몽골에 방문하시게 되면 결혼식에 참석해 보시는 것도 몽골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몽골 사람들은 과거 세상을 지배했던 칭기즈칸의 후예라는 민족적 자부심이 상당히 강합니다. 현재 몽골군의 규모로 보아 자국의 국경도 지키지 어려운 수준이지만 군인 한명 한명은 세상의 어느 군대의 군인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용맹합니다.

 1년 남짓 몽골에 채류하면서 이 척박한 땅에 그리고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살아가는 몽골인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끼고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림지의 나무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뿌리를 박고 당당하게 살아가 듯 이들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의연하게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