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 메마름에서 희망을 보다. -마지막편-

 

이승지 (사)푸른아시아 간사

마지막 이야기 “사막화를 고민하는 사람들”

삭사울이 울창했던 만달고비를 떠나 다시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로 돌아오는 길은 내가 평생 마셔야 할 모래바람과 먼지를 한꺼번에 제공해 준 최악(?)의 여정이었다.

나를 울란바타르로 데려다 줄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만달고비에서 어렵게 자가용을 구했으나, 그 자가용은 골동품 수준에 가까운 한국산 승용차.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달리는 사이 고비사막의 먼지와 모래바람이 내 눈과 목을 혹사시켰고, 심지어 모래 구덩이에 차가 빠져 앞뒤로 차를 밀고 당기기를 30분.
그대, 별빛 아래에서 열심히 모래를 파본적 있는가… 그것도 맨손으로…
이런 경험은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출발부터 이 차가 과연 울란바타르까지 나를 무사히 옮겨다 줄 수 있을지 염려되었지만, 멀리 울란바타르의 화려한 야경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난 우리의 “엑셀(exel-현대 차)” 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17일간의 조림장 사례지 조사에서 돌아와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나의 또 다른 임무는 울란바타르에 있는 사막화 방지 사업과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전직 자연환경부 장관에서부터 시작해서 해외에서 파견된 NGO 활동가들까지, 몽골의 사막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과 지금까지 진행해온 사막화 방지 사업의 노하우들을 듣는 일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몽골의 사막화는 매우 다양한 사회, 경제, 정치적 요소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사막화와 황사라는 자연 현상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사막화는 몽골사람들의 주요한 산업인 목축을 어렵게 하고, 현재의 과밀한 목축은 사막화를 더욱 가속화 시켜, 빈부격차를 더욱 증가시키고, 빈곤층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시(울란바타르)로 몰려들어 도시의 빈민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또 다른 몽골의 주요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는 체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몽골의 사막화의 이러한 복잡한 메커니즘 때문에 동일한 사막화 현상을 두고도 몽골인 전문가들과 해외 NGO 단체들의 입장이 달랐고, 해외 NGO 단체들 중에서도 모두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몽골의 사막화의 원인에 대한 의견도 매우 다양했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차원의 원인에서부터 유목민들의 방목 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노천탄광개발로 인한 지하수 오염 및 고갈 등 다양한 원인이 얽혀있었다. 그 중 어느 문제가 가장 주요한 원인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 했다. 그리고 주요하게 생각하는 원인에 따라 제시하고 있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대응 방안도 달랐다. 몽골 정부(자연환경부)의 Green Wall 사업, 한국과 일본의 조림사업, 그리고 독일, 스위스, 뉴질랜드 등 서구 NGO 단체들의 초지 복원 프로그램 등 사막화에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막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몽골 주민들을 어떻게 사막화 방지 사업에 참여 시키고, 사막화 방지 사업을 통해 그들의 생계를 보장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에서부터 매우 부정적인 시각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처럼 사막화 문제는 원인과 결과 모두 한 지역 혹은 국가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막화를 진행시키는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대응방안 역시 모든 사업장에 동일한 방법으로 적용 할 수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초지 복원 프로그램, 조림, 그리고 국가차원의 ‘녹색장벽’ 역시 필요하다. 다만, 각 사업별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사업에 대한 투명성이 절대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몽골의 사막화를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들을 공개하고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더 나무를 잘 키우는지, 초지 복원을 잘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논쟁을 하기에는 몽골은 너무 빠른 속도로 메말라 가고 있다. 푸른 몽골을 넘어, 푸른 아시아, 푸른 지구를 위해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몽골은 지금 목마르다. 마음껏 푸르름을 뽐낼 수 있는 초지가 필요하다.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막아줄 한 그루의 나무가 절실하다. 그러나 어쩌면 몽골은 이미 푸른 초원과 숲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유목방식을 택한 작은 마을의 주민들과, 삭사울과 느릅나무를 심는 주민들의 손길은 몽골을 푸르게 할 씨앗이다. 이미 마중물이 부어졌다. 콸콸 쏟아져 나올 물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몽골의 메마름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 끝 –